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분노 초래 이슈"…급진주의자 득세 우려
[뉴스핌=김성수 기자] 중동의 외교부 장관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선언한 것을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고 10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으로 이 지역의 혼란과 폭력이 극심해지고 유혈 사태가 늘어날 것을 우려한 목소리다.
6~8일(현지시각) 사흘간 '분노의 날'이 선포된 팔레스타인에선 연일 반미(反美) 폭력 시위가 벌어졌다. 요르단강 서안 지역(West Bank)과 가자지구에서는 8일 수백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군을 향해 화염병과 돌을 던졌다.
이란 테헤란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한 남자가 팔레스타인 기를 들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예루살렘과 서안 지구, 가자 지구에서는 지난 사흘간 진행된 시위로 최소 4명의 팔레스타인 사람이 살해됐고 300명이 넘게 부상당했다. 요르단 강 서안 지구는 중동에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지역이자 팔레스타인의 행정 구역이다. 가자 지구와 함께 잠재적으로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의 영토로 상정된 곳이다.
미국의 우방이자 수니파 왕정 국가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는 이란 등 경쟁 국가들이 최근의 혼란을 이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수니파인 UAE,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는 중동 패권을 두고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 대결하면서 이란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지지해 왔다. 이들은 이스라엘과도 기밀 정보를 공유하고 안보를 강화해 왔었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 이후에도 팔레스타인을 옹호하지 않았으며, 결국 트럼프와 같은 입장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부담을 갖고 있다.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자는 "미국은 이 지역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던 테러리스트와 무장 단체들에 구명 밧줄을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안와 가가시 UAE 외교부 장관은 바레인에서 열린 회담에서 "예루살렘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급진주의자에게는 선물이었다"고 말했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교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는 엄청난 결과가 따를 것"이라며 "아랍과 무슬림 세계를 동요시키는 데 있어 예루살렘만큼 강력한 분노를 초래하는 이슈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처의 극단주의자들은 이 분노를 이용할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