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의혹 규명보다 일방적 호통 이어질듯
[뉴스핌=황세준 기자] '최순실 게이트' 관련 재계 인사들에 대한 국정조사 청문회가 다음주 시작된다. 재계는 매년 국정감사 때면 벌어지는 '호통치기'와 '망신살 주기'가 재현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 국정조사특위는 오는 6일 오전 10시 제3차 전체회의를 제1차 청문회로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손경식 CJ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김종중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김신 삼성물산 사장, 최광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관리본부장, 박원오 전 국가대표 승마팀 감독 등을 증인으로 세운다.
청문회는 재벌기업들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배경을 조사하기 위한 목적이다. 삼성물산 합병 관련 최순실 연관 의혹의 사실관계 파악도 주요 이슈다.
그러나 재계는 조사보다는 총수들이 국회의원들의 호통치기와 망신주기에 희생양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정감사 등의 전례에 비춰보면 증인의 답변은 듣지도 않고 의원이 생각하는 주장만 늘어 놓는 장면이 연출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실제 올해 국정감사 당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한진해운 사태‘ 와 관련해 융단폭격같은 질책을 받아야만 했다. 여야 의원들은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물류대란에 대해 책임을 느끼는지, 조 회장이 현대상선 만큼 자구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는지를 반복해서 추궁했다.
증인 채택 기업들은 경영 현안을 챙기지 못하고 예상 질문과 답변을 만드는 등 방어준비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는 삼성그룹의 경우 사장단 인사를 미룬 것은 물론 내년 경영계획 수립도 사실상 멈춘 상태다.
외신도 한국 재계 총수들의 청문회 참석이 경제심리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25일 “재벌 총수들을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토록 하면서 경제 심리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증인 채택된 당사자들은 당혹스러운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김신 사장은 지난달 30일 삼성 수요 사장단회의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왜 증인으로 가느냐는 질문에 "어떻게 알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김종중 사장 역시 "묻는대로 하는것"이라고 답변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정조사 과정이 언론 생중계를 통해 그대로 나가는데 총수들이 마치 죄인처럼 호통을 듣는 장면이 연출된다면 기업의 글로벌 대외 신인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재계 일각에서는 고령의 총수들이 장시간 증인석에서 대기해야 하는 점도 가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인으로 채택된 총수 9명의 평균 나이는 66.4세고 최고령은 정몽구 회장(79세)이다. 77세인 손경식 회장의 경우는 지난 7월 폐암수술을 받고 현재 치료 중이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검찰 조사가 이미 진행 중이고 특검도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총수들을 굳이 국정조사장에 불러냈어야 하느냐는 시각도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