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세월호1000일] 9송이 장미와 '1000일의 마중'

기사입력 : 2017년01월09일 13:29

최종수정 : 2017년03월03일 13:14

"1000일 동안 있게 해서 미안해. 마중나갈게"
미수습자 가족들, 장미 꽃 들고 밤바다로

[진도/뉴스핌=김범준 이보람 기자] "우리 딸, 1000일 동안 있게 해서 미안해. 엄마가 마중나갈게."

세월호 참사 10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미수습자 가족휴게소. 밤 9시가 넘은 늦은 시간, 미수습자 조은화 양의 부모 이금희 씨와 조남성 씨, 허다윤 양 부모 박은미 씨, 허흥환 씨는 무언가 준비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제 '숙소로 가셔서 주무셔야할 시간 아니냐'고 묻자, "마중나간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8일 저녁 진도 팽목항 가족휴게소에 놓인 9송이의 장미꽃 <사진=이보람 김범준 기자>

늦은 시각 이날의 마지막 방문손님이 있는 것일까. 잠시 지켜보는 중 낮엔 보지 못한 테이블에 놓인 장미꽃 9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붉은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장미꽃이 한 송이씩 곱게  놓여져 있었다.

누군가 미수습자 9명이 하루빨리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장미 9송이를 놓고 갔나 생각하던 찰나, 이금희씨가 "꽃 너무 예쁘죠! 향기가 어쩜 이리 좋을 수 있어요"라고 말을 건네며 꽃을 들어보였다. 짭짤한 바다 냄새와 뒤섞인 장미꽃 향기가 코를 간질였다.

그들이 말하던 마중은 세월호 참사 1000일이 되도록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들이 돌아오길 바라며 나서는 '1000일의 마중'이었다.

8일 저녁 진도 팽목항 가족휴게소에서 9송이의 장미꽃을 들어보이며 이야기를 나누는 허다윤 양 어머니 박은미 씨(왼쪽)와 조은화 양 어머니 이금희 씨 <사진=이보람 김범준 기자>

꼭 1000일이 되는 날인 내일(9일) 아침 사고 지점 근처인 동거차도·병풍도 앞바다 바지선 앞까지 출항할 계획이었지만 날씨가 돕지 않았다. 강풍과 거친 파도로 출항이 어렵다는 전망에 위험을 무릅쓰고 전날 밤바다 항해를 결정한 것이다.

동거차도·병풍도 앞바다는 팽목항으로부터 뱃길로 약 30km, 한 시간가량 떨어진 세월호 침몰 지점이다. 미수습자 가족의 요청으로 해양수산부와 국민안전처 해경이 일반어선(낚시배)를 마련해줬다고 이들은 전했다.

밤 11시경 출항을 앞두고 "밤바다, 위험하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이씨는 "애들은 오히려 (위험을 무릅쓰고) 아침에 엄마들이 오는 거 싫어할 거다"며 자녀의 마음을 생각했다.

그는 이어 "우리 딸은 지금 어둡고 무서운 바닷속에 갇혀있는데 매일 마중 가지 못해 미안하다"며 "하루빨리 엄마 품속으로 돌아올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한 것도 할 수 있다"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또 "주기, 1000일에 의미를 두는게 아니라, 꼭 찾겠다는 약속을 하려고 간다"면서 "미수습자들이 아직 나오지 못하고 있는 바다에 장미꽃 한 송이씩 주고 오려고 한다"고 웃어 보였다. 묻어나는 애잔함은 미소와 장미꽃의 향기로 다 덮을 순 없었다.

박씨 역시 "내일 1000일을 맞아 좀 이따가 바다에 나가서 다윤이 마중다녀 와야죠. 미안하고 보고 싶었다고..."라며 심경을 밝혔다.

이윽고 밤 11시. 다윤 어머니·아버지와 은화 어머니는 딸들을 만나기 위해 팽목항에서 약 1.5km 떨어진 서망항으로 향했다. 은화 아버지는 9일 오전 일찍 국회를 찾을 예정이라 함께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약 1시간 앞두고 '1000일의 마중'을 나서는 미수습자 가족들이 서망항에서 배에 오르고 있다.<사진=뉴스핌 이보람 김범준 기자>

서망항에 도착한 세 사람은 미리 준비된 '블루피싱호'에 올랐다. 아이들이 있는 바다에 도착하면 자정이 된다. 그들은 그렇게 1000일을 맞이할 것이다.

출항을 앞두고 다윤 아버지는 연거푸 담배를 물었다. 한숨과 함께 흐드러진 담배 연기 너머로 부슬부슬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1시간 뒤 1000일을 앞둔 미수습자 가족들의 눈물이었을까.

"저희가 도와드릴 것이 이것밖에 없네요. 조심히 다녀오세요"라는 말과 함께 취재진이 건넨 핫팩을 받아들고, 블루피싱호는 밤바다의 거친 파도를 가르며 '1000일의 마중'을 나섰다.

자정을 조금 앞둔 8일 밤 11시경, 미수습자 부모를 싣고 세월호 침몰 지점을 향해 출항하는 블루피싱호 <사진=이보람 김범준 기자>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돌연 취소된 '2+2 통상협상' 왜?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5일(현지 시각) 미국 현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2+2 재무·통상 협의'가 돌연 취소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측이 한국 대표단에 '양해'의 뜻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설명이지만, 외교상 결례에도 불구하고 협의를 미뤄야 했던 배경에는 한국 협상단을 길들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오전 9시경 이메일로 미국 측으로부터 협의 취소를 통보 받았다. 이날 오전 구 부총리는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당시 인천공항 대기실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기재부는 이 같은 사실을 오전 9시 30분께 언론에 공개했고, 구 부총리는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오전 9시 50분께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날 회의가 취소가 된 배경에 대해 기재부 측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긴급한 일정'에 대한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측이 이메일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협상 관련 구체적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미국과의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김 장관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등을, 여 본부장은 제이미스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각각 만난다. 하지만 양국 경제·통상 수장이 구체적 이유 없이 협의를 돌연 취소한 배경으로 한미간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 아니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일 미국으로 출국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귀국할 예정이지만, 고위급 협상에 진전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1000억달러(약137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미국 정부에 제안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보다 먼저 관세협상을 타결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 짠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5500억달러(약 757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약속하고 미국과의 상호관세 15%부과에 합의했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다만 한국 정부가 제시할 투자 규모에 미국 정부가 만족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최근 소셜미디어(SNS) 엑스(옛 트위터)에 공개한 일본 대표단과의 협상 사진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대미 투자액을 상향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투자액이 나온다. 애초 일본이 제시한 투자액 4000억달러는 펜으로 그어져 있고, 그 위에 5000억달러라는 숫자가 써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일본의 대미국 투자액은 5500억달러라고 공개했다. 협상액보다 500억 달러가 높아진 셈이다. 촉박한 협상 일정을 무기 삼아 미국이 비관세 영역도 손보려는 의도가 아니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025년 미국 무역대표부의 비관세 장벽 보고서(NTE)에서도 한국의 방산·통신·원전 분야를 지적했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산과 통신은 미국 기업의 진입 장벽이라는 측면에서 구조 개선에 대한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wideopen@newspim.com 2025-07-24 18:42
사진
특검, 한덕수 자택·총리공관 압수수색"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내란특검팀이 24일 국무총리 서울공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특검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검은 이날 한덕수 전 총리 자택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07.02 leehs@newspim.com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이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한 전 총리 등을 다시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검토할 전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sheep@newspim.com 2025-07-24 13:5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