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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부는 ETF 신탁…은행·운용사 '어색한 동거'

기사입력 : 2017년04월13일 10:03

최종수정 : 2017년04월13일 10:14

은행, ETF 신탁 '꾸러미'로 1%대 수수료 '쏠쏠'
ETF 강자 운용사들 "시장 확대" 환영…대다수는 '시무룩'

[뉴스핌=박민선 기자] 은행들의 신탁 상품 확대를 바라보는 자산운용사들의 표정이 묘하다. 신탁업의 경계선을 놓고 은행과 자산운용업계가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각사 이해관계에 따라 온도차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일단 자산운용사들은 본연의 자산운용 영역이 침해되는 것을 우려해 은행들의 신탁업 확대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간 '판매업'에만 그쳤던 은행들이 '제조업'까지 겸업하며 직접 고객 자산운용 영역까지 확대할 경우 운용사 본연의 영역이 침해받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상품의 경우 부정적인 영향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응도 흘러나오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 신탁은 그 대표적인 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등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신탁 상품을 다양화하면서 ETF를 신탁 상품으로 판매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속도로 성장한 은행들의 ETF 신탁 규모는 3월 현재 2조원을 훌쩍 넘어서며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신탁업을 통해 수익원 다변화를 꾀하고 있는 은행으로서 ETF는 매력적인 상품이다. ETF는 매매 편리성과 낮은 비용, 분산투자 효과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주식처럼 증권사 위탁계좌를 통해서만 매매 가능해 은행 거래에만 익숙한 고객들에게는 접근이 쉽지 않았다.

이에 각 은행들은 신탁이라는 '꾸러미'에 ETF를 담아 고객 자산을 투자, 관리함으로써 50~100bp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은행들이 신탁 관련 업무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 비중을 늘리는 추세에서 ETF 역시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 은행 상품전략 담당자는 "신탁 부문의 수익 기여도가 높아지는 추세에서 ETF 역시 은행 고객들의 포트폴리오 다양화 측면에서 활용 가능한 상품"이라며 "지속적으로 자산운용사들과 ETF 신탁 상품 출시를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은행들이 신탁 관련 상품을 통해 거둬들이는 수수료 수익 비중은 지난 2012년 2.6%에서 지난해 13% 수준까지 급증한 상태다.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운용사들 사이의 온도 차다. ETF 시장의 강자로 꼽히는 운용사들은 은행들의 ETF 신탁 바람이 시장 저변을 확대해준다는 차원에서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 ETF 상품 라인업을 갖춘 각 운용사들은 은행의 수요에 따라 ETF 상품 관련 서비스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발빠르게 상품 공급에 나서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ETF 담당 팀장은 "증권계좌가 없어 ETF 매매를 하지 못했던 은행 고객들이 유입되면서 이미 ETF 시장 전체 순자산 규모에도 일부 효과가 반영되고 있는 상태"라며 "은행들의 수요를 반영해 다양한 ETF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아이디어도 교환하고 이에 필요한 서비스도 제공 중"이라고 설명했다.

ETF는 별도의 판매보수가 없지만 운용자산(AUM)을 기준으로 운용보수가 책정된다. 때문에 여전히 강한 판매력을 자랑하는 은행들이 지속적으로 고객층을 확대해준다면 자산운용사들이 ETF에서 거둬들이는 이익은 동반 증가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다수의 운용사들은 현재 신탁업 확대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현상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게 현실이다.

한 자산운용사 상품영업담당자는 "ETF 신탁 성장으로 수혜를 보는 운용사는 일부 대형사에 지나지 않아 업권으로 본다면 은행의 신탁업 확대를 반길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며 "심지어 같은 운용사 내에서도 펀드 담당 부서와 ETF 부서간 표정이 엇갈릴 정도로 은행 신탁 상품을 바라보는 민감도가 크게 다른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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