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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태칼럼] 강남구청의 태극기 게양 강요와 국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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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회귀적 국가주의 잔재를 극복해야 한국경제가 산다

일요일 아침 9시다. 늦잠을 잤다. 지난 한 주 내내 열대야가 이어져 잠을 설쳤는데 전날 내린 비 덕분인지 모처럼 선선한 날씨에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싫다.

딩동 초인종이 울린다. ‘아침부터 누구지’ 하는데 거실에 있던 아내가 “누구세요”라고 묻는 소리가 들린다. “강남구청입니다”라는 남자 목소리가 인터폰을 통해 들려온다. 잠시 후 문을 열어준 아내와 두런두런 얘기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거실로 나갔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아내는 “이 사람들 어떻게 된 거 아니야” 하면서 발코니로 가 태극기를 단다. 7월17일 제헌절을 맞아 강남구청 공무원이 태극기가 걸려 있지 않은 집을 가가호호 방문해 국기를 게양하라고 권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관공서나 공공기관이 아닌 이상 국기를 게양하는 것은 국민들의 자발적 애국심에 기초해야 한다. 공무원이 일요일인 국경일에 ‘강남구 가구별 태극기 게양 현황’(가칭) 보고서 작성을 위해 국기가 걸려 있지 않은 집을 체크하고 방문하는 것은 북한식 ‘5호담당제’를 떠올리게 해 섬짓한 느낌마저 준다.

아내는 “지난달 현충일 아침에는 발코니에 나갔다가 아파트 가구마다 게양 여부 점검을 위해 돌아다니던 강남구청 공무원과 눈이 마주쳤는데 태극기를 달라고 소리치대”라며 “국기가 없다는 집에 주려는 듯 여분의 태극기도 갖고 다녔어”라고 말했다.

기자는 국경일이나 국가기념일에 국기를 게양하는 습관이 아이들의 교육에도 좋을 것 같아 이미 10여 년 전 태극기를 구입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태극기를 게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조기를 어떻게 달고 왜 다는지 등을 설명해줬다. 아침에 아이들과 같이 눈을 뜨면 “오늘은 누가 태극기 달래?” 하면서 아들과 딸의 경쟁심을 유도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자발적 행위를 누군가가 관리·감독한다고? 그럼 내가 하는 행동이 강남구청의 평가대상이란 말인가? 태극기를 달고 싶지 않은 국민은 비애국자이고 반국가적인 행위를 한다는 것인가? 국민의 애국심이 자생(자발적 발생)하지 않을 경우 정부의 책무는 이를 고취하고 유도하는 것이지 강제하고 감시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강남구청이 내건 삼성동 경기고 앞 제헌절 태극기달기 홍보 현수막. <사진=강남구청>

강남구청(구청장 신연희)의 태극기 달기 운동이 어떤 내용인지 확인해보기 위해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다. 강남구청은 ‘경축! 제헌절 태극기 게양, 수호! 자유민주주의 헌법’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제헌절 모든 가정에 태극기가 달릴 수 있도록 홍보활동을 펼치는데 주민들의 자발적인 태극기 선양 모임인 동별 태극기 사랑 추진위원회와 통반장, 학생 등 자원봉사자를 이용해 집집마다 태극기 달기 호소문을 전달하고, 집을 비운 가구에 대해서는 현관문 등에 홍보물을 붙여 귀가 후 볼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아울러 “구는 지역 내 각 동 주민센터 22개를 대상으로 동별 3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를 1개씩 선정하여 게양률 100% 달성에 도전하고, 경기고등학교 옹벽(400M) 펜스에 바람개비 태극기 187개를 달고, 게양 홍보 현수막을 걸어 국경일 태극기 달기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조성할 방침”이라면서 “제헌절이 비록 공휴일에서 제외되었지만,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제헌절을 맞아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태극기 달기 참여를 바라며, 구는 전 가정에 태극기가 펄럭일 때까지 태극기달기 운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태극기 게양률 100%를 목표로 강남구내 모든 가정에 국기가 펄럭일 때까지 캠페인을 지속하겠다는 의미다.

◆ 태극기 게양 강요와 국가주의의 문제점

국민의 애국심을 강요하는 국가주의는 국가를 최고의 조직으로, 국가 권력을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중심으로 인정하는 정치 원리다. 국가의 이익을 국민의 이익보다 앞세워 국수주의로 변질되기 쉽다.

특히 일제치하에서 망국을, 6·25전쟁을 통해 민족상잔의 비극을 경험한 한국인들에게 국가는 맹목적 애국심과 충성심의 대상이다. 국가와 애국심 앞에 등을 돌리거나 초연할 수 있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태극기 달기 캠페인 등의 작은 행정조차 공무원을 동원한 국가주의로 변질되기 쉬운 까닭이다.

지난달 23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계기로 촉발된 ‘신고립주의’ 후폭풍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브렉시트’는 1차 세계대전 후 심화된 글로벌경제의 불균형과 파시즘이 2차 세계대전으로 귀결된 데 대한 반성으로 출발한 EU의 공동체주의와 통합정신이 퇴색하고 국가주의가 부활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문제는 브렉시트로 촉발된 신고립주의와 국가주의 확산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대외의존도는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율을 말하는데 수치가 높을수록 대외교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 대외의존도는 2014년 98.6%, 2015년 88.1%, 올 1분기 82.3%로 조금씩 하락하고 있지만 30%대에 불과한 일본이나 미국에 비하면 여전히 크게 높다. 게다가 최근 대외의존도가 하락한 이유는 내수가 확대됐기 때문이 아니라 세계경제 불황과 보호무역 강화로 수출입이 감소해서다.

다른 나라와의 공존이 필수인 한국이 살고 한국경제가 부활하기 위해선 신고립주의나 국가주의가 아닌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즉 남북이 중심이 돼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을 묶는 ‘동북아시아연대’나 ‘유라시아연합’ 등 세계경제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는 새로운 연대와 통합을 주도하는 방안 등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강남구청의 태극기 게양 권고로 제헌절 아침을 맞은 아내는 “8월 광복절에 또 오면 어떡하지”라며 걱정했다. 국경일과 국가기념일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즐거운 일이 어느새 누군가의 감시를 받아야 하는 ‘스트레스’가 돼 버렸다. 국가주의를 극복해야 한국경제도 살아난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선임기자 (medialy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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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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