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한은, 독자적 판단보다 정부 경기정책 순응, 편승"
[뉴스핌=이윤애 기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4일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한은의 독립성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이주열 총재 취임 이후 정부 외압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금리가 인하했으며, 그 결과 가계부채가 크게 늘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은 "한은의 독립성이 지켜지는 리트머스 시험지는 금리결정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정권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라며 "이 총재가 취임 후 다섯차례에 걸쳐 금리가 인하됐는데 결정은 최경환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주문대로 내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4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이 의원은 "2014년 금리인하 단행 직전 이 총재가 '통화정책 만으로 성장세에 한계가 있다'고 금리인하에 부정적 발언을 했다"며 "그후 최 부총리가 반박을 통해 그 유명한 '척하면 척'이란 발언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당시 최 부총리는 "금리의 '금'자를 꺼내지 않아도 척하면 척이다"고 금리인하 압력성 발언을 해 한은의 독립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해당 발언 뒤 3주 만에 한은은 금리인하 결정을 내렸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은이 저금리 형태로 일관하는 데 독자적인 판단보다는 정부의 경기정책에 순응하기 위해 편승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 정책 전반이 밖으로는 양극화를 걱정하는 척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양극화를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은 "2013년부터 인플레이션 타겟팅이 궤도를 이탈했고, 그때마다 한은은 여러 해명을 했지만 타겟팅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괴리가 벌어지면서 기재부가 한은을 얼마나 압박하느냐를 보고 금리를 예상하게 됐다. 그 대표적 사례가 최 부총리의 '척하면 척'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기재부와 금융위는 분양권 전매 허용 등 가계부채 연관 조치를 다하고, 한은이 금리인하로 기름을 끼얹었다"며 "한은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기 보다 정부와 어떤 회의를 했냐에 따라 끌려다닌다"고 강조했다.
박영선 더민주 의원은 한은을 '잠자는 사자'에 비유해 "잠자는 사자가 병든 사자가 되지 않으려면 이제는 깨어나야 한다"며 "이 상태로 가다가는 한은이 왜 있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신 차려야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 금리인하, "경제활성화 아닌 부동산만 활성화"
여야는 한은의 금리인하를 통한 통화완화 정책이 투자와 소비 진작이라는 효과는커녕 가계부채 증가로 귀결되며 문제만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은 "우리나라 가계부채 잔액이 올해 2분기 기준 1257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하는 등 빠르게 늘고 있다"며 "가계부채의 빠른 증가세가 금융안정을 해칠 위험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은행이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의원은 "한국은행법 제28조 제18호를 보면 극심한 통화팽창기 등 국민경제상 절실한 경우 일정한 기간 내의 금융기관 대출과 투자 한도 등을 제한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가계부채 총량제' 도입을 제안했다.
김현미 더민주 의원은 "이 총재는 소비진작을 통해 내수경기를 견인한다며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췄지만 서민 주거비 부담만 폭증했다"며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정확하게 전세가율 인사, 월세 인상, 서민 부담 증가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광온 의원도 "지난해 주택거래량이 2006년부터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로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했다"며 "경제는 저성장 국면인데 부동산만 나홀로 성장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기활성화가 아닌 부동산만 활성화가 현실화됐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이윤애 기자(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