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조치 약발, 거래량 가격 동시에 위축
추세전환 가능성, 원자재·금융시장 악영향 우려
[뉴스핌=백진규 기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중국 대도시 부동산 가격이 90개월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정부당국의 강력한 규제책과 개발면적 확대 정책으로 인해 당분간 부동산 가격 하락은 지속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부동산 하락은 자산거품 붕괴 신호탄이라고 분석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 외환위기 이래 처음, 대도시 부동산 가격 하락
중국 부동산 사진 <사진=바이두> |
‘베이상광선(北上廣深,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을 중심으로 한 1선도시 부동산이 거래와 가격 모두 올해 들어 뚜렷한 냉각 기미를 보이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등의 경우처럼 경제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1선 도시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상하이 부동산임대지수판공실(사무소)은 지난 90개월간 오름세를 이어온 상하이 부동산 임대 가격이 올해 1월부터 하락 전환했다고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한 부동산 중개업체는 “1달에 6000위안이었던 부동산 임대료는 5500위안까지, 8500위안이었던 임대료는 7800위안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부동산 중개업체 워아이워자(我愛我家) 역시 지난 3월부터 베이징 부동산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가격도 하락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올해 5월 얼서우팡(二手房·신축 분양주택이 아닌 기존 주택) 기준 거래량은 4월보다 34.2%나 줄어들었고 가격도 2%정도 하락했다.
광저우와 선전 부동산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광저우 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 말 대비 부동산 매매가가 2%정도 하락했다”고 밝혔다. 선전의 5월 부동산 매매가는 ㎡당 5만4512위안으로 전월비 0.2% 하락했고 거래량은 2313건으로 전월비 17% 줄었다.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이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선도금(계약금) 비율 확대 ▲외지 호적자 구입 제한 ▲부동산 대출 제한 등 부동산 규제책을 시행했다. 이어 올해 3월에는 일부 도시에서 부동산 계약금 비율을 80%까지 상향 조정하고 2주택 매입을 금지하는 초강수를 뒀다. 5월 말까지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은 도시는 모두 60개에 달한다.
월별 부동산 가격지수 추이를 들여다보면 규제정책과 가격의 연관성을 짚어볼 수 있다. 2015년부터 매월 상승세를 보이던 가격지수는 지난해 10월 상승폭이 꺾이기 시작했고, 올해 4월에도 그래프는 우하향세를 보였다.
개발면적 확대도 부동산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 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보장방(保障房 정부 공급 저가주택) 건설을 늘리고 토지 개발면적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허리펑(何立峰) 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은 1~2선 도시 집값 폭등은 실물경제 불균형을 초래한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인민은행은 상업은행에 신용대출 구조를 개선하고 부동산 대출을 통제하라고 압박했다. 장가오리(張高麗) 중국 국무원 부총리 역시 부동산 거품 억제 강도 확대 및 은행 불량자산 억제를 강조했다.
◆ 부동산 가격 하락, 버블붕괴 우려도 나와
중국경제 예측의 주요 가늠자중 하나인 1선 도시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자 일부에선 자산버블 붕괴가 본격화하는게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성장세가 한층 둔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해 주식에서 채권시장으로 이전했던 자산거품이 최근 부동산으로 옮겨왔다”면서 “부동산개발업체의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 은행 손실이 증가하고, 일부 소형 은행들은 파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중국 4대 은행의 신규대출 중 60%가 부동산 대출이었다.
위융딩(余永定) 중국사회과학원 학부위원은 “부동산 가격은 은행의 이재상품(WMP 자산관리상품), 지방정부 수익성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전망이어서 자산거품 붕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철강 구리 등 원자재 가격도 동반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중국국제금융공사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전체 산업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백진규 기자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