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뫼비우스 단상] 상큼한 기습

기사입력 : 2017년04월07일 19:51

최종수정 : 2017년04월07일 19:51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일상에 흔히 보이는 것들로 뫼비우스적, 그 이상의 상상 여행을 하려 한다. 주변의 사물들엔 저마다 독특한 내력이 숨어 있고 어떻게 빚느냐에 따라 보석이 되기도 하고 나침판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출발한 여행의 과정에 어떤 빛깔의 풍경이 나타날지, 그 끝이 어디까지 다다를지 필자 자신도 설레인다. 인문학의 시대라고 하는데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 메타적 성찰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사물과 풍경, 시대와 인문을 두루 관통하면서 색다르면서도 유익한 여행을 떠나려 한다.

어릴 적에 뒤에서 누군가 갑자기 두 손으로 내 눈을 가리는 장난을 치곤 했다. 그 순간 마치 시력을 상실한 듯 앞이 캄캄했다. 기습적으로 당한 만큼 아찔한 공포 속에 상큼한 스릴이 담겨 있었다. 콘텍트 렌즈가 보급된 지금은 그런 장난이 위험할 것이다. 지금도 지속되는지 모르겠지만 추억인 것만큼은 사실이다.

개화기 때 서울에 가로등이 처음 켜진 날 그 자리에 있던 시민들은 놀라움이 컸을 것이다. 그 순간의 충격과 감격을 오래 잊지 못할 것이다.
이것들과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청소년기에 극장에서 느껴진 감각이.
영화 표를 끊고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밝은 대낮의 빛에 익숙해 있던 눈은 어둠을 맞자 마치 시력을 상실한 듯 사방이 깜깜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둠 속의 사물이 인지되는데 시간이 걸린다.
영화 관람을 마치고 극장을 빠져나온 순간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햇빛이 너무도 시린 것이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은 밝은 대낮의 빛을 견디지 못해 감긴듯 가늘어진다. 실눈을 통해 주변이 순간 마치 하얀 색처럼 보인다.
어둠과 빛의 폭력에 눈이 감당 못한 셈이다. 눈이 순간 적응이 되지 않아 어둠과 빛의 실체를 무서우리만치 섬뜩하게 겪은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시력이 점차 복원되어 원래의 풍경을 볼 수 있게 된다. 영화 자체도 즐거웠지만 빛과 어둠 속에서의 낯선 혼돈, 그 역시 내겐 상큼한 경험이었다.
그것이 사라지다시피한 것이 현대의 극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요즘의 극장은 입장하기 이전부터 시각을 어둠에 서서히 익숙하는 것이 많다. 옛날처럼 대로에서 매표소의 표를 사면 바로 들어가는 구조가 아니라 복합 쇼핑몰 안에 대개 들어있어서이다. 물론 아직도 옛날 방식의 극장이 있긴 하다.
극장 단독으로는 수입이 나기 어려울 것이다. 극장 건물 하나를 지으려면 넓은 부지에 건축비가 제법 든다. 옛날에야 땅값도 싼 편이고 극장도 드물었기에 경쟁력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극장도 많이 생기고 티브이, SNS 등 경쟁 상품들이 많고 땅값도 비싸기에 극장 단독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쇼핑, 식사 등등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복합 쇼핑몰 안으로 이동해 간 것이 많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중의 하나가 상기한 시각 체험의 상실이다.
극장 관계자의 입장에서나 소비자 입장에서도 문제 거리도 아닐 것이다. 일반론으로 삼기에도 다소 문제가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사소한 것에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어 보인다. 인류의 문명사는 그런 감각을 잠깐 동안 갖다가 더 이상 갖지 못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처음부터 이야기를 풀어보자.
태곳적부터 사람은 자연적인 빛과 어둠에 익숙해 있었다. 불이 발견되었지만 그것을 전복시킬만한 힘은 되지 못했다. 자연 속에 약간의 작위를 첨가한 정도였다. 등잔불이나 촛불 등등으로 진화해도 대동소이했다.
전기가 발견되어 전깃불이 나오면서 자연적인 그것에 교란이 생긴다. 빛과 어둠의 자연적인 질서가 깨어진다. 서울에 가로등이 처음 들어오는 걸 목격한 시민들의 놀라움엔 그런 혼란 역시 섞였을 것이다. 극장 안에 들어서거나 극장 밖으로 나설 때 시각에 덮치는 어둠과 빛의 폭력 속에서의 낯섬도 같은 선상에 있다.
현대는 빛과 어둠의 마술이라고 할 수도 있다. 낮이건 밤이건 빛과 어둠의 모자이크 속에 우리는 산다. 빛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고 어둠도 그렇다. 빛과 어둠 모두 우리의 통제권 안에 있다는 느낌 속에 산다.
