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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리포트] '도그포비아' 극복하고 '견공 천국' 이룬 대만의 비결

기사입력 : 2017년11월08일 16:06

최종수정 : 2017년11월08일 16:39

사람과 동물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사회
건강한 반려동물문화 조성, 전담 기구 설치

[타이베이=뉴스핌 강소영 기자] 지난 10월 유명 한식당의 대표가 이웃인 톱스타 최시원이 기르는 개에게 물려 사망에 이르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 문제가 뜨거운 화두로 부각됐고, 사회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은 부정적 여론 일색의 사회 분위기에 힘들어하고,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개에게 물려 죽을 수도 있다는 '도그 포비아'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양측이 서로를 비난하며 대립이 극에 치닫고 있다.

정부도 늘어나는 반려동물을 생명윤리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 '애견산업'의 경제적 가치에 치중하면서 반려동물로 인한 사회 갈등 봉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한국에서 다섯 가구 중 적어도 한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는 이야기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은 타인의 안전과 감정을 더욱 고려해야 한다. 반려동물이 사람의 건강과 안전을 절대로 위협해서는 안되며, 반려동물 주인들의 철저한 예방의식과 에티켓 준수가 요구된다. 

동시에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거나 동물에 거부감을 가진 이들도 싫든 좋든 그들과의 공존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현재와 같이 무조건 상대방만 탓하는 논쟁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고, 모두가 불행한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과 그들과의 행복한 공존을 꿈꾸는 것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해법을 모색하고 있을까?

우리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대만의 선례는 우리나라가 건전한 반려동물 문화와 제도를 수립하는 데 좋은 참고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견공의 천국' 타이베이, 사람과 동물이 모두 행복한 사회 

2년 전 타이베이로 파견을 나온 기자는 한국에서 입양한 유기 믹스견 두 마리와 함께 대만으로 이주했다.

한국에서 필요한 검역을 모두 마친 후 동물 수입 허가를 받았음에도 대만 입국 후 3주간의 격리, 대만대학교 부설 수의학 병원에 마련된 격리소에서 수의사들의 24시간 관찰과 건강검진을 통한 철저한 관리, 격리소 퇴소 후 3개월의 추가 추적 검역 등 상당히 엄격한 검역 관리를 진행하는 것을 보고 동물에 관한 시스템이 매우 잘 갖춰져 있음을 직감했다.

3주간의 격리 끝 집으로 돌아온 두 마리의 '한국 개'들과 한국인이 바라본 타이베이는 '견공의 천국'이나 다름이 없었다. 

어딜 가나 드넓은 잔디밭을 갖춘 공원이 있었고, 개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반려동물 전용 공원과 운동장도 여러 군데 조성돼있다. 그곳에서 '늑대의 후손'인 개들은 어떠한 눈치도 볼 필요 없이 사냥의 본능을 뿜어내며 자유롭게 달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곳의 반려동물을 배려하고 아끼는 분위기, 동물과 공존하려는 사회적 노력과 제도는 '문화 충격'에 가까울 정도의 신선함을 안겨줬다.

타이베이에서는 어딜 가나 개와 고양이를 쉽게 볼 수 있다. 개를 동반해 출입할 수 있는 상점, 식당과 시설이 서울 보다 훨씬 많기 때문. 일부 대형 쇼핑몰에서는 강아지 전용 카트를 대여해주기도 한다.

타이베이 대형 매장에서 제공하는 동물전용 카트

멀리 비행기를 타고 온 '한국 견공'인 기자의 개들도 서울에서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장소를 다닐 수 있게 됐다.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시선도 '훈훈함' 그 자체였다. 개들을 데리고 외출을 하면 마치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처럼 배려와 양보를 받곤 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땐 '개모차(반려동물 전용 유모차)'를 동반한 나에게 우선 탑승 기회를 줬고, 상당한 크기의 개모차를 끌고서도 기사나 다른 승객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공공버스를 마음 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는 재미있는 행사도 경험했다. 타이베이시 각 기관이 협력해 추진한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야외 음악회'가 그것. 5월의 따듯한 봄날 저녁 우리나라의 서울숲에 해당하는 다안파크 상설 야외 무대에 모인 타이베이 시민들은 타이베이 시립 교향악단의 아름다운 음악 선율을 자신의 혹은 이웃의 반려동물과 함께 즐기고 있었다.

