[뉴스핌=이현경 기자] 지금껏 스크린으로 봐왔던 배우 김고은(25)이 안방극장의 문을 두드렸다. 바로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한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을 통해서다. 워낙 인기가 높았던 원작이었기에 드라마화 소식이 전해질 때부터 대중의 관심은 대단했다.
그 와중에 여주인공 캐스팅 문제로 ‘치즈인더트랩’의 1차 난항이 시작됐고 드라마에 대한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인 상태였다. 이 상황에서 배우 김고은의 이름이 캐스팅 선상에 올랐고 일부에서는 ‘김고은이 홍설을 해낼 수 있을까’하는 우려도 섞여 있었다. 그러나 뚜껑이 열린 후 그 말은 싹 사라졌다. 16부 동안 김고은은 온전히 홍설이 됐다.
드라마 종영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고은은 "'치즈인더트랩'이 제게 첫 드라마라 걱정이 된 건 사실이다. 해보니 영화와 크게 다른 환경이 아니었다"며 작품을 마무리한 홀가분한 마음을 전했다. 미리 준비할 시간이 확보된 영화와 달리 드라마 현장은 쪽대본과 생방송 연출이 일상다반사다. 그러나 '치즈인더트랩'(치인트)은 사전 제작으로 진행됐고 감독과의 소통이 활발했던 현장이었다.
“드라마가 처음이고 겪어보지 못한 환경이라 방송 전만해도 걱정이 있었어요. 일단 저보다 선배들이 더 난리였죠. ‘영화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겁을 주더라고요. 다행히 ‘치인트’ 환경은 참 좋았어요. 사전제작이라 쫓기듯 촬영하는 일이 드물었고 감독은 촬영 전 리허설을 매번 했기 때문에 배우, 스태프와 소통도 많이 할 수 있었죠. 그런 시간이 있어서 보다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다음 드라마도 사전제작이라면 또 도전 할 수 있어요(웃음).”
김고은이 연기한 홍설은 연이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중인 대학생. 취업에 대한 고민이 있고 학비나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도 하는 성실한 모습이 요즘의 20대와 꼭 닮아 시청자에게 공감을 얻었다. 올해 25세인 김고은은 홍설을 연기하며 현 청춘의 실상을 되돌아보게 됐다. 그는 ‘꿈이 뭐예요?’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 홍설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며 안타까워 했다.
“저는 다행히 어렸을 때부터 꿈이 뚜렷했어요. 배우를 하겠다는 마음을 일찍 먹어서 고등학교도 예고로 진학했고 대학에서도 연기를 전공으로 정했고요. 사실 ‘꿈’이라는게 이상이잖아요. 꿈이 라는게 참 명확하게 말하긴 힘들어요. 홍설 역시 꿈에 대해 막연한 아이였고요. 2화에서 ‘꿈이 뭐예요?’라는 질문을 받는데 설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게 다만 홍설의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 모두가 그렇거든요. 저도 연기하면서 설의 마음이 읽혀졌고 그런 부분에서 참 속상하더라고요.”
김고은과 홍설의 닮은 점이 있다면 두 사람 모두 독립심이 강하다는 것. 홍설처럼 김고은도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 구청에서 서류 정리도 하고, 식당에서 서빙도 해봤다. 생활비 때문이었다. 성인이 됐기 때문에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당연하게 들었다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힘든게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는 김고은은 이또한 다 경험이 됐다며 웃었다.
“대학교 때 줄곧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생활비는 ‘내가 벌어서 쓰자’는게 나름의 철칙이었죠. 등록금은 장학금으로도 해결하고요. 실기 점수는 괜찮았거든요(웃음). 저는 기본적으로 성인이 되면 자기 생활을 하기 위한 돈은 직접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구청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했고, 소바 가게에서도 일해 봤어요. 하루에 10시간씩 한 적도 있는데 그릇이 다 돌이라 옮기는데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아주 힘들었죠. 아마 그 때 저를 본 손님들도 많지 않을까 싶네요(웃음). 아르바이트 많이 해본 건 설과 많이 비슷하죠?”
홍설의 방은 사실적인 대학생의 자취방으로 눈길을 끌었다. 한 눈에 다 들어오는 방 구조. 조그만 방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침대, 옷장, 탁자와 수납장을 비롯해 좁은 옷장에 걸려있는 옷가지들까지. 우리내 자취방을 엿보는 듯한, 낯설지 않은 공간이었다. 김고은은 “자취방 치고 굉장히 좋은 방 아닌가요? 베란다도 있고”라며 자취 경력자의 분위기를 마구 풍겼다.
“홍설의 방은 꽤 좋죠. 공간도 나눠져 있고 베란다도 있고요. 저도 고등학교 때 친구와 같이 자취 했거든요.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였죠. 둘 다 방을 구하고 있던 상황이라 서로 의지하며 함께 살았던 기억이 나네요. 저도 홍설의 방이 마음에 들었어요. 자취방이 참 좋더라고요. 공간에 적응을 잘하면 연기도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거든요. 그래서 방을 이리저리 둘로보고 소품도 만져보고 했죠. 연기하면서도 팬을 만지거나 책상 위에 올려진 물건들을 잘 활용했었어요. 물론 쓴 물건은 다시 제자리에. 하하.”
'치즈인더트랩'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김고은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6개월간 촬영장에서 먹고 자며 상주하다시피한 김고은. 시간을 많이 보낸 드라마이기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그가 맡은 캐릭터 홍설 역시 떠나보내기 아쉬운 건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김고은이 홍설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수고했다”라며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넸다.
“김고은이, 홍설에게요? 수고했다. 정말. 그렇게 바라던 취업도 했잖니. 하지만 네가 말했든 이제야 ‘또 하나의 문’을 연 것 뿐이니까 그 꿈을 갖고 전진하렴.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가 분명히 있겠지만 이상을 갖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야. 부디 행복하게 살아.”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 사진=장인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