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색채 지우고 금융사CEO 변신중...조선업 대출 부실에 흠집
[뉴스핌=한기진 기자] 탄탄대로를 달리던 김용환(64)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감사원은 김 회장의 수출입은행장 재임 시절 대우조선해양 대출 부실을 지적했다. 징계는 피했지만, 김 회장의 인사자료를 기획재정부와 인사혁신처에 통보해 체면을 구겼다. 이런 상황에서 농협금융의 충당금 급증으로 실적이 악화되자, 농협중앙회로부터 사업축소 압박을 받고 있다.
농협금융 안팎에서는 김 회장이 관료 색깔을 지우고 농협금융의 최고경영자(CEO)로 안착하기 위해 보였던 '이장님' 리더십이 상처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김학선 사진기자> |
20일 농협금융에 따르면 김 회장은 시골 동네 ‘이장님’이라는 또 다른 직함을 갖고 있다. 강원도 홍천군 동면 좌운1리 왕대추마을 명예 이장이다. 2015년 5월 취임 첫 외부 행사도 이 마을에서 모내기와 브로콜리 순 따기 작업을 했다.
뉴욕, 런던 등 글로벌 금융시장을 누비고 다니던 김회장은 취임이후 줄곧 농촌마을 등을 찾아다녔다. 밀집모자를 쓰고 장화를 신고 현장을 누볐다. 취임 첫 행사로 농촌을 찾았던 것도 이유가 있다. 김 회장은 “농촌 출신으로 농협금융의 수익성을 높여 농업·농촌에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충청남도 보령 출신이다.
이장님에 걸맞게 이미지 변신도 시도했다.
김 회장은 트레이드 마크와 같던 검정 뿔테 안경을 NH금융지주 회장이 된 직후, 테가 반만 있는 반무테로 바꿨다. 그의 안경은 항상 정장 차림을 고수한 패션 스타일과 함께, ‘엘리트’나 ‘영국신사' 같은 이미지를 연출했다. 반무테를 착용하면서 엘리트 이미지를 벗고 이장님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외형적인 변신못지 않게 리더십도 많이 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원래 ‘원칙주의자’였는데 농협금융에 온 뒤로는 ‘소통’과 ‘협업’을 우선하는 것으로 변했다. 현장경영을 중시하면서 소통을 통한 일 처리를 많이 한다. 취임 직후 사내게시판에 ‘CEO와의 대화방’을 개설,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듣는다.
김 회장은 ‘농협금융 2020 중기전략’에서 본인의 의지가 담긴 ‘해외진출 강화’를 담아 과거 농협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중국 공소그룹과 합작 투자 등 중국, 미얀마, 베트남 등지에 교두보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런 사업들이 김 회장 자신의 ‘과거’에 발목 잡힐 위기다. 최근 농협 내부에서도 신규 사업보다는 리스크관리를 우선시한다. 김 회장은 "조선·해운업 등 5대 취약업종에 몰린 부실채권을 ‘빅배스’(Big Bath) 등을 통해 대거 정리하겠다. 또 조선·해운을 비롯한 대기업에 대한 신규 여신은 최대한 자제하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농협금융 내부에서는 김 회장이 농협은행, NH투자증권, 농협생손보의 방패막 역할을 할 때라는 목소리가 크다.
농협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시중은행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단계가 이제서야 됐는데 조선업 대출 충당금과 중앙회의 금융사업 축소 움직임에 우려가 크다"면서 "김 회장이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