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예기치 않았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선거 승리 소식에 뉴욕증시는 의외로 축포를 터뜨렸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예상했던 패닉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주요 지수가 1% 내외로 강한 랠리를 펼쳤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값과 미국 국채가 하락하는 등 투자자들은 뜻밖의 ‘리스크-온’ 움직임을 보였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 |
9일(현지시각) 다우존스 지수가 256.95포인트(1.40%) 급등한 1만8589.69에 마감했고, S&P500 지수는 23.70포인트(1.11%) 오른 2163.26을 나타냈다. 나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57.58포인트(1.11%) 뛴 5251.07에 거래됐다.
장 초반 완만한 내림세로 출발한 뉴욕증시는 곧 오름세로 돌아섰고, 장 후반으로 가면서 상승폭을 크게 확대했다.
전날 밤 대선 윤곽이 드러나면서 다우존스 지수 선물이 700포인트 이상 폭락하는 등 패닉을 연출했던 것과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제약과 총기류, 금융 등 이른바 ‘트럼프 종목’의 강세가 두드러졌고, 재생 에너지를 포함해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섹터가 하락하는 등 대선 결과를 반영, 섹터별 등락이 크게 엇갈렸다.
시장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증시 전반의 방향을 예측하는 것보다 트럼프 당선이라는 재료를 근간으로 포트폴리오 재편성에 나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로 급락했던 금융시장이 단기에 급반등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대선 충격 역시 장기화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 투자자들이 역발상 대응에 나섰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스콧 클레몬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만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이날 주가 움직임은 펀드매니저들이 공격적인 포트폴리오 교체에 나선 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아베르딘 애셋 매니지먼트의 제임스 애티 채권 펀드매니저는 “투자자들이 세금 인하를 포함해 트럼프 당선자가 제시한 호재로 무게를 옮겼다”고 전했다.
SPDR S&P 은행 상장지수펀드(ETF)와 리저널 뱅크 ETF가 각각 5% 이상 폭등하는 등 금융 섹터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골드만 삭스가 6% 이상 뛰었고, 모간 스탠리는 7% 이상 랠리했다. 씨티그룹과 웰스파고 역시 각각 3%와 5% 선에서 상승했다.
반면 제너럴 모터스(GM)가 3% 가까이 떨어졌고, 아마존이 2% 이상 내리는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종목과 IT 섹터가 경기 불확실성을 빌미로 하락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금리인상 기대감은 크게 떨어졌다. 연방기금 금리 선물이 반영하는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이날 50% 아래로 하락했다. 이는 선거 전 82%에서 크게 떨어진 수치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1bp 폭등하며 2.07%에 거래됐고, 금값은 0.1% 이내로 완만하게 하락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