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101 김소희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뉴스핌=글 양진영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달콤하지만 가혹했던 걸그룹 서바이벌 '프로듀스101'이 끝났다. 총 11명의 멤버로 IOI(아이오아이)라는 일명 어벤져스 걸그룹이 탄생했다. 아쉽게 데뷔 명단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제대로 이름을 알린 이가 있으니 바로 '퀵'이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김소희다.
지난 1일 Mnet '프로듀스101'이 종영하고 가요계의 관심이 IOI에게 쏠리고 있다. 그 가운데 12위에서 17위권을 기록하며 아쉽게 탈락한 이들에게도 IOI 못지않은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사실상 101명으로 시작했던 국내 초유의 걸그룹 서바이벌에서 최상위까지 치고 올라온 저력을 보여준 소녀들. 이제는 IOI가 아닌 다른 곳에서 다시 데뷔를 향해 달린다.
뉴스핌은 12일 '프로듀스101' 마지막 방송에서 가장 많이, 펑펑 눈물을 쏟았던 김소희를 만났다. 실제로 마주한 김소희는 언제 그렇게 울었냐는 듯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인사했다. 이제 만으로 스무살. 김소희는 어린 나이에 스펙터클한 서바이벌 무대를 경험한 소감을 시작으로 그간의 심경을 털어놨다.
"정말 5개월 간 쉬지 않고 달렸어요. 마지막에 순위 발표하는 날 저만 처음부터 울기 시작했죠. 최종 멤버가 되거나 떨어지는 것보다는 그간 달려온 날들이 머릿 속에서 필름처럼 지나갔어요. 너무도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촬영이었거든요. 홀가분하기도 하고 의외로 아쉬운 마음보단 행복해요. 확실히 얻은 게 많았어요. 그만큼 배웠고 정말 스스로 성숙해졌다는 걸 느껴요."
프로듀스 101 김소희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김소희를 얘기하면서 '퀵소희'라는 별명을 빼놓을 수는 없었다. 그는 "방송에 처음 나왔을 때 깜짝 놀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실제로 김소희는 '빠른 년생' 논란이 따라붙자 급증한 관심에 어안이 벙벙하다가도, 욕만 가득한 현실에 의기소침했다고도 털어놨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청자 프로듀서에게 김소희의 존재감을 단단히 각인시킨 건 바로 이 논란이었다.
"그런 말 했는지 기억도 못했어요. 첫방을 연습생들이랑 같이 보는데 예슬이랑 둘이 빵 터졌죠. '와, 저런 얘기도 했구나. 재밌다' 했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욕을 먹어봤어요. 관심을 가져주시니까 고마웠는데 갈수록 사태가 심각해져서 당황했죠. 절대 언니 대접을 받으려고 나온 말이 아니에요. 사회에 많은 분들이 빠른 년생과 관련해 곤란을 겪는데, 의도치 않게 그걸 건드린 것 같아요. '퀵소희'요? 팬들이 지어줬을 때 처음에 '아…' 했는데. (웃음)이제는 들을수록 정이 가고 마음에 들어요. 당황스럽던 논란이 결과적으론 좋게 끝나 다행이죠. 하하."
'프로듀스101'은 출범 전은 물론, IOI 최종 멤버가 결정되고 난 뒤에도 논란이 따라다녔다. 대표적인 건 바로 분량과 공정성. 시청자가 보기에도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컸으니 당사자는 오죽했을까 짐작이 갔다. 김소희는 "저도 약간 통편집의 주인공 중 하나다"면서 속내를 털어놨다.
"사실 저도 통편집 전문이었거든요. 첫 방송 봤을 때 '빠른 년생' 언급 때문에 분량 뽑았구나 싶었는데 2, 3회 거치면서 하나도 안나오더라고요. 저보다 더한 친구들도 많았고요. 그런 얘기들이 없을 수는 없었죠. 분명한 건 자주 나온 친구들은 그만의 매력이 있고 분량을 뽑을 만한 거리들이 많았던 거예요. 당연히 '나 이것도 했는데 나왔으면 좋았을 걸' 속으로 생각은 많이 했죠. 하나도 안나오면 저희는 2시간 동안 보면서 내내 기다리고. 봐달라고 부탁한 지인들한테도 미안하고.(웃음) 그런 맘고생이 조금은 있었어요."
김소희의 경우는 약간 다르지만, '프로듀스101'에 연습생 생활을 오래한 이들도 많았다. 이 방송 출연 자체만으로 '데뷔가 가까워왔다'는 마음에 조금은 설레지 않았을까. 게다가 김소희는 미션 무대 '푸시푸시(PUSH PUSH)'와 '콜 미 베이비(CALL ME BABY)' '같은 곳에서'를 거쳐오며 계속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상승세를 탔다. 최종 무대 직전에는 6위까지 순위가 치솟으며 IOI 합류에 청신호가 켜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프로듀스 101 김소희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탈락 시점마다 계속 턱걸이였어요. 항상 조마조마했죠. 방송에도 많이 나왔지만 그만큼 간절했어요. 그런데 '같은 곳에서' 하고 무려 6위를 한 거예요. 깜짝 놀라서 '내가 이렇게 상위권에 드는 날이 오다니. 데뷔도 가까워지나?' 싶었죠. 아예 불가능하겠다 생각했는데 당시엔 가능성이 조금 보였거든요. 조금은 후회가 남는 게 있다면,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그래도 더 열심히 할걸 하는 거죠. 더 좋은 무대를 잘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아직도 남아있어요."