사진의 경우가 보다 실감날 것이기에 사진을 통해 간단히 부연해보자.
구한말의 어느 시골에 사진관이 처음 들어섰을 때 사진관 곁에서 사람들이 찍은 사진이 있다. 공포에 절은 표정들이었다.
사진과 사진관의 존재는 그 시절엔 대개 공포 이상이었다. 영혼을 앗아가는 괴물이었다.
그같은 사진이 점점 인정되면서 가로등이 처음 켜질 때같은 감격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후 현대화된 것이다.
이런 대강의 흐름이 틀리지 않다면 극장 초기 시절 우리의 눈에 와닿던 즉물적인 느낌은 빛과 어둠에 대한 인류의 감각의 과정에서 아주 독특한 것이다. 전기가 발견되기 이전의 장구한 세월을 빛과 어둠에 대한 외경 시대라고 부르고 싶다. 전기가 발견되어 다양하게 활용된 초기 시절은 빛과 어둠에 대한 순진의 시대라고 불림직 하다. 그 이후는 빛과 어둠의 범람 시대라고 불려질 수 있겠다. 극장 초기 시절의 빛과 어둠에 대한 즉물적 느낌의 시대는 순진의 시대에 해당될 것이다.
서울에 가로등이 두 번째 켜진 날 시민들은 역시 놀랐겠지만 첫날 같지는 않을 것이다. 첫날의 벅찬 감격이 서서히 사그러들 것이다. 지금의 서울 시민들은 저녁에 가로등이 켜지는 것에 대해 거의 무감각할 것이다. 인류사에서 진짜 경이로운 충격이 일상에 포섭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본다면 도스(DOS)가 나올 때, 스마트폰이 나올 때, 인공지능 등등이 나올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큰 맥락으로 볼 때 그렇다는 것이며 이런 것들은 그 거목 아래에서 새롭게 뻗어나간 나무들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무슨 말을 하려 하는가.
가로등에 쓰이는 전기나 사진, 영화 모두 빛과 어둠을 공통 분모로 가지고 있다.
전기는 어둠을 빛으로 바꾼다. 사진은 어둠과 빛을 활용해 풍경을 기록한다. 영화는 어둠과 빛의 작품인 사진의 동영상 예술이다.
가로등 같은 조명 기구들의 발전과 범람. 사진의 발전. 영상의 발전. 더욱이 이런 것들은 광고의 발전과 범람과도 관계가 깊어 우리가 사는 지금의 사회는 빛과 어둠의 화려한 범람 속에 있는 것이다.
삶이 영화같다는 말도 종종 쓰인다.
실재가 환상으로 대체되었다고도 한다. 시뮬라시옹이란 말로 그런 현상을 정의하는 학자도 있다.
사람마다 물론 취향이 다 다를 것이다. <윌든>을 쓴 소로우처럼 빛과 어둠의 외경에 마음이 가는 사람도 있고 빛과 어둠의 순진 시절에 마음을 적셔보는 사람도 있다. 빛과 어둠의 범람 속에 화려하게 들끓는 에너지의 축제인 포스트 모던한 삶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개인의 취향은 타인에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현대 문명이 지나치게 질주를 해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때로 달리던 말에서 내려도 놓을 것이다. 인디언의 격언엔 말을 타고 달리다가 가끔 내려 뒤를 돌아다 본다고 한다. 자기 영혼이 따라오나 보기 위해서이다. 문명의 말(馬)에서 가끔 내려 뒤를 돌아다 볼 필요가 있다. 문명 자체를 타고 있는 말에서 일단 내려보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빛과 어둠의 순진 시대라고 내가 임의로 이름 붙인 시기. 그 무렵 역시 혼란 속이며 무수한 것들이 뒤섞인채 들끓긴 했을 것이다. 상큼한 기습인 듯 짧아서 안타깝고 순진한 면이 있는 만큼 거울로 삼기에 훌륭한 메시지들이 담겨 있어 보인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李정부, 123개 국정과제 공식 확정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정부가 향후 5년간 국정 운영의 핵심 로드맵이 될 123대 국정과제를 본격 추진한다. 정부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국정과제를 포함한 국정과제 관리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123대 국정과제는 지난달 13일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제안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을 정부 차원의 검토 및 조정·보완을 거쳐 확정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오전 취임 후 처음으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KTV] 최종 확정된 국정과제 체계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비전 아래 5대 국정목표, 23대 추진전략, 123대 과제로 구성됐다. 5대 국정목표는 ▲국민이 하나되는 정치 ▲세계를 이끄는 혁신경제 ▲모두가 잘사는 균형성장 ▲기본이 튼튼한 사회 ▲국익 중심의 외교안보다. 우선 정부는 국민주권 실현 및 대통령 책임 강화를 위한 개헌을 추진한다. 4년 연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 감사원 국회 소속 이관, 대통령 거부권 제한,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도입 등이 개헌안에 담길 전망이다. 권력기관 개혁을 통한 민주주의 확립, 독자 인공지능(AI) 생태계 및 AI고속도로 구축, 5극3특 중심 혁신·일자리 거점 조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 산재 감축 등의 내용도 국정과제에 담겼다. 또 이재명 정부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완료하는 강군 육성 방안도 포함됐다. 