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오늘도 거침없다. 내 것을 피력하는데도 남의 것을 받아들이는 데도 망설임이 없다. 그저 옳은 거면 Yes, 틀린 거면 No. 언제나 솔직하고 쿨한 모습으로 남녀노소 불구, 만인의 멘토가 된 그가 겨울 극장가를 찾았다.
배우 윤여정(71)이 오는 17일 신작 ‘그것만이 내 세상’을 선보인다. JK필름이 제작하고 최성현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한물간 복싱선수인 형과 지체 장애가 있지만,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동생이 엄마를 통해 화해하기까지 벌어지는 과정을 담은 휴먼드라마다.
“시나리오보다 잘 나온 듯해요. 사실 조금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그걸 잘 편집했더라고요. 또 연기를 이병헌, 박정민이 너무 잘해서 인물이 살아있었죠. 제 상상보다 훨씬 더 좋게 나왔죠. 출연 이유요? 내가 시나리오를 한 30페이지쯤 읽었을 때 이병헌이랑 박정민이가 한다는 거예요. 사실 저 같은 늙은이가 뭘 알겠어요? 근데 감각적인 젊은 애들이 이걸 한다고 했다? 그러면 이유가 있겠구나 한거죠. 마침 그때 시간도 있었고(웃음).”
극중 윤여정은 엄마 인숙을 열연했다. 종일 보살핌이 필요한 진태(박정민)를 돌보는 것이 유일한 낙. 우연히 17년 전 헤어진 또 다른 아들 조하(이병헌)를 집으로 데려온 후 티격태격하는 형제 사이에서 눈치 보기 바쁘다. 물론 그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는 아들 바보다.
“이번에는 두 아들이 너무 잘해줬어요. 물론 이병헌이는 현장에서는 좀 어렵더라고. 자기 일에 너무 열중해요. 근데 이번에는 어렵다고 느껴도 아무 말 안하고 가만히 있었죠. 왜냐면 영화에서 우리가 그렇잖아요. 내가 죄의식이 많아서 걔를 보면 작아지죠. 그래서 일부러 그걸 유지했어요. 박정민이도 말이 많지는 않아요. 별말도 없이 곁에 앉아있더라고요. 근데 영화 보고 너무 기특했어요. 피아노 ‘피’자도 몰랐는데 너무 잘 해냈잖아요. 안 그래도 촬영 끝나면 밥 한번 먹자 그랬어요.”
기대를 충족시키는 열연을 보여준 건 비단 두 아들뿐만이 아니다. 윤여정 역시 언제나처럼 내공 깊은 연기력으로 따스한 모성애를 표현해냈다. 특히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50년 연기 인생 처음으로 경상도 사투리에 도전해 눈길을 끌었다.
“부산 사투리가 그렇게 어려운 건지 몰랐어요. 안믿겠지만, 석 달 동안 사투리 선생님하고 합숙도 했죠. 선생님이 나중에는 지쳐서 ‘이제 그만하자’고 뻗더라고요. 그렇게 미련하게 했는데 보면서 틀린 게 보이더라고요. 부산 사투리는 흉내로 되는 게 아니랍디다. 그걸 진작 이야기해주지, 난 몰랐지(웃음). 이건 완전한 나의 작전 실패죠. 촬영도 힘들었어요. 이래도 틀리고 저래도 틀렸다니까 나중에는 사투리 신경을 쓰느라 연기도 못하겠더라고요(웃음).”
눈치챘겠지만, 윤여정이 사투리 연기를 고집한 건 변화를 주고 싶어서였다. 늘상 프레임에서 보는 엄마, 할머니와는 다르길 원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리고 이건 윤여정이 여전히 독보적인 존재로 이곳에 남아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게는 극중 캐릭터 변화부터 크게는 할리우드 진출까지. 예나 지금이나 윤여정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다.
“나도 날 연구해봤는데 싫증을 잘 내더라고요(웃음).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게 싫죠. 그러면 하는 나도, 보는 사람도 지겹잖아요. 더욱이 난 뭘 해도 Nothing to lose(낫씽 투 루즈)! 잃을 게 없어요. 이 나이에 이미지 손실이 있겠어요, 광고가 떨어지겠어요. 사실 거창하게 도전이랄 것도 없고 그냥 지루하니까 해보는 거죠. 지금은 그래요. 내게 돈이냐 도전이냐 한다면 도전을 택해요. 그래서 돈이 없어(웃음). 근데 또 삶의 가치가 도전이냐 묻는다면 그건 모르겠어요. 오늘은 도전하자 했다가 내일은 돈 벌고 싶은 게 사람인데, 매일 흔들리는 게 인생인데 어떻게 알겠어요.”
이제는 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예능에 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윤여정은 나영석PD와 ‘꽃보다 누나’(2013)를 시작으로 ‘윤식당’(2017), ‘윤식당2’(2018)를 함께했다. 특히 ‘윤식당2’는 현재 15%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이번에 느낀 건 ‘강호동, 유재석도 힘들겠다’라는 거죠. 사실 보는 건 그냥 재밌잖아요. 근데 재밌게 하려고 1시간짜리를 12시간씩 찍는대요. 우리도 마찬가지죠. 각자 24시간 카메라가 있어요. 그럼 편집 분량은 또 얼마나 많겠어요. 저도 정말 힘들었어요. 가는 데도 오래 걸리고 요리사도 아닌데 요리 하면서 미션도 해야 하니까. 보는 사람이 재밌으면 하는 사람은 힘들어. 재밌는 만큼 모든 스태프와 출연진이 고생했다는 걸 알아주면 되는 거죠(웃음).”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