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부장 직급 파괴·조직문화 개선..'김 팀장님'은 그대로
[뉴스핌=김겨레 기자]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컬처혁신'이 2일 본격 시작됐다. 이날부터 직원들은 서로 호칭을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의 직급이 아닌 "OO님"이라고 부른다.
삼성전자는 지난 1일자로 부장급 이하 직원을 대상으로 정기인사를 단행하고 직급을 없애는 인사제도 개편도 시행했다. 지난해 6월 이같은 개편안을 발표하고 시범 운영도 했지만 본격 시행 첫날 직원들은 아직 익숙치 않다는 반응이다.
한 과장급 직원은 "며칠전까지 부장님이라고 부르다가 갑자기 이름을 부르기가 아직은 어색하다"며 "'선배님'이라고 하거나 직접적인 호칭은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부서의 한 사원은 "일이 없을 때도 야근을 하는 '눈치성 야근'과 주말 출근은 이미 대폭 줄었다"며 "지난해 '스타트업 컬처혁신' 선포 후 회사 차원에서 명시해두니 간부급이 신경쓰고 있는것 같다"고 전했다.
컬처혁신 선포식 행사에 참석한 임직원들이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컬쳐혁신은 경직된 관료주의 문화와 시대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과 관행을 버리고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처럼 유연한 조직문화를 이식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사원부터 부장까지 기존 7개 직급은 직무역량 발전 정도를 나타내는 CL(Career Level) 1~4로 단순화했다. 사내 인트라넷에서 이름을 검색하면 나오던 직급도 사라졌다.
삼성전자는 호칭뿐만 아니라 회의와 보고, 휴가 등 전반적인 기업문화를 개선했다. 회의 시간은 1시간 이내로 정하고 필요 인원만 참석하도록 명시했다. 휴가 역시 연간 휴가 계획을 자유롭게 수립하도록 했다.
매월 21일 급여 지급일에는 회식과 야근 없이 정시에 퇴근하는 '패밀리 데이'와 하계 반바지 착용은 지난 여름 이미 도입했다.
다만, 이재현 CJ 회장까지도 '이재현 님'이라고 부르는 CJ그룹과 달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재용 님'이라고 불릴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임원을 비롯해 보직을 가진 팀장, 그룹장, 파트장 등은 해당 보직으로 부르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12년부터 최고조직책임자(COO)를 맡고 있다.
한편, 재계는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이같은 조직문화가 뿌리내리면 다른 계열사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실제 지난해 4월 삼성전자가 시행한 '자율출퇴근제'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 등 전자계열사도 도입했다. 주말과 공휴일에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을 허용토록 한 쿨비즈 제도 역시 금융계열사를 제외한 전 계열사 전반에 확산됐다.
[뉴스핌 Newspim] 김겨레 기자 (re97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