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택시와 바를 바 없는 월급 및 중노동..어느 하나 지켜진 것 없어"
[뉴스핌=이수경 기자] "카카오택시 블랙 망했다면서요?" 요즘 카카오택시 블랙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건네는 인사말이다.
카카오택시 블랙은 지난해 11월 3일 카카오가 출시한 고급택시 서비스로, 오늘(20일)은 출시 200일이 되는 날이다. 6개월간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들어보기 위해 지난 18일 카카오택시 블랙 승무원 A씨를 만났다.
현재 그는 일반택시 기사처럼 하루 14시간 꼬박 운전대를 잡고 있다. 본래 2교대로 근무한다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으나 지금은 거의 유명무실한 상태다. 1인 2차제로 차를 굴렸던 회사는 1인 1차제로 변경했다. 그만두겠다고 나간 사람을 대신할 사람은 충원하지 않고 있다.
"회사는 승무원에게 월 200만원씩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월급을 아껴 차를 24시간 굴리려고 하는 거죠. 어떤 회사에서는 격월로 고급택시, 일반택시를 몰게 해요. 일반택시를 잡으면 고정급(월급)을 줄 필요가 없으니까요."
고급택시 이용가격이 2배 가량 비싼 것은 승무원들에게 일정 수준의 월급을 보전해주고 업무 환경을 개선해주려는 목적도 있었다. 하이엔은 기본급에 매출에 따른 인센티브를 포함해 월 300만원(세전)을 보장해준다고 했다. 실적과 사납금으로부터 해방시켜주면 고객에게는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카카오택시 블랙은 실패한 사업인 거 같아요. 원래 고급택시가 생겨난 건 승객들이 택시를 이용하면서 느낀 불쾌감을 해소하기 위해서였죠.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하기 위해 비싼 차를 구매한 거고요. 실제 고객들은 중형, 대형, 모범택시가 없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T블랙'을 타요. 수요예측을 잘못한 거죠."
지금은 월급도, 업무 환경도 그 어떤 것 하나 약속대로 지켜지는 것이 없었다.
차량 오른쪽 서랍에는 미터기와 현장결제를 위한 단말기가 설치돼 있었다. <사진=이수경 기자> |
A씨의 요즘 일상은 오전 8시부터 새벽 1시까지 택시를 모는 것이다. 그는 다행히 회사의 배려로 집에서 바로 출근과 퇴근을 할 수 있다. 낮 12시부터 새벽 5시까지 17시간 일하고 회사에 차를 반납하는 다른 회사 승무원보다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이들은 회사와 집을 오가는 시간을 빼고 나면 겨우 4시간 잘 수 있다.
다음 달 받게 될 월급명세서에 대한 고민도 많아 보였다. 카카오는 지난 6개월간 최소 보장액에 도달하지 못한 부분은 격려금으로 메꿔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성과금(카드결제액-유류비의 10%)의 2배, 1월과 2월에는 3.5배, 3월과 4월에는 1.5배 수준의 격려금을 추가로 지급했다. 서비스 출시를 했던 11월에는 워낙 매출이 낮아 거의 6배가 넘는 격려금이 들어왔다.
"그런데 5월부터는 격려금이 들어오지 않아요. 아마 210만~220만원 정도 월급 받겠죠? 각종 세금 떼고 다면 190만원 정도 될 거 고요. 일반택시보다 낫다고요? 택시회사가 승무원을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건 일반택시와 다를 게 없어요."
이들은 카카오가 아닌 각 택시회사와 근로계약을 맺었다. 고용계약서는 용어와 금액이 다를 뿐 일반택시 기사 것과 거의 비슷했다.
승무원 A씨는 카카오택시 블랙 사업에 사공이 많다고 지적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도권까지 확대하려는 카카오는 증차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택시회사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기대한 매출이 나오지도 않는 상황에서 어느 누가 제 돈 주고 고급차량을 구매하겠느냐는 말이었다.
"카카오는 어떻게든 서비스만 유지하면 중계 수수료를 가져갈 수 있죠. 그렇지만 차량을 구매하고 승무원한테 돈을 줘야 하는 택시회사는 고급택시 사업을 할수록 마이너스인 거예요. 일반택시 차량보다 3배나 더 큰 비용을 투자했는데 그만큼 매출이 나지 않으니 불만인 거죠. 하이엔도 나 몰라라 하고요."
이들 3자가 제각기 자기 입장만 내세우는 동안 우버블랙은 카카오택시 블랙을 위협할 수준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월 말 37대로 출발했던 블랙은 현재 78여대 가량이 운행되고 있다. 개인 택시사업자와 1:1 계약을 맺고 사업을 주체적으로 꾸려나가는 것이 카카오와의 다른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개수수료 25%를 제외한 나머지가 기사의 월급이다. 아직 초기 시장인 만큼 부족분은 1년간 월 410만원을 지원한다.
"우버블랙 기사한테 들어보니까 주5일 기준 하루 10시간, 주말 4시간만 일하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외국 손님들도 많고요. 애초에 외국 손님을 받을 수 없는 카카오는 경쟁 상대가 안 되죠."
카카오나 하이엔이 예약이나 결제 장벽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노쇼(NoShow, 예약부도)라는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6분 후 예약 취소 시 부과하던 8000원을 청구할 방법이 없어져서다. 체감상 20콜 중 6~7콜은 노쇼라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이제 미련이 없다고 말한다. 벌써 다른 일자리도 알아놓은 상태다. 이번 말이면 회사도 그만둔다.
"카카오택시 블랙은 실패한 사업인 거 같아요. 카카오나 하이엔, 택시회사나 서로 잇속 챙기기 급급하죠. 균일된 서비스를 못 하는 건 서로 이기심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렇게는 더는 못살죠. 미련 없이 떠납니다."
[뉴스핌 Newspim] 이수경 기자 (soph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