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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혼선 키운 청와대…컨트롤타워 '무색'

기사입력 : 2018년01월12일 20:51

최종수정 : 2018년01월12일 23:43

거래소 폐지 방침에 "확정 아냐" 선 그어
이후 "해당 부처에서 논의할 문제" 번복
시장선 "정책 조율 타워 맞나" 의문점 커져

[뉴스핌=정경환 기자] 가상화폐 규제 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의 원성이 들끓고 있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선 "청와대가 부처에 공을 떠넘기고 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청와대의 '컨트롤타워(Control Tower)'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2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가상화폐 규제 논란과 관련, "시간을 갖고 시장 반응을 지켜보며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지난달에 발표된 특별대책이 오는 20일부터 시행된다"며 "이후 시장 반응을 보면서 부처 의견을 조율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외형상 정부 대책이 차분히 진행될 것이란 발언으로 비친다. 하지만 청와대의 속사정을 살펴보면 확실히 해당 부처와의 조율이 원활하지 않다.

전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가상화폐는 도박, 거래소 폐쇄 검토' 발언이 시장에 미친 영향은 엄청났다. 하지만, 청와대 측은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는 원론적인 발언만 되풀이했다. 다음 날에는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부처에서 논의할 문제"라며 "해당 부처를 취재하라"고 했다.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 법무부 장관의 발언이 성급했다는 인식을 시장에 심어준 지 하루 만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청와대가 '해당 부처에 물어보라'고 했지만, 이미 수장을 통해 입장을 밝힌 법무부나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로선 당장 추가적인 방침을 내놓기란 어려웠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된 가상화폐 규제 반대 청원글에 12일 현재 13만 명이 넘는 국민이 참여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의문에 휩싸인 시장..."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될지 안 될지 누가 알겠나"

시장에선 청와대와 해당 부처 간 '엇박자'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실제로 청와대 관계자도 "장관들의 발언 이전에 (해당 부처와 발언의 수위를 놓고) 사전 조율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정책 조율 기능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혼선은 계속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신한은행을 비롯한 주요 시중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용 실명확인 압출금 서비스를 당분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 방침을 먼저 확인하고 움직이겠다는 게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정책의 방향성은 알고 있지만, 실제 어떻게 정책으로 이어질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실제로 (가상화폐) 거래소를 없앨지, 아니면 규제하는 선에서 그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2월 28일 '가상화폐 투기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내놨다. 가상화폐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 거래 실명제 실시, 시세 조종 등 불법행위 구속 수사, 가상계좌 신규 발급 전면 중단 등의 방안이 담겼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 발표된 대책들이 시행되는 만큼, 그 이후 시장에서 어떤 영향이 있는지 반응을 지켜본 뒤 정부의 종합대책이 나오지 않겠나"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청와대 '컨트롤 타워' 제대로 작동하나

정치권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간단치 않다. 여당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방송에 출연, "거래소 폐쇄까지 들고 나온 것은 너무 많이 나갔다"고 지적했다.

당정청 간 엇박자가 우려되는 지점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청와대에선 가상화폐 문제와 관련해 입을 맞춘 듯이 함구하고 있고, 부처(법무부)에서도 "가짜뉴스에 적극 대응하겠다"며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일각에선 "함구령이 내려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여당 고위관계자는 "이번 건만 놓고 보면 청와대의 정책 조율 기능이 아직 정리가 안 된 것 같다"며 "각 부처 장관들이 청와대 정책실장이나 경제수석과 입을 맞추는 '스킬'은 당정청 조율을 통한 고도의 훈련이 필요한데, 지난해 집권 이후 그런 과정이 좀 많이 생략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앞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국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으니 법무부는 법적 규제 입장이 당연한 것이고, 청와대도 신중히 시장 상황을 본 뒤에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의미"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그러면서 "오늘도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었다. 원래 예정돼 있던 회의"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에 피해가 갈지 안 갈지 아직은 모르는 것 아닌가. 혼선도 아니고 이견도 아니다. 각 부처마다 입장이 다를 뿐"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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