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노조에 양보 다 했다. 더 이상 임단협 추가제시안 없다..강경 대응 고수
노조, 11일까지 추가제시안 없으면 재파업
정부, 파업 시 모든 권한 실행할 것
업계, 긴급조정권 발동 직전 임단협 타결 급물살 전망
[뉴스핌=김기락 기자]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놓고 대립 중인 현대자동차 노사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노동조합과 사측, 정부 모두 ‘초강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파업, 사측은 임단협 추가제시안 불가, 정부는 긴급조정권 발동 등 노사정 모두 ‘마지막 카드’를 내세운 것이다.
11일 현대차와 노동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이날 15차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소집하고, 재파업을 확정할 방침이다. 노조는 이날까지 사측의 임단협 추가제시안이 없을 경우 12일부터 재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정부 입장은 단호하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파업에 대해 더욱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장관은 전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특별직원조회를 열어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재개하면 모든 권한을 실행하겠다”며 파업 검토 중인 노조에 못을 박았다.
모든 권한을 실행하겠다는 이 장관의 발언은 긴급조정권을 발동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파업할 수 없다. 만약 파업하면 불법 파업이 되고 정부는 경찰 등 공권력을 동원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게 된다.
이 장관은 “현대차 노조나 철도노조의 파업은 일반중소기업 근로자 처지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현재 대기업(현대차) 임금을 물가 상승분만큼만 올리고 협력업체 근로자의 임금을 해마다 10% 올려도 100대 60의 비율이 되는 데 10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특근 거부와 24차례 파업했다. 현대차 사상 최장 파업 기록인 지난 1998년 36일의 절반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회사 측은 이로 인해 13만1000여대에 생산 차질, 금액으로는 2조9000억원대의 사상 최대 매출 손실을 보게 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8월 24일 ▲기본급 5만8000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 + 330만원▲재래시장상품권 20만원 ▲주식 10주 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잠정안을 도출했으나 3일 후 이어진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78%의 반대로 부결됐다.
부결 이후, 노사는 팽팽하게 맞서왔다. 사측은 재교섭에서 기본급을 7만원으로 인상했고,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주간연속 2교대제 포인트 10만 포인트를 지급하는 추가안을 냈으나 노조로부터 거부당했다. 임금을 더 인상해달라는 이유에서다.
사측은 지난 4일에도 노조에 재교섭을 요청했지만, 노조가 추가제시안을 요구하며 임단협 기간을 장기화시키고 있다. 또 지난 5일 노조는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경우 현대차그룹 계열사 소속 모든 노조가 전면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결의했다. 지난달 말 파업 기간 동안 이기권 장관의 “파업 지속 시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발언에 대한 항의 성격이다.
사측은 추가제시안을 내놓지 않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에 양보할 거 다 양보했고, (현재로선) 더 이상의 추가제시안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대기아차 서울 양재동 사옥<사진=현대차> |
노사정 모두 최악의 상황이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긴급조정권 발동 직전에 임단협 타결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파업으로 인한 현대차 매출 손실이 이미 3조원에 달하는 데다, 파업 기간 역시 장기화된 탓에 노사 모두 얻을 수 있는 게 적다는 판단에서다.
또 현대차 노조 내부에서 ‘정치 파업’, ‘노노(勞勞) 갈등’ 등 일부 노조원 사이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볼멘소리 역시 노조 집행부에게 부담으로 작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단협 부결 이유가 이 같은 노노갈등이 결정적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노조 내부에서도 이주 내 교섭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연내 타결이 불가능하지 않겠냐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노조 파업 외에도 미국 엔진 리콜 및 소비자 보상 등, 수익성 급감 등 이미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면 파업을 정지시킬 수 있겠지만, 기업 노사 문제에 정부까지 나설 경우, 현대차 이미지가 더욱 실추될 것이다. 긴급조정권 발동 전 임단협이 타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