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성신약 "삼성물산 합병 찬성 대가로 신사옥 제안"
이재용 측 "신빙성 없는 증언…소송 상대 의도 의심"
[뉴스핌=최유리 기자] 삼성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대가로 일성신약에 신사옥 건립을 제안했다는 증언에 대해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5인에 대한 16차 공판에는 윤석근 일성신약 부회장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일성신약은 구(舊) 삼성물산 주식 330만주를 보유했던 회사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했다. 삼성물산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합병 비율이 산정됐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보유한 주식을 공정한 가격으로 되사가도록 하는 '주식매수청구가조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이형석 기자 leehs@ |
이날 윤 부회장은 삼성 측이 합병 찬성을 회유하며 신사옥 건립 등을 제안했다고 증언했다.
윤 부회장은 "김종중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이 찾아와 합병이 경영권 승계에 있어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면서 "이영호 당시 삼성물산 부사장은 합병에 찬성하면 공짜로 신사옥을 지어준다는 제안을 했다고 부친인 윤병강 회장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 변호인은 증언의 신빙성을 문제로 제기했다.
변호인은 "일성신약은 삼성물산을 상대로 수백억원대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당사자"라며 소송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근거 없는 주장을 한 게 아니냐고 의심했다.
9개월 동안 치열한 소송을 진행하고도 일성신약이 주식매수청구가조정소송 1심 판결에서 패소한 이후 항소심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사옥 신축 관련 주장을 했다는 설명이다.
변호인은 "삼성물산 주식 가격에 따라 일성신약의 연간 영업이익(약 20억원)의 30배 가까운 돈을 벌었다"면서 "이 재판에서 나오는 발언 등을 민사소송에서 활용하려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증언의 일관성 문제도 꼬집었다.
실제로 윤 부회장은 삼성 측이 특정 가격에 일성신약이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을 사준다고 하면 합병에 찬성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가 이를 번복했다.
그는 "가능성 여부를 떠나 만약 삼성이 9만원에 주식을 사준다고 하면 따라갈 생각이었다"고 했다가 "배임 등에 연루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보상이 이뤄진다고 해도 합병에 반대했을 것"이라고 말을 뒤집었다.
변호인은 "삼성물산이 일성신약을 만나 합병 찬성을 부탁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활동"이라며 "다만 이를 대가로 어떤 제안을 했다는 것에 대해 혼란스럽게 말하는 등 진술의 진빙성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