반려동물, 주인 그리고 동물을 기르지 않는 시민이 동물을 주제로 한 유쾌한 클래식 음악 속에서 조화로운 삶을 영위하는 모습은 부러움 그 자체였다.

타이베이 다안파크에서 열린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숲 음악회' 모습

한국에선 다소 상상하기 힘든 실험적 제도도 시도됐다. 타이베이 시내버스 가운데 반려동물 운동장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노선 7개를 대상으로 반려동물이 직접 버스를 탑승할 수 있는 행사가 진행된 것.

버스 외관에는 동물과 사람이 사이좋게 웃는 그림이 부착되고, 버스 전광판에도 ‘동물과 함께하는 버스’라는 문구가 흘러 나왔다. 관계 기관과 언론도 해당 행사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크고 무거운 캐리어 없이 가볍게 목줄만 한 강아지를 데리고 버스를 이용하는 많은 시민들의 모습이 언론에 소개됐다.

원래 3개월간 진행될 예정이었던 이 시범 행사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성원에 힘입어 연장 시행됐다.

동물용 캐리어 없이 반려동물이 직접 탈 수 있는 '프렌들리 도그' 버스 <사진=타이베이 동물보호처 제공>

양측의 갈등이 극에 달한 지금 상황에서 이와 같은 소개는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독자와 시민들에게 오히려 불편한 감정을 유발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쉼 없는 짖음으로 소음을 유발하고, 이빨을 드러내며 내 아이와 나 자신을 위협하는 개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대만의 상황을 그대로 한국에 적용한다면 일대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똑같이 반려동물을 기르는 대만 사회에서는 어떻게 모든 시민과 동물이 사이좋게 지내는 환경와 문화를 형성할 수 있게 됐을까? 이는 서로 간의 신뢰에 비롯됐다.

이곳에선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사람들이 '타인의 동물'이 내게 불편함과 위협을 끼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믿음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과 정부의 노력 그리고 시민들의 이해로 만들어진 것이다.

개 물림 사고가 빈번하고, 반려동물로 인한 사건 사고가 이어진다면 대만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대만 시민들이 동물에 관해 상호 간의 신뢰를 구축하고, 동물과 인간의 행복한 공존을 실현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일까? 기자는 여기에 대한 해답을 동물전담 정부 기관인 동물보호처에서 찾을 수 있었다.

 ◆ 건강한 반려동물 사회 구축, 전담 기관인 동물보호처 역할 절대적 

대만은 중앙 정부 기관인 행정원 농업위원회의 산하에 반려동물과 야생동물 등 비 식용 동물의 관리를 전담하는 '동물보호처'를 2010년 정식 발족시켰다. 동물보호처는 지방정부 단위로 운영되며 이 기관에서 동물과 관련된 사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기자가 거주하는 타이베이는 '타이베이 동물보호처' 관할 지역이다. 타이베이로 이주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 기관의 존재를 자각할 수 있을 만큼 동물보호처는 건전한 반려동물 문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과 서비스를 제공했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도그&캣 학교'의 운영이었다. 타이베이동물보호처가 분기별로 진행하는 일종의 반려동물 훈련과 교육 클래스다. 각 지역별로 순회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반려 가정이 집 근처에서 편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이곳에서 진행하는 교육은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 사회화 △ 산책교육 △ 기본훈련 △ 문제 행동 교정 등 훈련 프로그램 외에 △ 개와 고양이의 심리 이해 △ 개와 고양이의 '보디 랭귀지'의 이해 △ 반려동물과의 올바른 소통 방법 △ 반려동물과 놀아주기 △ 반려동물 기르기 에티켓과 규칙 등 '사람'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함께 진행된다. 이 때문에 수업에는 기르는 동물과 주인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

