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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만원 이하-10년 이상 못갚은 빚, 159만명 탕감

기사입력 : 2017년11월29일 11:00

최종수정 : 2017년11월29일 11:00

신청 받아 상환능력 평가해 3년 이내에 채권 소각
정부 재정 투입하지 않고 금융사 기부금으로 매입

[뉴스핌=이지현 기자] # 몇 년 전 남편과 사별한 강모씨(여, 73세)는 남편이 11년 전 대부업체에서 빌린 600만원의 채무를 갖고 있다. 국민행복기금이 강씨에게 최대 90%까지 원금을 감면해 60만원만 갚으면 채무가 없어진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생계급여 49만원을 받아 생활하는 기초수급자 강씨에게는 이 조차도 버겁다.

정부가 강씨처럼 장기소액연체자 중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재기할 수 있게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원금 1000만원 이하 채무를 10년 이상 갚지 못한 차주 중 본인이 신청하는 사람에 한해 상환능력이 없다고 평가되면 채권을 소각해 줄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에 따르면 1000만원 이하 채무를 10년 이상 상환하지 못한 장기소액연체자는 159만명 가량이다. 이들이 진 빚은 총 6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중 국민행복기금의 장기소액연체자는 총 83만명으로 약정자(국민행복기금과 약정하고 채무를 조정해 상환하고 있는 채무자) 43만여명, 미약정자 40만여명 수준이다. 국민행복기금 이외에도 민간금융회사나 대부업체 및 금융공공기관이 보유한 장기소액연체자는 76만명 정도다.

정부가 국민행복기금 내의 미약정 연체자를 분석한 결과 장기소액연체자 대다수는 제2금융권에 평균 450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으며 약 15년간 연체 중이었다. 또 이들 중 약 30%(12만명)은 기초생활수급자나 60세 이상의 고령자 등 사회 취약계층이었고, 46% 가량은 1인가구 기준 월 소득이 66만원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금융위원회>

정부는 이처럼 상환능력이 없는 장기소액연체자에 대해 적극적인 채무정리에 나서기로 했다. 대상자 중 채무정리를 원하는 차주는 내년 2월부터 본인이 직접 신청하면 된다. 이후 소득 심사를 거쳐 상환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채무 정리 절차에 들어간다.

회수 가능한 재산이 없고, 소득이 중위소득의 60%(1인가구 기준 월소득 99만원, 4인가구 기준 268만원)이하면 상환능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다만 압류금지 재산이나 1톤 미만의 영업용 차량 등 생계형 재산은 회수 가능 재산에서 제외된다.

우선 국민행복기금이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중 기금과 약정을 맺고 빚을 상환하고 있던 약정자는 본인이 신청하면 소득심사를 거친 뒤 즉시 채무면제 절차에 들어간다. 그 동안 어려운 상황에서도 빚을 꾸준히 상환하려 했다는 점을 감안해 즉시 면제해 주는 것.

미약정자의 경우 채무자 본인이 신청하지 않더라도 일괄 재산·소득조회를 통해 상환능력을 심사한다. 상환능력이 없으면 즉시 채권 추심을 중단한 뒤 최대 3년 이내에 채권을 소각할 방침이다.

국민행복기금 외에 민간 금융권이나 금융공공기관이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역시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채무조정 후 상환중인 성실상환자는 신청-심사를 거쳐 즉시 채무를 면제한다. 상환 없이 연체하고 있는 차주는 상환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즉시 추심을 중단하고 3년 이내에 채권을 소각한다.

<자료=금융위원회>

정부는 이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국민행복기금 외에 별도의 장기소액연체채권 매입을 위한 신규 기구를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새로 설립될 기구는 민법상 비영리 재단법인 형태로 설립되며 매입채권 소각을 위한 한시적 기구로 운영될 예정이다.

재원은 관련 시민·사회단체의 기부금과 금융권의 출연금으로 마련한다.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채권은 정리에 별도 예산이 들지 않으며, 민간 금융회사가 보유한 채권 매입은 금융회사의 자발적인 출연 및 기부금으로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은행과 카드사 등 금융기관들에 자율적인 기부 협조를 요청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연체자를 지원하는데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장기소액연체채권 매입에 정부 재정은 투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채권 금융회사들도 애초에 채무상환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대출한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관점에서 자율적인 기부 협조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채권자가 매각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면 법원의 개인회생이나 파산 등으로 연계해 지원할 것”이라면서 “장기소액연체자의 경우 연락이 닿지 않는 주소불명 채무자가 많아 신청률이 저조할 가능성도 있지만, TV와 라디오, 인터넷 광고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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