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영장‧적색수배, 정유라 몰아붙이는 특검
입시‧삼성지원 등 수사탄력...딸 압송은 최순실 압박카드
[뉴스핌=이성웅 기자] 덴마크에서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체포됨에 따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씨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일 수 있게 됐다. 정유라의 입시 비리와 특혜성 승마 지원에다, 정유라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로 최순실의 입을 열겠다는 특검의 전략으로 해석된다.
2일 법조계와 특검팀 등에 따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해 말부터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수사는 크게 3가지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이 연루된 '삼성 합병' 의혹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정유라 이화여대 입시비리이다.
이 3가지 중 국정농단의 핵심인 최순실씨를 압박할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카드는 정유라씨 관련 비리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달 26일 서울구치소에서 열린 '구치소 청문회'에서 정씨에 대한 질문을 하자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지난 1일(현지시간) 덴마크 북부 올보르에서 최순실씨(오른쪽)의 딸 정유라씨(왼쪽)가 불법체류 혐의로 현지경찰에 체포됐다. <사진=뉴스핌DB> |
특검팀도 이를 알고 있다. 지난달 21일 본수사 개시와 함께 독일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정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특검팀이 정씨의 여권을 무효화시키고,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한 것은 '신의 한수'였다. 이러한 신속한 조치로 정유라는 지난 1일(현지시간) 덴마크 북부 올보르에서 불법체류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체포된 정씨가 조만간 국내에 들어와 특검에 신병이 인계되면 관련 수사에 탄력이 붙게 된다. 특검법상 정씨가 연루된 수사대상은 서울 청담고와 이화여대 입시·학사·성적 등에 걸친 전반적인 비리와 삼성 등 대기업이 정유라의 국내외 승마훈련에 특혜성 지원을 줬다는 의혹 등이다.
특검팀은 정씨의 체포를 염두에 두고 어느정도 사전작업을 마무리한 상태다. 지난달 29일에는 최경희 전 이대 총장을 비롯한 관련자 연구실·거주지와 대한승마협회 등을 압수수색했다. 30일 새벽에는 정씨의 성적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 류철균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를 긴급체포해 다음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정씨의 독일 승마 훈련 지원과 관련해선 특검팀이 본수사 개시 전부터 대한승마협회 회장에 재임 중인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과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과 사전 접촉해 수사를 준비했다. 지난달 29일 특검에 공개소환된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에 대한 조사도 연관이 있다.
특검팀은 삼성에서 정씨의 승마훈련을 지원한 배경에 '삼성 합병'이 있는 것은 아닌지 집중 수사 중이다. 만일 최씨 모녀에 대한 삼성의 지원이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의 대가라면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
정씨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수록 지금까지 특검의 소환에 단 한차례 응했던 최씨도 고자세를 유지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정씨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정씨에 대한 특혜에 최씨가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 밝혀지거나 모녀가 상반된 진술을 할 가능성이 있어 특검 입장에선 정유라 송환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관계기관과 협조해 정유라를 신속히 송환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