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세탁기 고의로 파손 혐의 벗어
[뉴스핌=황세준 기자]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H&A사업본부장)이 삼성전자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는 혐의에 대해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10일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이광만 부장판사)는 재물손괴와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 사장에 대해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내린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홍보담당 임원 전모씨도 무죄로 판결했다.
검찰은 조 사장에게 징역 10월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검사의 항소에 따라 실시한 과학수사 및 전문가 사실조회 결과, 원심의 판단에 배치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조 사장이 고의로 세탁기를 파손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 <사진=LG전자> |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의혹 사건은 2014년 9월 3일 시작됐다. 당시 독일 가전박람회(IFA) 참석을 위해 현지를 방문한 조 사장은 자툰 슈티글리츠, 자툰 유로파센터 등 인근 매장 두 곳에 진열된 삼성전자 '크리스털블루' 세탁기를 임원 2명과 함께 살펴봤다.
조 사장 일행이 다녀간 후 세탁기 도어 연결부(힌지) 파손이 발견됐다. 삼성전자 현지 주재원은 매장을 방문한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일행에게 이런 사실을 보고했다.
CCTV 확인 결과 조 사장이 세탁기 문을 힘주어 미는 모습이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조 사장이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며 조 사장 일행을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의뢰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 임직원이 세탁기를 파손해 증거를 조작했다며 맞고소를 했지만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LG전자 여의도 사무실과 창원 공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한 데 이어 조 사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조 사장을 비롯해 LG전자 임원 3명은 지난해 2월 초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3월31일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구본준 LG전자 대표이사,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등 삼성그룹과 LG그룹의 최고경영진이 사태 해결에 나섰다. 세탁기 분쟁은 물론, 나머지 두 그룹 사이에 진행되던 분쟁도 종결하기로 합의서를 작성한 것.
그럼에도 조성진 사장 등의 혐의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 검찰은 삼성과 LG간 합의와 별개로 공소를 유지, 형사 사건으로 진행해 지난해 12월 징역 10월을 구형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조 사장쪽 손을 들어줬다. 세탁기가 파손된 사실은 인정되지만 조 사장 일행때문에 파손됐다거나 조 사장이 세탁기를 파손시킬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봤다.
조 사장이 만약 강한 힘을 가했더라면 세탁기 본체도 흔들렸을 텐데 이같은 모습은 CCTV 상 관찰되지 않았고 조 사장 등의 방문 이후에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다른 원인 때문에 세탁기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배척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