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옐런 발언 기조, 매파적이진 않을 듯
트럼프 정치 충격 '일시적'... 유럽이 더 문제
[뉴스핌= 이홍규 기자] 이번 주 뉴욕 증시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에 주목한다.
뉴욕 증시 3대 지수 1년 추이 <자료=배런스> |
지난 주 뉴욕 증시 3대 지수들은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한 주간 0.8% 내린 2만1674.51포인트를 기록,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2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고,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6% 빠진 2425.55포인트를 기록했다. 나스닥종합주가지수 역시 동일한 폭으로 내려 4주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 뉴욕 증시, '트럼프' 악재에 휘청
최근 몇 주간 뉴욕 증시는 큰 폭의 변동성을 경험했다. 특히 다우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고조된 북·미 긴장에 지난 주간 3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지수는 국무부와 국방부의 긴장 완화 발언으로 반등하는 듯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 유혈 사태를 촉발한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사실상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자 다시 하락했다.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로 구성된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 CEO 들이 잇따라 사퇴를 선언, 세제 개혁 등 친선장 정책 이행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만(BBH)의 마크 챈들러 수석 외환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트럼프가 경제 아젠다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최근 발표한 논평을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경제적 시스템은 회복 탄력성이 높은 편이고, 정치적 이슈가 신문의 상단을 장식하고 있지만 이는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고 수그러드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지지율이 매우 낮기는 해도 미국 사회의 정치적 분열 양상이 새로운 것은 아니며, 그런 면에선 오히려 프랑스 마크롱의 지지율 급락이나 일본 아베 내각의 흔들림이 더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환기하기도 했다.
챈들러 수석은 "잭슨홀에 이어 9월에 도사리고 있는 ECB의 내년까지 국채 매입 계획 발표,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개시 여부 결정, 미국의 재정 절벽, 독일과 노르웨이 선거 등을 주목할 때"라고 조언했다.
◆ 잭슨홀에 쏠린 눈…"매파적 발언 없을듯"
2분기 실적 발표가 사실상 종료된 가운데 투자자들은 오는 24~26일 미국 와이오밍 주(州)에서 열리는 잭슨홀 콘퍼런스에 주목할 전망이다. 25일에는 옐런 의장과 드라기 총재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잭슨홀 연설에서 드라기 총재가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등 통화 정책의 전환을 알리는 '매파적' 발언은 내놓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옐런 의장 역시 온건한 기조의 연설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다. 옐런 의장이 '금융안정'을 주제로 연설에 나설 예정인만큼 금리 인상에 관한 직접적인 논평은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주 공개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따르면 연준 일부 위원들은 물가 둔화를 우려하며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을 내비쳤다.
씨티 프라이빗 뱅크의 스티브 와이팅 글로벌 수석 투자 전략가는 잭슨홀에서 논의는 아카데믹(학구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마크 챈들러 수석 전략가는 "잭슨홀 연설은 실망스러울 것이다"면서 "드라기 ECB 총재는 어떤 것도 말하지 않을 것이고, 옐런 의장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월가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가 하락하고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취약성과 무능함에 대한 인식이 늘어나고 있기 떄문이라고 말하면서도 경제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큰 문제가 부상하지 않는 한 하락세는 지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트럼프 발 증시 하락, 지속될 이유 없어"
라피키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스티븐 잉글랜더 리서치 및 전략 책임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탄핵 위기가 고조되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마지막 6년 임기 동안 워싱턴 정가가 교착 상태에 빠졌음에도 증시는 상승할 수 있었다"면서 "중대한 위기가 없다면, 시장은 계속 좋은 실적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고 금융전문매체 배런스(Barron's)는 전했다.
기본적으로 미국 경기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증시가 하락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애틀란타 연준의 'GDP 나우'에 따르면 3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3.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글렌메드의 제이슨 프라이드는 투자 전략 담당 이사는 "경기가 리세션(침체)로 접어들때 나타나는 통상적인 과열의 징후들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그동안 우리는 저(低)성장 환경에 있었다. (최근 하락은) 정기적으로 나타나는 시장 변동성과 조정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적으로도 하락 이유는 관찰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는 50일 이동평균선의 근접(하회) 여부 기준으로, S&P500지수는 지난 196일동안 과매도 상태를 보인적이 없다면서 이 같은 현상을 보인 후 역사적으로 시장은 반등을 연출했다고 분석했다.
비스포크의 폴 히키 창립자는 "시장은 다른 문제가 있기보다 계절적인 이유로 인한 증시 하락을 계속 소화해 낼 것으로 보인다"면서 "연준이나, 경제, 또는 기업 실적 관점에서 봤을 때, 지금은 몇 주전 상황과 비슷하다는 점을 기억해라"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