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따른 충격이 이틀 연속 뉴욕증시를 강타했다. 주요 지수가 약세를 보인 가운데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팔자’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보호주의 정책에 따른 리스크가 투자 심리를 압박한 가운데 기업 실적 역시 지수를 추가로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 |
31일(현지시각) 다우존스 지수가 107.04포인트(0.54%) 하락한 1만9864.09에 마감했고, S&P500 지수도 2.03포인트(0.09%) 떨어진 2278.87을 나타냈다. 반면 나스닥 지수는 1.07포인트(0.02%) 소폭 오르며 5614.79에 거래를 마쳤다.
반이민 정책과 비자 프로그램의 개편이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의 수익성에 타격을 주는 등 미국 경제 펀더멘털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렸다.
무역부터 이민까지 보호주의에 중점을 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리스크가 이른바 트럼프 랠리를 꺾어 놓았다는 분석이다.
이날 민주당이 보이콧에 나서면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지명자와 톰 프라이스 보건장관 지명자의 인준 투표가 무산되는 등 각료 구성에도 제동이 걸린 양상이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새 정부 출범 후 첫 통화정책 회의를 시작한 가운데 투자자들은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금리인상이 예고된 만큼 속도를 내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일 종료되는 이틀간의 회의에서 금리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20%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채권 트레이더들은 올해 첫 금리인상 시기를 6월로 점치고 있다.
FXTM의 후세인 사예드 전략가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이번주 증시는 연준 회의와 기업 실적 및 경제 지표에 시선을 둬야 마땅하지만 백악관이 주가를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화당의 연대가 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투자자들은 재정 확대가 실행되지 못한 채 보호주의가 실물경제에 흠집을 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헬스케어 업계 경영자들과 백악관에서 회동을 갖고 약값 인하와 함께 의약품 개발 및 제조 거점을 미국에 둘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그가 미 식품의약청(FDA)의 신약 승인 절차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아이셰어 나스닥 바이오테크놀로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장중 3% 가량 랠리했지만 증시 전반의 방향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로버트 파블리크 보스톤 프라이빗 웰스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주식시장 전반에 걸쳐 반이민 정책이 몰고 올 파장에 대한 우려가 높다”고 전했다.
경제 지표는 엇갈렸다. S&P 코어로직/케이스 쉴러가 발표한 지난해 11월 전국 주택 가격 지수가 연율 기준 5.6% 상승했다. 20대 도시 가격 상승률은 5.3%로 시장 전문가의 예상치에 부합했다.
반면 1월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소비자신뢰지수는 111.8을 기록해 시장 전망치인 113.0을 밑돌았다.
종목별로는 요가복 업체 언더아머가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 4분기 실적을 내놓은 데 따라 25% 폭락했고, 엑손 모빌도 수익성 부진에 1% 이상 내렸다.
대표적인 트럼프 트레이드 종목인 골드만 삭스가 2% 가까이 하락하며 다우존스 지수를 압박했고, 애플도 0.3% 완만한 내림세로 거래를 마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