비용은 무료이고 일주일에 한 번 총 4~6주간에 걸쳐 진행된다. 동물보호처가 각 지역별로 찾아가는 교육 서비스를 무료로 진행함으로써 반려동물 가정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반려동물은 올바른 사회화와 안정된 정서를 기르고, 타인에 대한 공포와 경계심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사람을 물거나 공격하는 문제 행동도 줄일 수 있다. 동시에 반려동물을 기르는 주인들도 동물을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확한 사육 방법을 통해 동물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다.

동물 전문가의 설명에 따르면, 사람을 무는 등 개의 입질과 공격성은 스트레스의 축적과 불충분한 사회화의 결과다. 대만은 반려동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교육을 통해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동물의 권익과 행복권 증진을 동시에 도모하고 있다.

문제가 발생한 후에야 개인이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사설 훈련장을 이용하거나 유명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참가 신청을 해야 하는 우리와는 사육 환경 자체가 다른 것.

타이베이 동물보호처가 타이베이 10개 구에서 운영하는 '도그&캣 학교' 수업 모습 <사진=타이베이 동물보호처 제공>

반려동물의 증가로 발생하는 문제는 사람에 대한 공격뿐만이 아니다. 매년 휴가철마다 급증하는 동물 유기 사건도 골칫거리다.

타이베이 동물보호처는 유기 동물의 사후 관리 외에 유기 동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관리에도 힘쓰고 있다.

춘제(春節·음력 설)와 같이 장기 연휴가 시작되기 전 각종 매체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반려 동물의 임시 보호를 위탁할 수 있는 지역별 '동물 호텔' 명단이 배포된다. 특기할 만한 점은 이 명단에 포함된 업체들은 '동물보호처의 인증'을 받았다는 점. 반려동물의 안전과 위생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기준안을 마련하고, 이 기준에 부합한 업체에 인증서를 발급한다.

정부의 인증을 받은 안전한 동물호텔을 시민들이 쉽게 찾고, 이용을 장려함으로써 명절이나 휴가 기간 관리의 불편함을 이유로 동물을 유기하는 것을 줄이려는 노력이다.

동시에 연휴기간 이용할 수 있는 동물병원과 상세한 진료시간 정보도 동시에 제공된다. 지역별로 연휴기간 응급진료가 가능한 병원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휴가 기간에도 반려동물 가정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반려동물의 사망 이후에 대한 관리도 치밀했다. 기르던 동물이 사망하면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리거나 사설 장례업체를 이용하게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대만은 화장과 장례 시스템 인프라가 구축돼있다.

동물보호처를 통하면 사설 화장장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고, 유골은 타이베이 빈장관리소(일종의 장묘관리공단)가 운영하는 동물 전용 장례장에 안치할 수 있다. 동물 전용 장례장은 환경보호와 기피시설 논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원으로 조성돼있다. 납골당에 유골을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넓은 초지에 별로로 마련된 공간에 동물의 유골을 뿌리는 방식이다.

납골당 건축과 관리의 번거로움, 비용 문제 그리고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고, 잔디밭을 좋아하는 동물의 특성을 고려한 시설이어서 모두에게 큰 환영을 받고 있다.

 

타이베이 빈장관리처(장묘사업 공단과 유사한 기관)가 운영하는 동물 전용 장례장. 구글 이미지 

이러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선 세금이 소요되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기자가 만난 타이베이 시민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혔다. 

"저는 개를 기르지는 않지만, 국민의 세금이 동물을 보호하고 모든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사용되는 데는 반대하지 않아요. 타이베이에 있는 동물 전용 시설과 관련 제도 덕분에 동물을 기르지 않는 시민들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동물과 행복하게 함께 사는 것이 너무 좋지 않나요?"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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