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양진영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신예 차세영이 '운빨로맨스'로 첫 공중파 데뷔를 무사히 마쳤다. 차갑고 도도한 얼굴과 말투 속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승현을 연기하며 그는 '운 좋게도' 꼭 닮은 캐릭터를 만났다며 행복해했다.
차세영은 최근 종영한 MBC '운빨로맨스'에서 제수호(류준열)의 회사 제제팩토리의 그래픽 디자이너 가승현으로 출연했다. 승현은 겉으로 보기에 한없이 차갑고, 빼어난 미모와 늘씬한 몸매 덕에 더욱 거리감이 느껴지는 인물. 하지만 툭툭 내뱉는 말 속에 따스한 진심이 담겨있고, 주변 인물들을 사심없이 챙기는 '외강내유' 캐릭터다. 첫 공중파 TV 드라마 데뷔 소감을 물으니 대번에 "아쉽다"는 그의 말투에서 승현처럼 겉모습과 거리가 있는, 소탈한 평소 성격이 드러났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배운다고 생각하고 촬영에 임했죠. 하루 하루 나가면서 하나 배우고 또 배웠는데 마치면서는 굉장히 아쉬웠어요. 안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다녔어요.(웃음) 많이 아쉽기도 하고 배운 점도 많았고, 진짜 운이 좋았죠. 처음엔 겁을 많이 먹었거든요.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컸어요. 많은 분들이 챙겨준 덕에 처음인데도 주눅들지 않고 연기할 수 있었죠."
신인 배우에게는 찾아올 수밖에 없는 아쉬움. 무엇이 그렇게 아쉽냐 물으니 "너무 사람들과 정이 들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마지막 신에서 거의 눈물까지 흘렸다는 차세영은 정말로 극중 승현과 꽤 많이 닮아있었다.
"3개월 동안 항상 같이 있다 보니 사람들이랑 정이 들었어요. 헤어질 때 너무 아쉬웠죠. 정이 안들 것처럼 생겼지만 쉽게 친해지는 스타일이에요. 케이크를 (류)준열오빠한테 주면서 축하하는 장면이 엔딩이었는데, 정말 뭉클하더라고요. 막 울기는 좀 창피하기도 하고. 눈물 안 보이려고 애를 썼어요. 다 찍으니 그제야 살짝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승현을 연기하며 차세영이 집중한 부분은 뭘까. 승현의 성격을 얘기하며 차세영은 자연스레 그의 따뜻한 속내가 잘 드러났던, 가장 '승현다웠던' 장면을 꼽았다. 드라마가 종영한 지는 제법 시간이 흘렀어도, 승현을 향한 그의 애정은 여전했다.
"솔직 당당한 친구죠. 승현이는 그게 매력이에요. 차가운 외모 속에 항상 따뜻함이 묻어있는 애였거든요. 안챙겨주는 척 하면서 달님(이초희) 신경 쓰고, 아닌 척 하면서 보늬(황정음)를 몰래 챙겨주죠. 특히 우는 보늬 언니한테 쓱 휴지를 건네는 장면이 승현이를 가장 잘 표현한 부분이었다고 봐요. 툭툭 내뱉는 말에 가려진 승현의 속내가 자연스레 드러났죠."
차세영은 지난해 웹드라마 '0시의 그녀'로 데뷔한 신예다. 분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이번 드라마에선 특히나 '제제' 직원들과 한데 어울리는 신에서 주로 등장하며 시너지를 냈다. 그는 "예상하셨겠지만, MT 신에서 진짜 재밌게 찍었다"고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렸다.
"진짜 MT 간 것처럼 술 먹거나 진실 게임하는 부분이 정말 재밌었죠. 저쪽에선 실제로 고기를 굽고, 장면이 튀는지 어쩐지도 모르고 막 먹고 즐겼어요. 항상 대기실 안에서 권혁수 오빠가 지칠 때 쯤엔 분위기를 확 올려줘요. 항상 쳐지지 않게 놀러가는 것처럼 현장을 즐길 수 있었죠. 제가 처음인 걸 아니까 다른 오빠들도 '승현아 이렇게 해보면 어때?' 조언도 해주고요. 팀의 일원이라 정말 행복했죠."
