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지수, 작년 6월 이후 최대 낙폭
변동성지수, 지난해 9월 이후 최대폭 상승
투자자, 트럼프 정부 정책 이행에 의심하며 은행·기술주 매도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가 17일(현지시간) 큰 폭 하락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대한 수사 종료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비교적 담담함을 유지하던 시장에서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됐다. 투자자들은 채권 등 안전자산을 늘리고 기술주와 은행주를 중심으로 주식을 팔아치웠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사진=AP/뉴시스> |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72.82포인트(1.78%) 하락한 2만606.93으로 지난해 9월 9일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58.63포인트(2.57%) 급락한 6011.24에 마쳐 지난해 6월 24일 이후 가장 큰 약세를 보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3.64포인트(1.82%) 내린 2357.03으로 집계돼 역시 지난해 9월 9일 이후 가장 크게 하락했다.
지난주 코미 전 국장의 해임과 트럼프 대통령의 기밀 유출 논란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온 뉴욕 증시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에게 플린 전 보좌관에 대한 수사 종료를 요청했다는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결국 인내심을 잃고 말았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장중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큰 폭인 39% 폭등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보여줬다.
규제 완화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이른바 ‘트럼프 랠리’를 주도해온 은행주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간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3~5%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감세에 대한 기대를 반영했던 애플과 ‘FANG’으로 불리는 페이스북과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의 주가도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연루된 일련의 사건으로 불거진 불안감에 주식을 줄이고 채권을 늘리는 포트폴리오 조정에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인프라 투자 확대와 감세, 규제 완화 등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성장 중심의 경제 정책 추진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판단이 그간의 ‘트럼프 트레이드’를 되돌리고 안전자산 선호를 강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지난 1998~1999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을 상기하기도 했다.
웨드부시 증권의 이언 와이너 수석 주식 담당은 “우리는 공포의 확산에 따른 전형적인 안전자산 선호를 보고 있다”며 “펀더멘털에서 보면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세제 개혁과 규제 개혁 가능성을 가늠하고 있으며 이런 정책에 대한 더 많은 의구심이 생길 때마다 시장은 위험이 더해지면서 매도세를 겪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로버트 W 베어드 앤 코의 마이클 안토넬리 주식 세일즈 트레이더는 투자 전문매체 마켓워치에 “은행주의 대규모 매도세는 시장이 세제나 규제 개혁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을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레이먼드 제임스의 채권 부문 대표인 케빈 기디시는 보고서에서 “이것은 누가 옳고 그르냐에 대한 것이 아니며 한 달 전에 나타나지 않았던 미래의 경제 성장의 탈선에 대한 우려”라면서 “유가든 인플레이션 압력 둔화든, 워싱턴에서 아무 일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이든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가는 미국의 원유 재고가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41센트(0.84%) 상승한 49.07달러에 마쳤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