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이현경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이혼한 전 남편을 다시 사랑하게 되는 한 여자의 파격적인 로맨스를 담은 ‘애인있어요’가 지난달 28일 종영했다. 현실에서는 흔치 않을 법한 여자의 이야기는 시청자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더불어 그 여자가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남자, 최진언(지진희)에도 절로 시선이 간다. 도해강(김현주)을 두고 불륜을 저지른 것을 생각하면 한없이 분통이 터지다가도 그의 애절한 마음을 보고 있노라면 두 사람의 안타까운 사랑을 어쩔 수 없이 지지하게 된다. 회를 거듭할수록 최진언의 순애보는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했다. 최진언을 연기한 지진희(45)는 초반 시청자에 엄청난 욕을 먹는 남자주인공이었지만 해강을 향한 진심이 짙게 깔리면서는 순정남의 매력으로 시청자를 다시 사수했다.
‘애인있어요’ 종영 이후 만난 지진희는 드라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50부라는 긴 시간동안 스태프, 배우 모두 무탈하게 드라마를 마무리 지은 것에 무엇보다 감사함이 든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시청자의 반응이 뜨거웠던 작품이었다며 환한 미소로 회상했다.
“많은 분들이 집중해서 봐준 작품이었어요. 피드백도 빨랐죠. 때로는 분노도 하고 그러다 속 시원히 욕도 해주고요. 시청자와 더불어 이해해가는 드라마였죠. 자칫하면 요즘 세대가 듣기 싫은 이야기일 수 있는데도 깊이 있게 지켜봐준 시청자에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또 저와 같은 X세대가 보고 공감할 만한 드라마가 방영됐다는 의미도 남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애인있어요’는 화제성은 높았지만 시청률에서는 사실 저조했다. 동시간대 방송한 MBC ‘내 딸 금사월’과의 격차는 30% 가까이 벌어지기도 했다. 좋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힘을 합친 사람들로서는 힘이 빠지는 상황일 법도 하다. 하지만 ‘애인있어요’ 팀은 이 같은 상황에 쉽게 휘둘리지 않았다. ‘우리는 좋은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으로 힘을 뭉쳤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집중했다.
“시청률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어차피 시청률은 제 몫이 아니니까요.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제 위치에서 제 역할에 집중한 드라마였어요. 시청률에 대한 불안감보다 ‘너무나 멋진 드라마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휩싸여 있었죠. 그러니까 걱정할 시간에 작업에 더 에너지를 쏟는게 훨씬 효율적이죠. 쓸데 없는 생각에 힘을 낭비하면 아깝잖아요. 그리고 요즘은 TV 외에도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는 통로가 많고요. 환경이 예전과는 달라졌기 때문에 시청률만이 곧 흥행의 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실 ‘애인있어요’가 시작되기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지진희는 드라마에서 진언이 해강을 두고 설리(박한별)와 결혼을 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막상 드라마에서는 결혼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두 사람은 미국으로 유학길에 오르는 것으로 그려졌다. 이에 대해 지진희는 “이야기가 바뀐 게 맞다”면서 “초반 분위기가 불륜으로 치우쳤다. 반면 해강은 이에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혼은 의미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사실 진언에게 설리는 사랑이 아닌 도피였어요. 진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내가 이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건지, 너를 도와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라고요. 진언의 사랑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해강이었어요. 해강이 권력과 돈을 좇는 삶을 살고 있어도 자신의 아내이기 때문에 지켜주려 했고요. 그런데 불이 나던 날 자신을 구해준 게 해강이 아니라 설리였다는 걸 알고 진언은 상처를 받았죠. 동시에 두 사람의 사랑이 깨진 포인트가 됐고요.”
이야기는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도해강을 향한 진언의 사랑이 깊게 그려졌다. ‘불륜’ 딱지를 떼고 ‘순정남’의 모습이 서서히 잡혀갔다. 지진희는 애초부터 ‘불륜남’이라는 꼬리표를 떼겠다는 마음은 없었다. 그저 50부 내내 해강을 향한 진언의 진심이 늘 깔려 있었다고 바라봤다. 그중에서도 해강의 마음을 흔들었던 장면을 꼽자면 ‘내 아내니까 난 안다’라고 한 진언의 모습이다.
“기억을 잃은 해강에게 진언은 힘든 존재 그 자체였죠. 그렇지만 ‘내 아내니까 난 안다’고 한 진언의 말에 해강 역시 흔들렸어요. 스스로도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유일하게 '나'를 알아주는 남자라고 말하니까요. 진언은 그렇게 끊임없이 해강을 진심으로 대했죠. 그리고 그 점이 해강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었다고 봐요.
지진희는 ‘애인있어요’의 진언은 도해강을 만나 성장하고 있음을 느꼈다. 진언에게도 분명히 아버지와의 관계, 엄마가 두 번째 부인이라는 것, 알게 모르게 누나 진리로부터의 괄시를 받으며 유년기를 보냈기 때문에 ‘사랑’에 대한 남모를 트라우마가 있었을 것으로 여겼다. 그래서 아이같은 면이 저절로 보인 거라 생각했다. 그는 ‘애인있어요’에 진언의 성장기가 고스란히 그려졌다고 말했다. 진언을 보내면서 지진희는 ‘이제야 네가 사람이 됐다’며 애정이 듬뿍 담긴 말을 전했다.
“이전엔 네가 남에게 피해만 줬어. 그런데 이제는 많이 성장했고 드디어 사회의 일원이 되었다는 느낌이 들어. 하지만 한편으론 아쉽기도 하구나. 예전에는 눈치 보지 않고 네 일을 밀고 나가기도 했는데 말이지. 그래도 넌 그동안 큰 고통을 다 겪어냈으니 행복한 일만 있을 거야. 잘 견뎠다. 항상 기쁜 생각만 하고 살길 바랄게.”
[뉴스핌 Newspim] 글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