특히 김소희는 '프로듀스101'에 참여하면서 연습생들과 울고 웃고 쌓은 정 덕분에 더욱 IOI가 되고 싶었음을 고백했다. 그는 "너무 간절했다. 회사에서 데뷔를 하고도 싶지만 이 친구들이랑 더 활동하고 싶은 맘이 컸다"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각별히 친분을 쌓은 정채연, 무대에서 반해버린 김청하, 스스로도 1픽을 주고 싶은 최유정을 언급했다.
"정말 간절했던 게 오랫동안 함께하면서 돈독한 정을 쌓았거든요. 옆에서 봐도 다들 잘하고 배울 점도 많아서 존경할 정도였어요. 김청하라는 친구는 무대를 보며 정말 홀렸었죠. 진짜 청하만한 사람이 있을까 할 정도로 무대에서 청하만 보여요. 무대 장악력이 장난 아니거든요. 춤도 잘추고 실력이 엄청나요. '뱅뱅'에서 청하 파트가 높고 어려운 부분인데 정말 잘 해냈고, 만약 남자였다면 정말 사랑에 빠질 것 같은 여자예요. 또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가장 친한 친구 채연이랑은 성격이 정말 비슷해요. 김소희의 픽이요? 귀여우면서도 실력과 매력을 모두 갖춘 유정이를 뽑고 싶네요.(웃음)"
김소희가 '슈퍼스타K' 시즌2, 5, 7까지 여러 차례 오디션 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린 건 이미 유명한 일화다. 일명 '오디션 전문가'로서 '프로듀스101'이 어떻게 달랐냐고 묻자, 김소희는 단박에 "너무 너무 힘들었다. 하루에 잠을 3시간만 자고 계속 방송했다"고 돌아봤다. 여느 프로그램과 달랐던 점은 또 있다. 바로 분량 논란을 잠재우려 거의 전 출연자의 개인 직캠 영상을 공개하는 색다른 시도를 한 점이었다.
"저도 직캠 덕을 본 출연자죠. 센터도 아니어서 분량이 많이 없었거든요. 잘 한다고 했는데도 TV 화면에는 거의 안나왔죠. 직캠 시스템은 확실히 좋은 방식이었다고 생각해요. 분량이 없는 친구들에겐 그게 전부였거든요. 또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미션곡은 '콜 미 베이비'예요. 노래를 어필할 수 있는 계기였죠. '푸시푸시'와 다르게 온전히 보컬 능력을 보여줄 수 있게끔 저희가 직접 편곡도 했고, 오히려 멤버 수가 적어서 파트도 충분히 상의해서 서로가 돋보이게 갈 수 있었어요. 반응도 좋았고 음색이 독특하고 신선하단 얘기도 들었고요. 의상도 다른 팀이랑 차별화가 확 됐던 것 같아서 정말 애착이 가요."
프로듀스 101 김소희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그래서일까. 김소희는 만약 데뷔한다면 꼭 그루브한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콘셉트를 해보고 싶다는 로망을 털어놨다. 실제로 '콜 미 베이비'를 재편곡해 보컬만으로도 꽉찬 느낌을 내는 데 일조한 김소희. 이제는 청순하고 여리여리한 외모나 분위기와는 다른, 반전 매력을 내보이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어울릴 지 모르겠지만 희망하는 건 사실 '뱅뱅' 같은 무대예요. 진짜 많이 돌려봤거든요. 너무 배울 게 많으니 계속 모니터했죠. 왜 그렇게 인기였는지 알겠고, 제시제이가 직접 언급도 했잖아요. 한번쯤은 만약 그 무대의 유정이 자리에 제가 섰다면 어떤 그림이었을까? 생각도 해봤어요. 유정이랑은 다른 방식으로 포텐을 터뜨리지 않았을까요? 데뷔를 한다면 노래도 퍼포먼스도 놓치고 싶지 않아요."
예쁜 외모와 독특하고 신선한 보컬까지 두루 갖춘 김소희는 이쯤되면 '프로듀스101'의 숨은 승자라 봐도 무방하다. 소속사 뮤직웍스 역시 '퀵소희'를 시작으로 백지영, 유성은 등 실력파 보컬 위주의 라인업을 걸그룹 론칭으로 보강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셈이다.
"무엇보다 프로그램 끝났는데도 관심을 가져 주시는게 영광이에요. 목표는 사실 프로그램 끝나고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억되는 거였든요. 어느 정도 이룬 셈이라 꽤 성공적으로 끝낸 것 같아요. 기분이 정말 좋고 빨리 데뷔하고 싶은 마음도 더 강하게 들어요. 이젠 '퀵소희'니까 빠르게 데뷔하고 빠르게 발전하고 빠르게 기억되는 걸로 목표를 다시 잡았어요. 많은 분들이 기다려 주셨으면 좋겠고 안떠나시고 곁에서 응원해주셨으면 해요. 빨리 나올테니 탈덕은 금지입니다. 아시죠?"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 김학선 기자(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