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재충전은 옛말…방학, 취업과 직결
어학·자격증에 투자, 생활비 마련 알바도
취준생 54% “전쟁 같은 방학, 기대 안돼”
[뉴스핌=황유미 기자] '방학'(放學). 국어사전에는 '일정 기간 동안 수업을 쉬는 일'로 정의돼 있습니다. 한자 그대로 풀면 '배움(學)을 잠시 놓는(放) 일'로도 풀이가 될 듯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대학생들은 언젠가부터 방학기간에 배움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상 최악이라는 취업난과 침체된 경기 때문입니다.
'바늘구멍 통과'보다 힘들다는 취업난을 뚫기 위해서는 어학시험 성적, 대기업 인턴, 해외 교환학생, 각종 자격증 획득 등이 필요합니다. 또한 생활비 및 취업 준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기도 합니다.
26일 신촌의 한 대학교 전경. 계절학기 및 취업준비를 위해 학교를 찾는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황유미 기자 |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과 함께 대학생 3282명으로 대상으로 한 '여름방학 계획'을 주제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8.1%가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2위는 42.7%의 응답률을 기록한 취업준비입니다. 자격증을 취득하겠다는 응답도 32.1%나 됐습니다.
반면 다이어트·운동 등 외모관리를 하겠다는 응답은 12.1%, 취미·적성활동을 하겠다는 응답은 7.7%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대학생들의 바쁜 방학 생활은 대학교 교정과 학원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6일 기준 강남의 한 유명 어학원의 7월 토익 기본·정규반은 대부분 '마감' 혹은 '마감임박'의 안내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신촌의 한 어학원에서 토익수업을 듣는 김동휘(남·25)씨의 하루 일정은 빡빡하기 그지 없습니다.
김씨는 "오전 6시 일어나서 영어 단어 외우고 숙제한 뒤 8시 20분 모닝특강, 9시 반 정규(토익)수업, 11시 스터디, 12시 다시 특강을 듣고 집에 도착해서 과제를 하면 저녁 시간이 다 되는 것 같다"며 "아무래도 대학 졸업반이다보니까 이번에 꼭 토익 점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경기도 4년제 대학교 1학년생 김포현씨는 첫 방학부터 취업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수업을 마친 뒤에는 아르바이트까지 병행하기 때문에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김씨는 "영어공부가 취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원어민과 하는 1대 1 영어회화 수업을 듣고 있다"며 "저 외에도 다들 스터디를 하는 등 방학을 '레벨업'하는 시간으로 바쁘게 사용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방학인데도 신촌의 한 대학교도 도서관과 계절학기를 듣기 위해 오가는 학생들로 가득했습니다.
이 대학 영문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김혜진씨는 "학기 중에 취업 준비를 하려면 수업을 많이 들을 수 없기 때문에 계절학기로 미리 듣기 위해서 학교에 나오고 있다"며 "제 주변 40% 정도는 계절학기를 듣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서울 신촌 대학가에 위치한 카페. 대학생들이 계절학기 수업 자료나 토익 책, 자격증 수험서를 펴놓고 공부를 하고 있다. 황유미 기자 |
대학생들은 이런 '바빠지는 방학'에 부담감을 토로했습니다.
7월 토익수업을 알아보던 김신정(여·24)씨도 "취업을 해야 하는 시기다 보니까 이번 방학은 배낭여행을 하려는 마음을 접고 영어 성적을 만들어 놓기로 했다"며 "확실히 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 방학에 대해 마음에 부담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학교 3학년생인 정모(여·23)씨는 "차라리 다 같이 수업을 듣는 학기 중이 마음이 편한 것 같다"며 "친구들이 방학 때 자격증을 따거나 토익 점수를 만들기 때문에 방학 때 아무 결실도 만들어 놓지 않기에는 불안하다"고 했습니다.
편의점에서 방학동안 아르바이트를 계획하는 박모(남·24)씨는 "학기 중에 쓸 생활비를 준비해 놔야하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며 "일하고 남는 시간에 한국사 능력 시험 준비를 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취업준비생 회원 6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54%가 '방학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 중 42%는 취업준비와 공부압박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