행정수도 세종 완성과 2차 공공기관 이전도 차질없이 진행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오전 취임 후 처음으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가균형발전 관련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있다. [사진=KTV]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범정부 추진체계도 구축한다. 온라인 국정관리시스템과 오프라인 범부처 협의체를 운영, 국정과제 추진상황을 지속 관리한다. 입법성과 조기 창출을 위해 법제처에 국정입법상황실을 두고, 국정과제 입법 전주기를 밀착 관리한다. 국정과제 중 입법조치가 필요한 사항은 법률 751건, 하위법령 215건 등 총 966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법률안 110건은 연내 국회 제출하고, 하위법령 66건 올해 제·개정한다는 계획이다. 국정과제 추진과정에서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정책성과를 국민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한다. 온라인 소통창구인 '국정과제 소통광장'을 마련, 국민이 제기한 의견을 정부가 신속히 답하는 쌍방향 소통채널을 만든다. 국민만족도 조사는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민생 관련 중요 국정과제는 민관합동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국정과제 추진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정부업무평가 기본계획('25~'27)' 및 '2025년도 정부업무평가 시행계획 수정안'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확정됐다. 올해는 미래 전략산업 육성 등 각 부처가 역점 추진하는 정책과제, 신산업 등 규제 합리화, AI 활용 일하는 방식 혁신, 디지털 소통·홍보 노력 강화 등을 중점 평가할 예정이다. 국민주권정부에 걸맞게 평가 과정에 국민 참여를 확대하고, 국민 만족도 조사 결과도 비중 있게 반영한다. 국무조정실은 "향후 국정과제 추진과정에서 국민의견을 수시로 청취하고 소통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며 "국민요구와 정책여건 변화를 반영해 이행계획도 지속 보완하며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heep@newspim.com 2025-09-16 14:04
사진
코어위브, 엔비디아와 8조원대 계약 [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데이터센터 운영업체인 코어위브(종목코드: CRWV)는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와 63억 달러(8조7160억원) 규모의 클라우드 컴퓨팅 용량 주문 계약을 체결했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엔비디아는 이번 계약을 통해 2032년 4월 13일 까지 코어위브가 고객에게 판매하지 않은 모든 클라우드 용량을 구매하기로 했다. 엔비디아와 수주 계약 체결 소식이 전해진 후 코어위브 주가는 뉴욕 정규장 거래에서 8% 상승했다. 지난 3월 상장 이후 이 회사 주가는 3배 뛰었다. 코어위브는 미국과 유럽에서 엔비디아의 GPU 칩을 탑재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이를 임대하거나 클라우드 컴퓨팅 용량을 판매하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코어위브는 엔비디아의 핵심 클라우드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AI 컴퓨팅 용량 수요 감소 가능성에 대한 완충장치를 마련하게 됐다고 로이터 통신은 평가했다. 코어위브는 일찌감치 엔비디아의 눈도장을 받아 2023년 투자를 받았다. 엔비디아는 코어위브 지분을 6% 넘게 보유하고 있다. 코어위브는 지난 3월 공모가 40달러에 뉴욕 증시에 상장한 후 AI 열풍에 따른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 급증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이번 계약은 최종 고객과 상관없이 용량이 활용될 것을 보장함으로써 코어위브의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며 "투자자들은 코어위브가 최대 고객사 2곳(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 외에 데이터센터 용량을 채울 수 있을지 우려해왔는데, 이번 계약으로 이런 우려가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코어위브 로고 [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2025.09.16 kongsikpark@newspim.com 코어위브는 지난 3월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119억 달러 규모의 5년 계약에 합의하며, 클라우드 컴퓨팅 용량을 제공하기로 한 바 있다. 오픈AI는 2029년 4월까지 40억 달러까지 지급하기로 약속하는 추가 협정을 맺었다. kongsikpark@newspim.com 2025-09-16 13:03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기사제목
기사가 번역된 내용입니다.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