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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본부...인사 등 시스템 개혁요구 '빗발'

기사입력 : 2017년07월07일 16:21

최종수정 : 2017년07월13일 14:51

'기금운용 독립성' 명분의 탈 뒤에서..'제멋대로 인사'에 '비밀주의' 난무

[세종=뉴스핌 오승주, 이고은 기자] 연간 560조원을 운용하며 국민 노후를 책임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인사 등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과 개혁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기금운용 독립성’이라는 명분의 그림자 뒤에서 상급기관인 보건복지부뿐 아니라 정부의 간섭에서도 벗어나 '통제불능'상태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인사 등 시스템 운용에서 외압과 비밀주의가 난무하는 ‘제 멋대로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만연한 비밀주의와 적폐가 도를 넘었다고 지적하며 대대적인 수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주 신사옥 전경 <사진=국민연금공단>

◆‘문제없다’더니..한달만에 슬그머니 ‘문제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7일 "김재상 해외대체투자실장을 임용 취소키로 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지난 5월25일 공모를 통해 임용됐다.

임용 취소 배경에 대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원 서류와 입증 자료(국민연금가입이력 등) 간에 서로 다른 부분이 확인돼 검증을 진행했다"며 "검증 과정에서 15년 이상의 투자실무경력으로 제출한 지원 서류와 입증 자료가 일부 사실과 다르게 기재된 것이 확인돼 기금운용 관련 내부규정에 따라 인사위원회에서 임용 취소를 최종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해외대체실장은 15년 이상의 투자실무 경력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김 실장은 투자실무 경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김실장이 임용될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면밀하게 검증했으나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증권, 금융업계에서 투자보다는 마케팅에 특화된 김실장의 경력에 대해 ‘부적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문제없다”던 주장을 한달만에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뉴스핌은 지난 6월14일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단독] 40조원 운용 국민연금 해외대체실장 '경력 기준 미달' 의혹)

http://www.newspim.com/news/view/20170615000023

◆김재상뿐 아니라 강면욱 본부장 등도 '의혹과 구설' 

김실장 뿐 아니라 지난 5월 승진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국내 주식부문을 총괄하는 채준규 주식운용실장도 자격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부문에 116조원을 운용하고 있다.

채이배 의원(국민의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지난 6월1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채 실장의 승진에 대해 부당한 인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회의에서 채 의원은 “리서치팀장에서 주식운용실장으로 승진한 채준규 실장은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1심에서 실형을 받은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 지시에 따라 합병으로 2조원 상당의 시너지가 나타난다는 것으로 수치를 조작했다”며 “채실장은 투자위원회에 참여해 다른 위원들에게 그 자료를 근거로 합병에 찬성하도록 유도한 점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채 의원은 “이러한 사람이 오히려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는 주식운용 실장으로 승진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이번 인사이동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삼성물산 합병 당시 국민연금의 입장을 강하게 옹호해온 정재영 책임투자팀장은 지난해 국회청문회를 앞두고 이른바 승진코스로 알려진 해외지사에 인사발령돼 나타나지 않아 사건은폐 의혹을 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채 의원은 국민연금이 국민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기에 틈을 타서 ‘제식구 챙기기 인사’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을 총책임지는 강면욱 본부장도 인사적절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 초 기금운용본부장에 선임될 당시 서류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면접에서 뒤집고 낙점됐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오제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국민연금기금이사추천위원회 자문위원회의 ’지원자별 경력점수 산정표’ 등에 따르면 강 본부장은 경력평가에서 45점으로 지원자 18명중 9위에 그쳤다. 그러나 면접 대상자 7명에 포함됐고, 면접에서 면접관 6명으로부터 최고점수를 받아 최종 결정됐다.

증권가와 자산운용업계 등에서는 최순실 게이트로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고교·대학후배하는 점 때문에 연간 560조를 다루는 국민노후자금 운용기관의 수장으로 임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순실게이트로 구속된 문형표(왼쪽)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뉴시스]

◆정부 ‘노터치’에 ‘비밀주의’· 외압, 정실인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제멋대로 인사’를 할수 있는 배경에는 허술한 시스템과 외압이 작용하기 쉬운 구조라는 점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달여 만에 임용 취소된 김재상 해외대체실장의 경우 국민연금 산하 기금운용직 인사위원회에서 자격요건을 심사하고 선발한다. 인사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5인 이상 10인 이내 위원으로 구성된다. 인사 요건이 발생할 때마다 임직원과 외부 전문가로 구성돼 심사에 참여한다.

문제는 심사위원장이 기금운용본부장이라는 점이다. 김실장은 임용 당시부터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과 메리츠자산운용과 슈로더투자신탁운용 등에서 함께 일한 이력이 알려지며 주목받았다. 특히 국민연금이 규정한 투자운용경력에 미달한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무난히 임용됐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실장의 주요 전문 분야는 마케팅 부문으로 운용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안다”며 “국민연금 해외대체실장으로 임용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상당히 의아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해외대체실장 임용 자격에 마케팅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선발 구조상 기금운용본부장의 입김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들만의 리그’가 가능한 구조다.

운용의 최고 책임자인 기금운용분부장도 비슷한 구조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후보는 국민연금 내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추천위가 선정한다. 공모지원자를 대상으로 서류와 면접 심사를 거친 뒤 복수 후보자를 선정한다. 이 가운데 1명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최종 후보자로 복지부 장관에게 추천해 장관이 승인하는 시스템이다.

외부 인사들도 추천위원으로 참여시키고는 있지만 서류와 면접 등 절차가 모두 ‘국민연금 내부’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외압과 국민연금의 독단을 배제하기 힘든 구조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상급기관인 보건복지부도 ‘국민연금 기금본부’에는 관여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운용에 대해 복지부에서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국민연금 운용에 개입하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될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사,운용 등 전체 시스템 투명하게 개선해야

이번 임용 취소 등을 계기로 국민연금의 임용시스템을 비롯한 인사, 운용 등 전체적인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실인사나 정치적 고려가 아닌 철저한 전문가 위주의 인선과 ‘깜깜이’가 아닌 단계별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찬진 변호사(민변·참여연대소속)는 “해외대체투자실장 인사는 물론이고 기금운용위에서 실무진들이 하는 투자의 세세한 내용 등이 제대로 실무평가위원회(외부인사)에 보고가 되지 않고 ‘비밀주의’로 가고 있다”며 “현재 구도에서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상급기관인 보건복지부를 허수아비로 굴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외부인사들이 주목하는 대목은 투명성이다”며 “그런데 브리핑도 구체적으로 되지 않고 점점 더 비밀주의로 가서 내부적으로도 문제제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국민연금 인사 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문제를 다시 제기할 방침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의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실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인사의 불투명성 등에 문제제기를 많이 했다”며 “정확하지 않은 경력으로 임용이 취소된 것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 해외대체투자실장을 임용했던 인사 과정의 참가자들을 살펴볼 것”이라며 “그동안은 ‘심증은 가지만 물증은 별 탈이 없는 것처럼’ 자료를 보내줘서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는데 국민연금 측에서 스스로 잘못됐다고 고백했으니 선발 과정 전체를 다시 살펴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오승주 기자 (fair7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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