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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륭 "재벌지배구조 원시적...개인보다 시스템 중요"

기사입력 : 2017년09월05일 10:05

최종수정 : 2017년09월06일 07:20

[인터뷰] <2> 노르딕 모델이 지향점…포용성·혁신성·유연성이 핵심
한국형 조합 만들어야…'살라미 전술' 필요

[뉴스핌=최유리 기자] "포용국가는 지금과 같은 현실을 초래한 박정희 모델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다. 여기에 집합적인 노력을 통해 다른 세상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다."

성경륭 전 참여정부 대통령 정책실장의 말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골격을 짠 인물이다. 최근 저서 ‘새로운 대한민국의 구상: 포용국가’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나아가야 할 국가 플랜을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가 설계한 국가 모델을 들여다보기 위해 성 전 정책실장을 만났다. 

다음은 포용국가에 대한 성 전 정책실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성경륭 한림대학교 교수 /이형석 기자 leehs@

-'포용국가'에 대한 구상은 언제, 어떻게 하게 됐는지?

▲대학 시절 '한국사회연구회'(한사연)이라는 학회에 들어갔다. 학회에서 유신 직후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많은 고민을 했다. 그중 하나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였다. 박정희 모델은 민주화 초기까지만 해도 단기간에 빠른 성장을 이룩하는 등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 불평등 같은 문제가 본격화되면서 박정희 모델에 대한 당시 평가가 안일했다는 반성을 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에 이민 가고 싶다는 국민 비율이 70~80%에 이른다.

이 같은 현실에 도달하게 된 이유를 돌아보니, 근본적으로 박정희식 국가 주도 발전 모델에 문제가 있었음을 확인하게 됐다. 박정희 정부는 혁신성이 낮은 상황에서 재벌을 중심으로 수출산업을 키웠다. 결국 낮은 제품가격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추는 방향으로 간 것이다.

포용국가는 지금과 같은 현실을 초래한 박정희 모델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다. 여기에 집합적인 노력을 통해 다른 세상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다.

-'포용국가'를 보면 유럽형 사회적 시장경제 모델, 이른바 '노르딕 모델'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앞에는 크게 보면 영미식 자유시장 모델과 노르딕의 사회적 시장경제 모델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영미식은 무한경쟁과 성과중심주의가 핵심 원리다. 경쟁을 통해 개개인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보상에 차별을 둔다. 이에 따라 광범위한 비정규직, 불평등, 은퇴 후 노인 빈곤 등 문제가 생겨났다.

영미식 모델은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노르딕 모델이 나왔다. 노르딕 모델은 시장경제를 따르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부담-고복지의 사회보장체계를 수립했다.

다른 한편으론 고부담의 사회보장체계를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 교육과 과학기술 영역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성을 실현했다. 동시에 충분한 실업급여,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노동시장의 유연성 세 가지를 결합하는 유연안전성 모델(flexicurity model)로 높은 수준의 유연성도 갖췄다.

시장경제를 기초로 하되, 이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위험을 국가가 보호함으로써 포괄적 사회보장과 건강한 자본주의를 동시에 실현하게 된 것이다.

성경륭 한림대학교 교수 /이형석 기자 leehs@

-노르딕 모델을 한국식으로 적용하기 위한 핵심적인 요인은 무엇인가?

▲노르딕 모델에 작동하고 있는 원리는 포용성, 혁신성, 유연성 세 가지다. 우리는 이것을 ‘기적의 원리’라고 부른다. 노르딕 국가들에서 경제성장과 함께 높은 수준의 혁신성, 유연안전성을 동시에 성취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한국 사회에 먼저 필요한 것은 취약집단에 대한 포용성을 확대하는 것이다. 비정규직을 해소하고 최저임금을 올리며, 기초생활대상자 범위를 넓히는 등의 조치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필요하면 복지 재정도 늘려야 한다.

두 번째는 혁신성이다. 북유럽이 엄청난 재정을 투입하면서도 지속적 성장과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은 높은 혁신성 때문이다. 북유럽 국가들은 공교육 지출이나 학생들의 창의성이 세계 최고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도 성장하고 국가경제도 경쟁력을 확보했다.

세 번째는 유연성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계 경제 시스템에서 유연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기업의 주력 업종을 바꾸거나 종업원을 재배치하는 등 산업 구조조정이나 노사관계 조정에서도 유연성이 필요하다.

세 원리가 잘 어우러질 수 있게 한국형 조합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갑자기 북유럽처럼 세율을 40~50%로 높일 수는 없는 일이다. 단순히 모방하는 게 아니라 우리 식의 변종이나 혼종, 또는 신종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큰 문제는 포용성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의 혁신성이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학교에서는 암기 중심의 입시 교육이 주를 이룬다. 기업들도 비정규직으로 인력을 갈아치울 뿐 교육으로 인적자산을 만들려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과 자유로운 해고 등으로 노동유연성을 높이려 하면서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따라서 노르딕 모델의 원리를 활용하되, 하기 쉬운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살라미(얇게 썰어 먹는 이탈리아 소시지) 전술'처럼 포용성, 혁신성, 유연성의 과제들을 여러 단계로 쪼개 하나씩 해결해 가야 한다.

