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알맹이 없는 연설'..주가는 최고치 랠리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8일(현지시각) 의회 연설이 공염불이었다는 평가가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 지배적이다.
주요 정책과 관련, 기존의 발언에서 진전된 내용을 찾기 어려웠고 실제 이들을 어떻게 집행할 것인가에 대한 근거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투자자들은 관심을 연방준비제도(Fed)로 옮기고 있다. 오는 14~15일 열리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인지 여부를 둘러싼 의견들이 확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연설 <출처=백악관 영상 캡처> |
1일(현지시각) 세 자릿수의 상승세로 출발한 다우존스 지수는 장중 300포인트 이상 랠리하며 2만1000선을 뚫고 올랐다.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 역시 동반 강세를 보이며 상승 폭을 장 후반 1% 선으로 확대했다.
주가 움직임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연설에 대한 월가 이코노미스트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알맹이 없는 발언이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친 연설이 궁극적으로 주가에 하락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씨티그룹의 데이비드 루빈 이코노미스트는 투자 보고서를 통해 “세금 인하를 중심으로 재정 확대에 대한 세부안이 거의 없었고, 자본 지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공허한 연설이 국내외 리스크 요인들을 부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노무라 증권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사안의 불확실성을 실질적으로 해소하지 못했다는 진단을 내렸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폴 애쉬워스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 내부적으로도 국경세를 포함한 주요 정책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ING의 롭 카넬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낙관적인 시장 심리가 단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앞으로 수개월 사이 정책 시행의 지연에 따른 하락 압박이 증시 전반에 번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사진=블룸버그> |
이날 블룸버그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일보 후퇴했고, 이는 대선 공약의 의회 승인이 험로를 연출할 것이라는 사실을 예고한다고 해석했다.
투자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소화하는 사이 시장의 무게 중심은 연준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이날 장중 정책 금리에 가장 민감한 것으로 꼽히는 2년물 국채 수익률이 2009년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오는 14~15일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년물 국채 수익률이 8bp 뛴 1.296%에 거래됐고, 10년물과 30년물 수익률 역시 각각 10bp와 9bp 치솟았다.
달러화도 상승 탄력을 받았다. 달러 인덱스가 0.45% 상승한 가운데 달러화는 엔화와 유로화에 대해 각각 0.9%와 0.3% 상승했다.
이날 상무부가 발표한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연율 기준으로 1.9% 상승해 정책자들의 목표치인 2.0%에 바짝 근접했다. 핵심 물가 역시 1.7% 뛰었다.
전날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CNN과 인터뷰에서 비교적 가까운 시일 안에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밝혀 3월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겼다.
업계에 따르면 채권시장의 이달 연준의 금리인상 전망이 67.5%까지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2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18만8000건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용 지표가 호조를 이룰 경우 투자자들의 금리인상 기대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리처드 맥과이어 라보뱅크 인터내셔널 채권 전략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연준이 트럼프 대통령을 압도하고 있다”며 “규제완화와 인프라 투자, 세금 인하까지 정책에 대한 진전된 내용이 제시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시장의 관심은 연준의 매파 목소리에 집중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