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위협 때문에 핵 보유하지 않으면 안 됐다”
“최종목표는 미국과 힘의 균형 이루는 것”
[뉴스핌=송의준 기자] 북한이 23일(현지시간) 미국이 북한에 대해 군사조치 가능성이 보일 때 선제행동에 나설 것임을 경고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제72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하고 “미국과 추종세력이 우리 공화국 지도부에 대한 참수나 군사적 공격 기미를 보일 때는 가차 없는 선제행동으로 예방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이 23일(현지시간) 제72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리 외무상은 그러면서도 “미국의 반공화국 군사 행동에 가담하지 않는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는 절대로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핵무기로 위협할 의시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해 강력한 군사조치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리 외무상은 이날 기조연설을 시작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을 거론하며 “우리를 위협하는 망발과 폭언을 늘어놓았기 때문에 나도 같은 연단에서 같은 말투로 대답하는 것이 응당하다”고 말을 시작했다.
이어 “트럼프는 상식과 정서가 온전치 못한 데로부터 우리 국가의 최고 존엄을 로켓과 결부해 모독하려 했지만, 오리혀 그로 인해 전체 미국 땅이 우리 로켓의 방문을 더더욱 피할 수 없게 만드는 만회할 수 없는 과오를 저질렀다. 자살공격을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트럼프”라고 맹비난했다.
또 “이 공격 때문에 미국 땅의 무고한 생명들이 화를 입는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트럼프의 책임으로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런 대응은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한데 대한 강력한 반발로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특히 리 외무상이 ‘로켓 방문’을 언급한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정상 각도로 발사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리 외무상은 또 "세계 최대의 핵보유국 최고당국자가 우리에게 '화염과 분노'를 들씌우겠다, '완전파괴'시키겠다고 폭언하는 것보다 더 큰 핵 위협이 또 어디에 있겠느냐"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철두철미 미국 때문에 핵을 보유하지 않으면 안 됐으며, 미국 때문에 핵 무력을 오늘의 경지로 강화·발전시키지 않으면 안 됐다"며 자신들의 핵개발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반항한다고 피해자에게 제재를 가하는 만고의 부정의가 버젓이 유엔의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다"며 "우리의 국가 핵무력은 철두철미 미국의 핵위협을 끝장내고 미국의 군사적 침공을 막기 위한 전쟁 억제력이며, 최종목표는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의 경제적 추가 제재에 대해서는 "공화국에 가해진 반인륜적이고 야만적인 제재로 인해 나라의 평화적인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서 입은 피해, 무고한 여성들과 아이들, 노인들을 포함한 전체 우리 인민이 당한 피해를 계산하게 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며 “현재 구성된 '피해조사위원회'를 통해 물리적·도덕적 피해를 집계해 책임을 묻겠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유엔 안보리가 내놓은 제재 결의안을 거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뉴스핌 Newspim] 송의준 기자 (mymind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