-노르딕 모델의 ‘사회적 시장경제’는 우리 헌법의 '경제민주화'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경제민주화는 재벌 독과점과 하청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약탈적 관행을 해소하고자 한다. 사회적 시장경제는 여기서 더 나아가 두 가지를 보완하는 개념이다.

첫째는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결사를 보장해 협상력을 높이고 기업 경영에 대한 다양한 참여를 통해 노사 협력을 증진하고자 한다.

둘째는 적극적 재정정책과 사회보장정책으로 시장경제에서 발생하는 산업 간·기업 간 임금 불평등, 빈곤 문제를 해소하고자 한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지속적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사회적 시장경제’에서 대규모 기업집단, 즉 재벌은 어떤 식으로 개혁해야 하나?

▲우선 한 개인이 얼마 안 되는 지분으로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것과 같은 기업 구조부터 개혁해야 한다. 그 외에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갑을관계 등 기업 행위를 개선해야 한다.

재벌의 잘못된 행위를 개혁하기 위해선 △재벌 오너에 대한 무관용 원칙 △출자총액 제한 △지주사 제도의 엄격한 적용 △국민연금을 통한 의결권 행사(스튜어드십 코드) △대표소송제도 등의 도입이 시급하다.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나라에는 세계적인 기업이 많지만 지배구조가 매우 원시적이다. 개인이나 한 재벌가문이 거대 제국과 같은 대기업을 유지하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기가 어렵다. 미국도 포드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후손들이 경영권을 이어받는 일이 거의 없다. 특정 개인과 상관없이 시스템으로 지속될 수 있는 기업이 많아져야 한다.

<3회에서 계속>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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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中 특별교역국 박탈 가능성" [서울=뉴스핌] 박공식 기자 =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자존심을 건 관세전쟁이 계속 고조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부여한 특별교역국(PNTR:Permanent Normal Trade Relations, 영구정상교역관계) 지위까지 박탈해 중국에 대한 관세를 평균 61%까지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무역전문가들을 인용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1월20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에게 중국의 특별교역국 지위와 관련한 입법적 조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PNTR은 이전 '최혜국대우(most-favored-nation treatment)'로 불려진 것으로, 관세와 항해 등 양국간 관계에서 제3국에 부여한 조건보다 절대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하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가 교역의 일반원칙으로 지지하고 있다. 미국은 2000년 중국의 WTO 가입 전 중국에 PNTR 지위를 부여했다. 이후 중국의 대미수출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PNTR 지위 재검토 지시 이후 존 물레나 공화당 의원과 톰 스워지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23일 하원에 공정무역복원법안(Restoring Trade Fairness Act)을 공동발의했다. 물레나 의원은 하원 중국관련특별위원회의 공화당 의장을 맡고 있다. 상원에도 동시 발의된 법안은 중국과 정상교역 관계를 중단하고 관세를 5년간 35~100% 수준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슷한 법안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의회에서 발의됐지만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해 폐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무역 전문가들은 민주 공화 양당 지지가 점점 확산돼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짐 루이스 부소장은 중국이 글로벌 무역규칙을 따르지 않아 PNTR 지위가 박탈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트럼프는 중국과 어떤 거래를 할수 있을지 지켜보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기업 컨설턴트와 법률가는 거래 기업들이 중국의 PNTR 지위 상실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급망을 중국 바깥(제3국)으로 이전하거나 외국인 직원을 귀국시키고 중국내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있다고 했다. 추가 관세 부담을 전가하기 위해 납품 계약 조건을 재협상하는 기업도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경제연구소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무역단체인 미중무역위원회(USCBC:U.S.-China Business Council)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PNTR 지위를 상실하면 연료를 제외한 모든 중국산 제품은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했더라도 관세가 현재 19%에서 평균 61%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USCBC는 "중국에 대한 PNTR 지위 박탈은 중국의 무역 관행을 바꾸는 수단으로 적절하지 않으며 미국이 가진 다른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현지시간 2월4일 0시1분을 기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10%가 발효되자 중국도 즉각 보복 관세 조치로 맞섰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최대 6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한편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선임연구원 데렉 시저스는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없이는 PNTR 취소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미국과 정상적 교역국 지위를 가지지 못한 나라는 쿠바와 북한, 벨라루스, 러시아 등 4개국 뿐이다.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항구에 접근하는 콘테이너 화물선 [사진=로이터] kongsikpark@newspim.com 2025-02-0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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