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출 불허로 기운 분위기…오후 6시 최종 결정
[뉴스핌=최유리 기자] 구글과 한국 정부가 9년째 줄다리기하고 있는 지도데이터 반출 허용 여부가 24일인 오늘 판가름난다. 반출 불허로 분위기가 기운 가운데 정부의 최종 결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보 문제나 국내 기업과의 형평성 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특히 구글과 경쟁하고 있는 국내 포털사와 관련 스타트업 등 IT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구글 책임 없이 권리만" vs "구글맵 활용도가 본질"
이날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연구원에 따르면 지도 국외반출협의체는 2차 회의를 열고 지도데이터 반출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결과는 오후 6시쯤 발표될 예정이다.
권범준 구글지도 프로덕트 매니저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간정보 국외반출 정책토론회에서 ‘공간정보활용을 통한 혁신’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주요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좁혀진다. ▲개인정보 보호 및 안보 이슈 ▲국내 기업 역차별 문제 ▲ 공간정보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그것이다.
지도 반출을 반대하는 쪽에선 구글이 기업의 책임은 회피하면서 정보 이용의 권리만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한다. 공간정보를 지도서비스 고도화뿐 아니라 무인자동차, 증강현실(AR) 등에 활용할 수 있지만 이에 따른 책임에선 벗어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구글은 다국적기업의 과세 기준인 고정사업장(서버)이 국내에 없어 납세 의무나 국내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때문에 납세와 법적 의무를 다하고 지도데이터를 쓰는 국내 기업과 역차별 논란이 흘러나오고 있다.
최희원 인터넷진흥원 수석연구원은 "공간정보는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우리의 자산"이라며 "구글은 국내법을 존중하고 한국과 윈윈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안보나 개인정보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우려도 나온다. 구글이 요청한 1대5000의 상세 지도데이터가 반출될 경우 안보 위협이 커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개인정보 유출 등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책임 회피가 가능하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반면 찬성 진영은 구글맵을 활용한 신규 서비스 개발이나 해외 진출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본다. 세금 문제는 별개의 이슈이기 때문에 산업 발전의 논리로 지도데이터 곳간을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맛집 추천앱을 개발 중인 씨온의 안병익 대표는 "해외 이용자를 겨냥하려면 다국어로 서비스하는 구글지도가 필수적"이라며 "지도반출과 과세는 별개의 사안인데 문제의 본질이 흐려지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 업계 불허 가능성에 무게…구글세 논란 재점화
사공호상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간정보 국외반출 정책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아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업계는 불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결정권을 가진 부처들이 의견 일치를 봐야하는데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안보 이슈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2차 협의체에는 국토지리정보원과 미래창조과학부, 외교통상부, 통일부, 국방부, 행정자치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7개 부처가 참여한다.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장은 "정해진 규정은 없으나 각 부처가 의견 일치를 봐야한다"면서 "이슈별로 의견을 주고받은 후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의 관심은 벌써 반출 여부 결정 이후로 옮겨가고 있다. 어떤 방향으로 결정되든 지도데이터로 재점화된 이른바 구글세 논란이 급물살을 탈 수 있어서다. 이미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되는 등 정치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불허로 결정될 경우 구글이 재신청을 시도할지도 관심사다.
업계 관계자는 "부처 협의로 반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했을 때는 분명 구글을 염두했을 것"이라며 "지금은 남북관계 등으로 구글에 불리한 분위기지만 언제든 재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구글은 2007년 국가정보원에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이후 지난 6월 국토지리정보원에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구글은 정부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며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