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뒤늦게 보육료 등 일부 완화 검토
[세종=뉴스핌 이진성 기자] 만 0~2세반을 이용하는 영아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맞춤형 어린이집 이용을 놓고 맞벌이 가정과 전업주부 가정에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맞벌이 가정은 어린이집 수요가 한정된 상황에서 좀더 필요한 가정에게 종일반 혜택을 주는 것이 맞다는 반면 전업 가정들은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갈등이 거세지자 지난 16일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17일 뉴스핌은 만 0~2세 아동을 가정 30가구를 토대로 맞춤형 어린이집 이용에 대해 문의한 결과, 맞벌이 가정과 전업 가정의 입장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설문조사에는 맞벌이 가정 19가구와 전업주부 가정 11가구가 참여했다. 30가구 가운데 22가구는 맞춤형 어린이집 이용에 대해 찬성했다. 맞벌이 가정 19가구와 전업주부 가정 가운데 3가구가 맞춤형 어린이집 이용에 찬성했다.
찬성하는 가구들은 부모와 아이와의 애착형성과 어린이집 수요의 한계 등을 언급했다. 반면 맞춤형 어린이집 이용을 반대한 가구들은 빼앗기는 기분 등 형평성에 어긋나는 차별이라는 입장이다.
◆ 맞벌이 가정 "어린이집 수요가 한정적" VS 전업 가정 "형평성 어긋나"
대체적으로 맞벌이 가정과 전업 가정과의 입장차가 뚜렷했다. 맞벌이 가정들은 어린이집 수요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조금 더 필요한 맞벌이 및 저소득층 가정에 혜택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인 반면, 전업 가정들은 내년부터 정부의 양육비용도 축소되는 데 어린이집마저 이용에 제한을 둬선 안된다고 맞서고 있다.
우리나라 만 0~2세 아동 가운데 약 85만7000명이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다.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만 0~5세 아동 144만여명에 절반이상을 차지한다. 매년 출생아수가 44만여명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 40만명의 아동은 가정 내 돌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양육수당을 목적으로 하는 가정도 있지만, 어린이집 수요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이용하지 못하는 가정도 존재한다.
실제 보육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집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4만3742개이며, 이용 아동수는 149만6671명이다. 만 0~5세 아동수가 315만여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도 어린이집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떄문에 맞벌이 가정 가운데 상당수는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싶어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 광명에 거주하는 한 맞벌이 주부는 "아이를 남의 손에 키우게 하고 싶은 가정이 어디 있겠냐"면서 "아이를 맞기기도 어려운 현실에서 조금더 필요한 가정에 종일반 혜택을 주는 것이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 내가 전업주부라면 2세도 안된 아이를 몇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대전 유성구에 거주하는 전업 가정 주부는 "차라리 똑같은 양육비를 제공하고, 그 안에서 어린이집 이용을 자유롭게 하면 안되겠냐"면서 "저출산이라고 강조하면서, 막상 아이를 돌보는 데 있어 편의를 빼앗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맞춤형 보육 주요 내용.<자료=보건복지부> |
◆ 정부, 7월1일 맞춤형 보육 시행‥보육료 등 일부 완화
정부는 맞춤형 보육을 놓고 갈등이 지속되자, 기존 보육료는 종전 지원금액을 보장하고 3자녀에서 2자녀까지 종일반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가정주부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야당에서 맞춤형 보육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한발 물러난 것이다.
다만 전체적인 틀을 바꾸진 않았다. 종일반 이용을 위해 기준 자체를 완화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다. 보건복지부는 맞춤형 보육 제도를 시행한 목적으로 아이와 부모의 애착형성을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맞춤형 보육은 일·가정 양립 제도의 일환이다. 어린이집 이용 자녀(영아, 0~2세)를 둔 맞벌이 가정이 필요한 만큼 보육시설을 적정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영아 어린이집 이용률은 2011년 28.6%에서 지난해 34.0%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용시간은 OECD 주당 평균인 30시간보다 8시간이 더 많다. 사실 본래 목적은 꼭 필요한 가정에 어린이집을 이용하도록 한다는 데 있다. 하지만 어린이집과 전업 가정의 반발을 고려해 구직 및 취업준비, 돌봄필요 가구 등에도 종일반 혜택을 주고 그외 가정은 맞춤형으로 이용시간을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뉴스핌 설문에 응한 가정들은 복지부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과정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정규직이 아닌 가정들은 종일반을 이용하기 위한 증빙절차가 복잡해 사실상 이용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종일반 이용이 줄어들면, 정부도 예산을 아끼게 된다는 점에서 예산 축소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결국 어린아집 등에서 집단 휴업 움직임이 나오고, 정치권도 움직이자 뒤늦게 보육료 및 증빙절차를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서울 금천구의 한 가정주부는 "맞춤형 보육을 이해못하는 국민들에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설명하는 자리를 더 많이 가졌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만약 주부들이 나서지 않았다면,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없었을 것. 정부 말대로 따르면 피해본다는 심리는 더 커졌다"며 뒤늦은 대처에 아쉬워 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