그러고보니 차세영은 권혁수와 '0시의 그녀'에 함께 출연한 바 있다. 다만 그는 "그땐 오빠가 출연한 줄도 몰랐다"면서 다소 굴욕의 에피소드를 밝혔다. 소속사 선배인 황정음의 조언을 떠올리면서는 한없이 고마운 마음을 또 한번 표현했다.
"같이 했던 걸 뒤늦게 알았어요. 어떻게 이럴 수 있죠?(웃음) '0시의 그녀' 리딩 때 혁수 오빠를 본 적도 없었어요. '운빨' 끝나고 '0시의 그녀'를 다시 봤는데 오빠가 나오는 거예요. 이제 와 얘기하기도 미안하고. 아마 그때 쫑파티에 못가서 오빨 못봤나봐요. 하하. 황정음 선배는 연기 측면에서 의지를 많이 했어요. 생각하는 대로 해보라고 많이 조언해주고, '아니면 이렇게도 해볼래?' 제안도 해줬죠. 같이 붙는 신이 있을 때 동선이나 말투 같은 것도 은근히 도움을 줬고요. 몰래 툭툭 쳐서 알려주고. 정말 감사할 뿐이에요."
'운빨로맨스'에서 가승현은 개리(이수혁)를 좋아하는 듯하지만 결국 외모를 전혀 보지 않고 꾸준히 자신을 짝사랑한 이현빈(윤봉길)에게 마음을 연다. 실제로 그의 남자 취향은 어떤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운빨' 시놉이랑 승현 역할 설명을 처음 봤을 때 '이거 난데? 완전 나같아' 했어요. 제 이상형은 배 나오고 푸근한 곰돌이 같은 스타일이거든요.(웃음) 얼굴 잘 생긴 게 조금 부담스러워요. 곰돌이 푸 같은 귀여운 스타일에 더 끌려요. 그래서 더 승현이가 저 같다고 생각했죠. 얼굴 다 필요없고 지고지순한 타입이 당연히 좋죠. 얼굴이 다 무슨 소용인가요. 하하."
혹시나 예능에도 뜻이 있냐고 물으니, 차세영은 "말을 조리있게 못한다"면서도 '먹는 예능'만은 잘할 수 있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평소에도 승현처럼 가방에 초콜릿이나 과자, 간식 거리를 챙겨 다닌다는 그는 "맛집 찾아다니는 게 취미이자 낙"이라며 웃었다.
"혁수 오빠한테 가끔씩 예능 얘기하면 진짜 대단하게 느껴져요. 오빤 말도 잘하고, 재능이 풍부하거든요. 먹방은 사실 너무 하고 싶어요. 평소에 맛집 찾아다니는 게 취미이자 낙이에요. 요번에 제주도 놀러갔는데 너무 많이 기다려야 해서 포기한 맛집이 많았어요. 그래서 예능에서 제가 먼저 먹어보고 싶어요. 하하. 특히나 매운 음식을 제가 꽉 잡고 있어요. 수원에 진짜 맛있는 닭발집이 있는데, 꼭 소개하고 싶어요. 맛집 섭외 주시면 좋겠네요."
이제 막 첫 발을 뗀 신인 차세영. 세련된 외모와 모델같은 몸매 덕에 눈길을 확 잡아 끄는 그는 한 번쯤 꼭 '엄마와 딸' 사이를 연기해보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유난히 모성애를 강조한 작품에 관심이 있다는 차세영은 또래 여배우들과 조금 다른, 차별화된 연기 철학을 갖고 있다.
"모녀 관계를 다룬 작품에 관심이 많아요. 제가 딸로 살아오면서 받은 것도 많고 나중에 엄마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을 자주 하거든요. 아, 처음 연기 시작할 땐 사이코패스를 해보고 싶었죠.(웃음) 지금은 따뜻한 가족 얘기에 더 끌려요. 물론 로코나 액션은 언제나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떤 기회가 온다 해도 놓치지 않을 거예요.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지는, 발전하는 배우로 기억에 남는 게 지금의 목표예요. 저, 잘할 수 있겠죠?"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 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