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노트7 전량 신제품 교환, 발빠른 '통큰 대응'
"소비자 신뢰 회복이 우선"···내부 결속- 대외 신뢰 효과
[뉴스핌=김신정 기자]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일부 배터리 결함을 인정하고 신제품으로 전면 교체해주기로 한 데 대해 글로벌 기업으로서 책임감을 보여주는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손실이 불가피하겠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선 소비자 신뢰회복을 위한 '통근 결단'을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발빠른 조치였다는 분석이다.
5일 외신과 국내외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이례적으로 신속한 갤럭시노트7 리콜 결정은 좋은 회사의 모범을 보여주는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신제품 경쟁에서는 애플과 중국업체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널리스트 말을 인용해 "배터리 사고가 단기적으론 삼성전자에 악재가 되겠지만 오래 가진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배터리 안전으로 리콜을 한 것은 삼성전자가 처음이 아니며 애플도 올 초 유럽과 다른 지역에서 어댑터를 리콜한 적이 있다"고 했다.
영국의 가디언은 "지난주 현지에서 갤럭시노트7이 판매될 예정이었지만 연기됐다며, 스마트폰 대량 리콜은 전례가 없는 일이지만 삼성전자의 빠른 조치로 손해는 최소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증권사들도 이날 삼성전자의 리콜 사태로 인한 손해액을 추산하며 대체로 전량 리콜 결정은 일단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무선사업부장)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최근 문제가 된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 폭발 사고와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대신증권은 "갤럭시노트7의 리콜이 삼성전자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올 3분기 이익 감소와 판매 부진은 불가피하나 충성 고객의 이탈 방지와 프리미엄 브랜드 유지 차원에서 합리적인 대응방법"이라고 분석했다.
유진투자증권도 갤럭시노트7의 전량 리콜은 단기적으론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으론 매우 긍정적인 조치라고 진단했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품질 논란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을 완화시키고 추락하고 있던 신뢰도를 제고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한 중견기업 CEO는 "제품 결함을 인정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책임질 사람이 생긴다는 측면에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데 전량 교체를 발표해 충격적이었다"며 "삼성전자가 확실히 글로벌기업으로 자리매김했음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이번 리콜로 인한 손실규모는 약 8000억~1조원 가량으로 추산했다. 250만대를 리콜로 처리할 경우 재생폰 활용과 배터리를 제외한 부품 활용 가능성이 커 예상 손실규모는 훨씬 낮을 것이라고 봤다.
이렇듯 이번 삼성전자의 전량 리콜 대응과 공식사과는 내외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글로벌 기업의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모범사례가 되는 분위기다. 앞서 글로벌 기업들의 위기 대응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의 도요타 리콜사태나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사건을 보면, 글로벌 기업들이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결국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더 나아가 기업 전체의 위기로 번졌다. 이들기업들은 지금까지 늑장대응을 한 댓가로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소비자 신뢰도 회복을 우선했고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결함을 인정하고 전량 신제품 교환이라는 파격적인 리콜 대응안을 발빠르게 마련, 이를 공지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지난 2일 긴급 간담회를 통해 "고객 안전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배터리 교체만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사내 임직원들의 활발한 토론을 보며 금전 규모와 관계없이 고객 안전과 품질, 고객만족 차원에서 응대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삼성의 이런 빠른 결단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용주의 경영 리더십과도 맞닿아 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이탈리아 엑소르 이사회 멤버로 이사회에 참석하는 등의 바쁜 유럽출장 일정을 마친 뒤, 삼성전자의 사태를 보고 받고 갤럭시노트7 신제품 교환이라는 최종 리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995년 이건희 회장은 당시 불량률이 12%에 육박했던 휴대전화 '애니콜' 15만대, 500억원원 규모를 불태우라고 지시했고, 곧 품질관리를 중요시 하며 소비자 신뢰 회복에 나섰다. 이후 20여년만에 맞은 또 한번의 위기에 이 부회장은 통큰 결정으로 소비자 신뢰도 회복을 먼저 선택했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