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법사위 '상원' 노릇…개정 불가피
한국당 "법안 쉽게 통과시키려는 것" 반발
[뉴스핌=조세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2일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의 최대 무기인 '체계ㆍ자구 심사 기능'을 삭제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하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지난해 법사위가 '법 위의 법사위', '상원' 노릇을 하며 민생법안을 무더기로 가로막았기에 국회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한국당은 "법안을 손쉽게 통과시키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좌),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우) <사진=뉴시스> |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법사위 갑질 방지법'(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동료 국회의원 106명의 서명을 받아 제출했다. 당 원내대표가 앞장서 대표 발의하고 민주당 의원 121명 중 99명이 공동발의에 참여하는 등 당론으로 추진하는 모양새다.
논란이 되는 체계·자구 심사는 여러 상임위원회와 중복되어 있거나 방대한 예산이 필요로 하는 법안의 경우 보다 깊이 있는 논의를 하는 등 법안의 재심기능을 수행해 완결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1951년 도입된 후 지금까지 유지돼왔다. 그러나 쟁점법안의 경우 여야 대립으로 입법이 지연되거나 타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쟁점 법안이 가로막히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 수정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발의된 개정안은 체계·자구 심사 기능을 삭제해 법사위가 다른 상임위 소관 법안에 손을 댈 수 없도록 했다. 대신 해당 상임위에서 소관 법률안에 대해 자체적으로 체계ㆍ자구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與 "1951년 제2대 국회서 만든 낡은 규정, 이젠 바꿔야~"
우 원내대표는 "체계·자구 심사는 현재 주요국 의회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비효율적인 제도"라며 "국회에 법률 전문가가 드물던 시절인 1951년 제2대 국회에서 만들어진 규정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입법 추진을 설명했다.
그러나 법사위원장직을 가지고 있는 한국당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 카드를 순순히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소속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지난 23일 "민주당의 국회법 개정안 발의는 문재인 정부의 망국법안을 손쉽게 통과시키려는 것"이라며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자, 집권여당이 국회를 일방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아주 독재적이고 오만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이 야당 시절 체계·자구 심사권을 이용해 정부·여당 입법 시도를 노골적으로 막은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다"며 "야당일 때는 필요하다고 하다가 여당이 돼 폐지하자고 하는 건 후안무치의 전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당도 '내로남불'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실제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한국당 원내대표인 당시 여당 소속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반대로 야당의 법안 발목잡기가 심각하다며 '법률안 자구심사' 기능을 삭제하는 법안을 낸 바 있다.
◆野 "상임위서 심사하면 여당 독주 누가 막겠나" 반박
우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 법사위 위원장이 체계자구 심사 폐지 법안을 비판한 것은 뻔뻔함의 극치"라며 "한국당이 여당일때도 주장한건데 야당이 됐다고 입장이 바뀔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모두 법사위의 체계법률안 자구심사가 문제라고 인식하지만 서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탓에 국회법 개정 합의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 개정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국회법 소관 상임위인 운영위에서 법안이 통과돼야 하지만 운영위원장이 한국당 소속이어서 합의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