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 레이 <사진=이현경 기자> |
[뉴스핌=이현경 기자] 가오 레이가 5년 만에 한국에서 개인전을 내놓았다. 그는 5년 전과 달리 숨어 있는 권력에 대해 더욱 집중했다.
가오레이는 현재 북경과 상해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그가 2009년 북경에서 살았을 때, 재개발 때문에 집을 강제적으로 잃게 됐다. 갑작스럽게 집을 빼앗기게 된 그는 분노했고 2012년 작품에 그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5년 후 한국에서 선보이는 개인전인 '배후의 조정자(Enzyme of Trial)'에서는 안정적이고 성숙한 내면의 그림이 나온다고 직접 설명했다.
가오레니는 "젊었을 때 작업한 작품은 지배층의 권력, 폭력을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다른 사람의 생활에 관심이 생겨 그들이 당하는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국내외에서 느끼는, 보이지 않는 지배층의 권력과 폭력을 말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배후의 조정자 <사진=이현경 기자> |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중앙에 위치한, 이번 전시의 제목과도 같은 작품 '배후의 조정자'를 볼 수 있다. 가오레이에 따르면 이 작품으로부터 이번 전시가 출발했다.
휘어진 나무 양끝에 절연체로 매듭지어졌다. 가오 레이는 이에 대해 "나무가 사용되기 전에는 모두다 직선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폭력과 압력으로 변화하듯, 나무도 힘에 의해 의도치 않게 변화한다"며 기획의도를 밝혔다.
작품의 여담을 더하면, 이 작품에 사용된 나무가 휘어진 이유는 산에서 나무를 가져오면서 힘과 무게에 의해 자연스럽게 바뀐 것이다. 실제로 이 나무는 작가가 골동시장에서 산 것이다. 또, 절연체도 1980년대에 실제로 쓰이던 것을 작품에 사용해 당시의 사회 권력체계에 대한 대항의 메시지에 힘을 실었다.
샤워기 자리에 CCTV가 놓인 '자백' 작품도 눈길을 끈다. 이 작품에는 손 모양의 설치물이 있는데, 손이 걸려있는 모습이 마치 순례자나 죄인을 떠올리게 한다. 순례자는 죄가 없는 이, 죄인은 그 반대다. CCTV는 사람을 콘트롤할 수 있는 기계다. 중국에는 가짜 CCTV가 많이 설치돼 있지만, 사람들은 CCTV를 보면서 감시받는다고 느끼기도, 보호받기도 한다. CCTV가 사람의 마음을 콘트롤하는 결과가 되는데, 이는 개인과 공공의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자백' <사진=이현경 기자> |
이번 전시를 기획한 아라리오갤러리는 "가오 레이의 작품은 일견 차갑고 질서정연하면서도 모순적인 특징을 띤다. 이는 작가가 애정과 냉소, 유머를 동시에 담은 독자적 시각으로 관찰한 현대 사회의 모습이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전시는 중국뿐 아니라 현대사회의 현상을 철학적 시선으로 분석하는 중국의 떠오르는 차세대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오 레이 개인전 '배후의 조정자'는 오는 23일부터 2018년 1월7일까지 열린다.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7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