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민선 기자] "어제 타사 동료들이랑 식사하고 커피값 내기를 했는데 제가 계산했어요. 알고 보니 저희 회사 연봉 평균치가 가장 높길래 기분좋게 한잔 쐈습니다"
최근 국내 증권사들의 연봉 관련 자료가 공개되면서 증권가 곳곳에 이런 류의 에피소드들이 생기고 있다. 매년 사업보고서에 게재되는 내용이지만 지루한 일상 속 흥미를 유발하기엔 충분하다. 깔끔한 수트를 빼입은 증권맨들도 결국엔 모두 월급에 웃고 우는 월급쟁이 아니던가.
각 증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비싼 '몸값'을 받은 증권사는 NH투자증권(1억2000만원)이었다.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합병하면서 상대적으로 낮았던 NH농협증권 직원들의 연봉을 우투증권 수준으로 높여준 데다가 실적 개선세에 인상률을 35%까지 확대하자 단숨에 1위로 뛰어올랐다. 그밖에 업계 최고 수준의 성과보상체제를 자랑하는 메리츠종금증권(1억1100만원)이 2위에 올랐고 삼성증권이 그 뒤를 쫓으며 '삼성' 브랜드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반면 대우맨들은 남모를 근심(?)에 빠졌다. 연내 합병을 추진 중인 미래에셋증권의 연봉(7100만원)이 대우증권(9000만원)보다 한참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숫자로 직접 확인한 현실에 한숨은 깊어지고 가슴은 답답하다. 뿐만 아니다. 미래에셋증권의 연봉은 국내 10대 대형사 가운데 최하위이자 전체 평균(9470만원)과도 한참 벌어져 있다. 아무리 봐도 온갖 매스컴에 도배되고 있는 1위 증권사라는 타이틀에는 영 어울리지 않는 현실인 것이다.
물론 미래에셋증권은 그동안 1위사가 아니었다. 연금사업과 자산관리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내왔지만 투자은행(IB) 등 여타 사업부문에서 이렇다 할 경쟁력을 보이지 못해왔다.
하지만 이젠 처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미래에셋대우는 8조원 규모의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글로벌 IB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고 있다. 증권사끼리의 인수합병이 1+1은 2가 아닌 3,4,5 이상이 될 것이라는 박현주 회장의 손끝을 향하는 업계 안팎의 관심도 상당하다.
박 회장은 대우증권 직원들에 대한 고용보장 원칙을 수차례 내비치며 대우의 '인재'를 높이 평가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우증권 직원들로선 물론 박 회장의 이러한 마음이 고맙지만 당장 벌어져 있는 격차가 자꾸 눈에 아른거린다.
더구나 업계 1등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온 대우맨들이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경쟁사들의 러브콜과 미래에셋 사이에서 수없는 갈등 중이란 것을 박 회장이 모를 리 없다. 자연 퇴사를 내심 바라는 걸까.
성격 급한 박 회장은 이미 대우증권맨의 가슴에 미래에셋 배지도 달아줬다. 새롭게 미래에셋의 가족이 된 직원들에게 자부심을 갖고 함께 나아가자는 메시지일 터.
하지만 정작 대우증권 직원들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어쩌면 지금 이순간에도 그들은 속으로 이렇게 외치고 있지 않을까.
"회장님, 저희도 커피값, 아니 밥값 쏘고 싶습니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