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WB 연차총회서 추가 금리인하에 부정적 입장 내비쳐
"절대 안 내리겠다는 건 아니지만, 가계부채 감안 신중해야"
[워싱턴 D.C.=뉴스핌 정경환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통화 확장에 대해 완곡하게나마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이 총재는 지난 7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를 통해 금융안정 리스크를 고려, 추가적인 통화 확장은 아주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이 총재가 2016년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계기로 이뤄졌다.
2016년 IMF·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
이 총재는 이 자리에서 "지금까지의 완화정책 결과, 자산시장과 부동산시장에서 가계부채로 금융안정 리스크가 많이 커져 있다"며 "(한은으로선)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증가로 인해 금융안정 리스크가 확대, 금리 인하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제로금리까지는 안 갔지만, 그렇다고 해서 통화정책이 미진하게 대응한 것은 아니다"며 "여러가지 지표를 봐도 지금의 통화정책은 실물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완화적인 수준인 건 맞다"고 언급했다.
이어 "통화정책, 한 번 더 내려도 금리 인하 효과가 있긴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얼마만큼 충분히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다만, 금리 인하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진 않았다.
이 총재는 "그렇다고 금리를 절대 안 내리겠다는 건 아니다"며 "우리가 통화정책에 여력이 있긴 하지만, 금융안정 리스크를 감안할 때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으로 경기 부진에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정정책도 정부가 확장적으로 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우리의 재정건전성은 세계 톱클래스에 들어갈 정도로 여력이 있다는 것.
이 총재는 "한국의 재정정책은 분명히 여력이 있다"며 "오죽하면 재정이 더 많은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하면서 라가르드 IMF 총재 등이 한국, 독일, 네덜란드 등을 꼽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통화정책은 룸(여지)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야 말로 스몰오픈이코노미(소규모 개방경제)다 보니 국제금융시장 변동에 따라 환율이나 자금 변동이 크기 때문에 선진국 만큼의 정책을 펴기엔 아직은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통화정책만으로는 그 한계가 분명하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의 효과를 논할 때 신용경로, 그 중에서도 예대금리를 체크한다"며 "최근의 금리 인하로 예대금리가 내려가는 첫 번째 채널은 작동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리를)한 번 더 내려도 (그 채널이) 작동은 할 것이나, 얼마나 충분히 작동할지는 알 수 없다"며 "그 폭이 얼마나 떨어지는지는 차치하고, 궁극적으로 그런 것들이 소비·투자로 가려면 다른 것들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총재는 이번 간담회에서 한국은행 자체적으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장기적인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은 경기 요인에 대한 단기적인 것일 뿐, 통화정책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며 "우리가 원하는 건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것인데, 시간이 많이 걸리다보니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자꾸 밀리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고령화 쪽에 대한 전담기구나 전문성이 높은 건 아니지만, 한 번 중앙은행 입장에서 우리가 연구를 해서 장기적인 방향을 제시, 정권이 바뀌더라도 계속 밀고 갈 수 있는 모멘텀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