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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자산 매입 기준 완화는 사실상 ‘긴축’

기사입력 : 2016년09월09일 02:15

최종수정 : 2016년09월09일 02:15

장기 금리 상승 및 유로화 강세 초래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8일(현지시각)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와 양적완화(QE) 프로그램 등 기존의 정책을 유지했지만 투자자들은 매입 자산의 기준을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려놓지 않고 있다.

만기 8년 이내 독일 국채가 수익률이 예금 금리인 마이너스 0.4%를 밑돌아 ECB의 매입 대상에서 제외된 데 이어 8년 이상 장기물 역시 같은 전철을 밟을 전망이다. 상황은 독일 이외 회원국 국채 역시 마찬가지다.

유로존 <출처=블룸버그>

이날 회의 후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QE 기준 완화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불가피한 수순으로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매입 대상 자산에 대한 기준을 완화했다가 오히려 의도와 상반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장기물 국채 수익률과 유로화 가치를 끌어올려 사실상 긴축과 같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ECB가 QE 기준을 완화해 단기물 국채를 사들일 경우 장기물 국채 수익률 상승을 초래할 여지가 높고, 이에 따라 유로화 가치도 동반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ECB의 부양책 의도와 정확히 상반되는 것이다. 드라기 총재가 자산 매입 카드를 꺼내든 것은 시장 금리를 떨어뜨려 유동성을 기업과 가계로 공급하고, 유로화 평가절하를 도모해 수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단기 금리의 경우 중앙은행의 정책 기조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와 전망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는 데 반해 장기 금리는 채권 수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때문에 ECB가 QE 기준을 완화할 때 단기 금리가 떨어지는 반면 장기 금리가 상승하는 이른바 ‘수수께끼’가 펼쳐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데이비드 슈노츠 코메르츠방크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ECB가 매입 대상에서 제외된 단기물 국채를 사들이기 위해 기준을 수정하면 장기 금리 상승으로 인해 일드커브가 가파르게 뛰는 현상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유로화 역시 기준 완화로 인해 상승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장기 투자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유로화 수요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비라지 파텔 ING 애널리스트는 “유로화 환율에 결정적인 변수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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