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평창올림픽 시공업체 '누슬리' 등 여러 곳 검토 지시"
"인사·K스포츠·더블루K 등 최순실과 관련된 것 몰랐다"
[뉴스핌=이보람·김규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실소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스포츠컨설팅회사 '더블루K'를 직접 언급하며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게 직접 만나보라는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는 19일 오전 10시부터 이번 탄핵심판의 제7차 공개 변론을 열었다.
이날 오전 재판에는 김상률 전 수석이 증인으로 출석해 2시간 가량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운영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최 씨의 이권개입 정황, 평창동계올림픽 시공업체 선정과 관련된 의혹, 본인 인사 과정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김 전 수석은 특히 "박 대통령이 업무용 전화를 통해 '더블루K 대표를 만나 사업계획이나 방안을 확인해보라'고 지시했고 이에 조성민 대표를 만나 식사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당시 대통령이 김연아 선수처럼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국위선양할 인재 육성에 관심이 많았다"며 "더블루K라는 회사가 스포츠 인재 육성에 좋은 마케팅이 있다고 하니 이를 들어보라는 차원에서 (조 대표를 만났다)"고 덧붙였다.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청문회에 출석한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
문제는 박 대통령이 만남을 지시한 민간회사가 더블루K 한 곳 뿐이었다는 사실이다. K스포츠재단이 정부의 스포츠인재 육성을 위해 설립된 단체가 맞다면 그와 함께 일할 민간회사 역시 여러 곳이 논의됐어야 한다. 강일원 주심재판관 역시 이를 문제삼았다.
김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이 언급한 민간회사가 더블루K 한 곳이었고 실제로 자신이 만난 민간업체도 이 곳 뿐이었다는 점을 시인했다.
그는 다만, 더블루K와 K스포츠재단에 최 씨가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했다. 특히 문화체육 분야가 본인이 속한 교육문화수석실 소관은 분명하지만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해서는 들은 것도 아는 것도 없다는 주장도 펼쳤다.
또 박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시설 건설사업에 스위스 시공업체 누슬리를 검토해보라고 지시한 정황도 드러났다.
김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이 예산절감 차원에서 누슬리라는 회사를 포함해 여러 곳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을 통해 누슬리라는 회사를 처음 들었다"며 "여러 회사를 검토해 본 결과 예산절감 차원에서 대림산업과 별 차이가 없었다"고 누슬리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시공업체로 선정된 대림산업이 예산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도 누슬리가 최종 시공사로 결정됐고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최 씨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또 당시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최초 시공업체를 대림산업으로 선정한 후 사퇴 압박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저도 그 이야기를 듣고 당황했다"고만 했다.
김 전 수석의 이런 답변에 국회 소추위원과 재판관 등은 수 차례 비슷한 질문을 이어갔지만 결국 돌아오는 답변은 같았다. 이에 교문수석으로서 역할과 직무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소추위원 측 지적이 이어지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의 언론 탄압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정윤회 문건' 최초 보도 이후, 이를 보도한 세계일보 관계자를 한 시간 가량 만나긴 했으나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고 문건 보도 관련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전 수석은 본인의 인사를 외조카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처음 제시한 것은 맞지만 여기에 최 씨가 관여된 사실은 몰랐다고 증언했다.
피청구인 측 법률대리인이 "교문수석 자리를 차은택이 처음 제시했냐"고 질문하자 그는 "네"라고 답했다. 이어 "차은택이 '(자신이)틀림없이 교문수석에 임명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아니고 자기가 추천한 사람 중 한 사람'이라고 했다"며 "당시 차은택이 최순실을 언급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의 이같은 발언은 그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차은택이 자신을 추천한 것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증언한 것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위증 논란이 일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