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차은택 구속...정유라는 도피
안종범·정호성 "재단 모금은 박 대통령의 뜻" 취지 진술
검찰, 16일 朴대통령 대면조사 방침
[뉴스핌=이보람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 16일 검찰 조사를 받는다. 현직 대통령의 검찰 조사는 사상 처음이다. 국민들은 허탈해 하면서도 철저한 조사를 원한다.
이런 가운데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치 않다. 북핵 등 안보위기와 미국의 새 대통령 선출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 그리고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국경제가 그것이다. 더욱이 국정공백이 생기면서 한국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4일 오전 서울역에 모인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 '정운호 게이트'나비효과…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 검찰 조사까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서 시작된 법조계 비리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최순실 '비선실세' 의혹으로 일파만파 번지며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 검찰 수사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 7월 진경준 전 검사장과 그의 친구인 김정주 넥슨 회장 간 불법 주식증여 등이 세상에 드러나면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넥슨이 우 전 수석 처가 소유 부동산을 비싼 값에 매입한 사실이 확인됐고, 우 전 수석이 정 전 대표를 '몰래' 변호했던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의 뒤를 봐주고 있을 정도로 법조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이후 우 수석의 개인 비리 의혹을 바탕으로 불법적 정관계 유착 사례 등을 추적하던 일부 언론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기업들이 잇달아 대규모 기부금을 전달한 사실을 포착하고 이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특히 현 정부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재단 설립·운영에 깊숙히 관여한 흔적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이화여대에서는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부정입학과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의혹으로만 제기됐던 최씨 사태는 지난달 말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jtbc가 최씨가 사용하던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PC를 입수,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친 것은 물론 각종 국정운영 관련문서를 미리 받았다고 보도한 것.
박 대통령은 다음날 발 빠르게 '대국민사과'를 했지만 논란은 되레 커졌다. "임기 초반 일부 연설문만 보여줬다"는 박 대통령의 담화가 거짓이었다는 다수 언론의 추가 보도기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씨가 재단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각종 이권에 개입한 정황도 속속 드러났다.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을 지냈던 최씨의 최측근 차은택씨가 '문화계 황태자'로 불릴 만큼 정부의 각종 문화사업을 총괄한 것은 물론이고, 문화·체육계 인사에도 압력을 행사한 정황도 포착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2차 대국민사과에 나섰다. 그는 "모두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로 큰 책임을 가슴깊이 통감한다"면서도 "자칫 저의 (의혹과 관련된) 설명이 수사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염려해 모든 말씀을 드리지는 못한다"고 말을 아꼈다.
두 차례에 걸친 대국민사과에도 성난 민심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지난 12일 촛불집회에는 시민 100만명이 몰렸고, 2주 연속 지지율이 5%대를 기록하며 국민들의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했다.
◆결국 박 대통령을 겨눈 검찰 '칼 끝'…16일 참고인 신분 대면조사
이같은 상황에서 관계자들을 속속 조사하던 검찰 칼 끝의 최종 종착치는 결국 박 대통령이 됐다.
검찰은 박 대통령 조사와 관련 "시기는 수요일(16일)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최순실 의혹' 특별수사본부를 설치, 사건 관계자들을 조사 중이다. 지난달 말 영국서 입국한 최씨와 이달 초 중국에서 들어온 차은택씨 등 이번 사건 핵심 인물 2명은 이미 구속된 상태다. 각각 직권남용 혹은 공동강요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안종범 청와대 전 정책조정수석과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중 1명인 정호성 전 비서관도 구속됐다. 안 전 수석은 재단 자금 모금 과정에서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한 공동강요 혐의로,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연설문 등을 최씨에게 넘긴 직무상 기밀유출 혐의 등이 적용됐다.
이밖에 검찰은 최씨 최측근으로 알려진 전 더블루케이 이사 고영태씨, 나머지 문고리 3인방 안봉근·이재만씨,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또 박 대통령과 독대한 것으로 알려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회장 등 일부 기업 총수들도 검찰에 출두했다.
특히 최씨와 안 전 수석 등이 "박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고 박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녹음 파일이 확보되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도 불가피하게 됐다.
박 대통령 역시 이달초 2차 대국민사과에서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 있어 최대한 협조하겠다.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라며 사실상 검찰 수사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검찰은 박 대통령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방법과 장소, 시기 등을 저울질했다. 조사는 대면으로, 장소는 청와대 '안가(안전가옥)'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시기는 오는 16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오는 19일께 기소를 앞둔 최씨 공소장에 포함될 내용이 박 대통령 조사 결과에 따라 달라지거나 법리 적용 등에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그 전에 조사를 마쳐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검찰 수사본부 측은 "조사 이후 상황은 말하기 어렵지만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여야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특별검사법안에 합의했다. 특검은 더민주, 국민의당 두 야당이 합의해 추천하며 대통령이 추천 후보자 중 1명을 최종 임명한다. 수사기간은 최장 120일이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