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미국 경제가 지난해 4분기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로 기업 투자는 기지개를 켰지만 3분기 성장에 기여했던 수출 효과가 사라지면서 성장률은 2%에도 못 미쳤다.
27일(현지시각) 미 상무부는 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연간 환산 기준 전기 대비 1.9% 증가했다고 잠정 발표했다. 성장 속도는 2분기 3.5%보다 느려졌다. 2016년 전체 성장률은 1.6%로 2011년 이후 가장 낮았다.
4분기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은 것은 수출이었다. 3분기 성장률에 크게 기여했던 대두 수출 증가 효과가 사라지면서 4분기 무역은 성장률에 1.7%의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왔다.
미국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추이<그래프=미 상무부> |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출의 부정적 효과가 일시적이라고 진단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스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GDP 성장률이 3분기 연간 기준 3.5%에서 4분기 1.9%로 둔화한 것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경계하려고 한다"며 "3분기에는 대두 수출이 성장률을 촉진했고 4분기에는 그것이 부진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6년 상반기 성장이 굉장히 약했지만, 하반기 성장은 미국의 잠재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속도로 성장했다고 진단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언 셰퍼드슨 이코노미스트는 "4분기 GDP 성장을 제한했던 것은 무역이었다"면서 "1분기 성장에 무역은 중립적이거나 소폭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의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규제 완화와 감세 등에 대한 기대가 기업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판단했다. 4개 분기 연속 위축했던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3.1% 증가했는데 유가 상승에 따른 가스와 원유 시추 작업 증가에 기인했다. 석유·가스 시추에 대한 기업 투자는 3분기 30.0% 감소한 데 이어 4분기에는 24.3% 증가했다. 다만 3분기 12.0% 증가했던 비거주 건설지출은 4분기 5.0% 감소했다.
ING의 롭 카넬 이코노미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규제 완화 기대로 증가한 기업 투자에 주목했다. 그는 "정부가 인프라 지출을 늘리는 것을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해도 미국 경제는 양호한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셰퍼드슨 이코노미스트는 "2017년 초 새 의회가 재정 부양책을 승인하기도 전에 미국의 내수 경제는 모멘텀을 가지고 있다"며 "다소 약한 지표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완전 고용에 근접한 경제에서 기업 투자가 늘어나면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기조가 강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카넬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매파들이 기업 투자 증가에서 자신감을 얻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이것은 시장이 다음 연준의 금리 인상 시점에 너무 신중하다는 또 다른 근거"라면서 "연준이 6월까지 기다릴 이유가 많지 않고 3월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미국 경제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소비지출은 4분기 중 2.5% 증가했다. 다만 3분기 3.0%보다는 증가율이 낮아졌다.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2.2% 상승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3분기 1.5%보다 상승 폭이 가팔라진 것이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1.3% 올라 3분기 1.7%보다 상승 폭을 줄였다.
국내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자 기업들은 재고를 쌓았다. 4분기 기업 재고는 3분기 71억 달러보다 증가한 487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로써 기업 재고는 GDP 성장률에 1.0%포인트를 더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