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줄인 건보료 지원, 채권 등 투자로 수익 강조
[세종=뉴스핌 이진성 기자] 오는 2018년부터 건강보험에 매년 충당되는 국고보조금이 끊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정부는 최근 건강보험에 매년 국고 보고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면서, 건보료를 채권 등에 투자해 관리해 나갈 것을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5일 기획재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고위관계자 등에 따르면 내년부터 건보료 누적적립금은 채권 등에 투자된다. 17조원의 누적적립금을 투자해 건강보험 재정 안정성을 꾀하라는 취지다.
기재부는 정부가 매년 건강보험에 국고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투자를 통해 활용하려는 노력은 게을리하면서 정부에만 의존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 듯 정부는 내년도 건강보험 재정지원 예산으로 올해 지원 금액(7조975억원)보다 2211억원 줄어든 6조8764억원을 편성했다.
<사진=보건복지부> |
누적적립금이 17조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건보공단 노조 등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2018년부터 국고지원이 없어지면 건보재정 수지는 2018년 7조4444억원의 적자로 돌아서게 된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선 2018년에만 일시적으로 17.67%가량의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2007~2015년의 최근 9년간 일반회계지원 부족분 4조1556억원과 건강증진기금 부족분 8조1543억원 등 총 12조3099억원을 덜 지급해왔다.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에 따라 정부는‘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일반회계 14%, 건강증진기금 6%)'에 상당하는 금액을 건강보험에 지원해야 하지만 보험료 예상수입액을 적게 산정하는 방법으로 일방적으로 지원규모를 줄여왔다.
이러한 가운데 건보공단에 채권 등의 투자를 요구하면서 자생을 독려한 것은 사실상 국가가 건보료에서 손을 떼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건강보험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2017년 12월이면 정부의 국고보조금이 끊기는 상황에서 중·장기적인 채권 투자를 내세우며 수익을 내라는 것은 건보료를 건보공단이 스스로 해결하라는 취지"라면서 "지금까지 국고를 매년 줄여왔다는 점에서 사실상 정부가 국민 의료비에서 손을 떼고 싶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재부는 이전에도 정부가 국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면서 "보장성을 목적으로 한 건강보험이 국민연금과 같은 수익형 구조로 변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고 보조금 지원을 끊겠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지원 규모를 어떻게 할 것인지 의견이 갈리기 상황이라 앞으로 정부안과 국회 제출 발의된 개정안 등을 바탕으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