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 TV 뿐 아니라 스마트폰서도 대등한 기술 갖춰
넷플릭스·아마존 등 전용 타이틀 부족...표준도 미정
[ 뉴스핌=황세준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다시금 'HDR(High Dynamic Range)' 경쟁에 나섭니다. HDR은 화면의 밝은 부분은 더 밝게, 어두운 부분은 더 어둡게 표현해 초고화질 영상을 더욱 실감나게 만들어주는 기술입니다.
22일 각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달 1일부터 6일(현지시간)까지 독일 메세 베를린에서 열리는 국제가전박람회(IFA)를 통해 HDR10+ 기술을 글로벌 시장에 본격 알릴 예정입니다.
HDR10+는 삼성전자의 2017년형 'QLED TV'에 적용한 기술인데요. 2015년 선보인 HDR10보다 향상된 화질을 뽑아낸다고 합니다.
LG전자 모델들이 HDR 모니터의 화질을 체험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
HDR 기술은 크게 HDR10과 돌비비전으로 나뉩니다. 돌비비전은 LG전자의 'OLED TV'에서 지원하는 규격입니다. 그동안 돌비비전이 HDR10에 비해 기술적으로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됐는데요.
돌비비전은 '다이나믹 메타데이터'라는 기술을 통해 영상을 프레임 및 픽셀 단위로 분석하고 장면에 맞게 명암과 색상 표현을 최적화합니다. 반면, HDR10은 모든 장면에 평균값을 적용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영국 IT 매체인 ‘HD TV 테스트’는 성능평가를 통해 LG전자의 'OLED TV'를 ‘최고 HDR TV’로 선정했습니다. 'OLED TV'는 지난 7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소비자 가전 전시회 주간(CE Week)’에서도 화질 전문가들이 실시한 성능 평가 결과 ‘최고 HDR TV’'라는 칭호를 얻었다.
하지만 HDR10+에 돌비비전처럼 장면별로 최적화하는 기능이 포함됐습니다. 이제 기술적인 차이는없는 진검 승부가 펼쳐지게 된 셈인데요.
임경원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HDR10+는 HDR10의 기능을 향상한 것"이라며 "아주 밝거나 어두운 장면에서 (감독이) 원래 의도했던 세밀함을 표현할 수 있다. 돌비비전과 거의 비슷한 기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LG전자도 IFA에서 HDR 기술 알리기에 나섭니다. 전시장 내부에 ‘Multi HDR’ 존을 구성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OLED TV가 돌비비전뿐만 아니라 HDR10 및 HLG(라이브 방송용 HDR 규격)까지 지원한다는 점을 알릴 계획입니다.
삼성전자는 세계 3대 오페라하우스의 공연실황을 HDR 영상으로 독점 공급했다. <사진=삼성전자> |
양사의 HDR 경쟁은 스마트폰에서도 펼쳐집니다. 올해 상반기 출시한 삼성 '갤럭시 S8'과 LG 'G6'가 이미 HDR을 지원하고요. 이번에 공개하는 삼성 '갤럭시 노트8'과 LG 'V30'도 마찬가지입니다. 갤럭시 노트8은 오는 2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V30은 31일(현지시간) 독일에서 각각 베일을 벗습니다.
스마트폰에서의 HDR 경쟁은 TV와는 또 다른 측면이 있는데, 바로 양사 모두 OLED 디스플레이를 사용한다는 점입니다.(삼성 QLED TV는 LCD TV입니다.)
LG전자는 V30에 LG디스플레이의 OLED 페널을 사용했습니다. 회사측은 "LCD인 G6와는 차원이 다른 화질을 구현했다"고 소개했습니다. OLED는 픽셀마다 빛을 끄거나 밝힐 수 있습니다. 픽셀단위로 명암비를 최척화하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의미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같은 기술경쟁에 비해 콘텐츠 생태계는 아직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삼성·LG 최신 TV나 스마트폰을 구매해도 제대로 즐기기가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HDR 영상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콘텐츠 제작당시부터 이 기술을 반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 HDR인것처럼 영상을 '뻥튀기'해서 보게 되죠.
오프라인 비디오의 경우 '초고화질(UHD) 블루레이' 표시가 붙어있는 경우 HDR로 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영상을 재생하려면 TV뿐만 아니라 수십만원짜리 플레이어를 별도로 구매해야 하죠. 삼성전자 UHD 블루레이 플레이어(UBD-K8500)의 경우 인터넷 최저가 기준 22만8000원이네요.
넷플릭스, 아마존 등이 스트리밍 형태로 HDR 영상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만, 타이틀 수가 많지 않고 검색도 편리하지 않은 실정입니다. 안정적인 감상을 위해서는 넷플릭스 기준 초당 25메가바이트(MB) 전송속도의 인터넷망도 필요하죠.
넷플릭스<사진=블룸버그통신> |
넷플릭스의 경우 가장 비싼 4명 동시접속 스트리밍 멤버십에 가입해야 HDR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이마저도 전용관이 따로 있는건 아닙니다.
오리지널 시리즈물인 마르코폴로 등 일부 동영상 옆에 돌비비전이나 HDR 로고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소비자가 판단할 수 밖에 없습니다. HDR 타이틀을 검색할 수 있지만 원하는 작품을 찾는 수고를 해야 합니다.
아마존의 경우도 일부 동영상에 한해 HDR 및 돌비비전 로고를 부착하고 있고 검색을 통해 찾아봐야 합니다. 삼성전자가 지난 4월 아마존과 협력을 발표하면서 HDR10+ 타이들을 연내 선보이겠다고 했는데 이또한 아직 소식은 없네요.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아마존 외에 다른 메이저 스트리밍 업체에도 HDR 기술을 홍보 중이고 협력 결실을 곧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영화나 드라마를 HDR10+로 제작하는 협력을 진행 중으로, 곧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HDR 규격별 생태계가 하나로 통일되지 않았다는 점도 소비자들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HDR10이 범용기술이지만 워너브라더스, 유니버설, 소니 픽쳐스, MGM 등 주로 헐리우드 영화 제작사는 돌비비전을 채택한 상황입니다.
돌비비전과 HDR10+ 중 어떤게 글로벌 표준이 될지는 현재 미정입니다. 앞서가는 하드웨어 기술만큼 콘텐츠 생태계도 빨리 자리를 잡는게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임경원 삼성전자 상무는 "중요한건 방송, 영화, 스트리밍이 다 같은 표준으로 묶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마존 <사진=AP/뉴시스> |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