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 증가 부담
부품 공급사 실적에도 악영향 우려
[뉴스핌=오영상 전문기자] 애플이 자사의 최신 스마트폰 모델인 ‘아이폰X(텐)’의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애플이 아이폰X의 1~3월(1분기) 생산량을 당초 계획의 절반인 2000만대로 줄일 방침을 세우고 각 부품 공급 업체들에게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2017년 11월 아이폰X 발매 시에는 1분기에 4000만대 이상을 생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구미와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가 부진을 보인 것이 감산의 원인으로 파악된다.
신문은 “발매 당초에는 부품 공급 문제로 품귀 상태까지 보였던 아이폰X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 재고가 늘기 시작하면서 생산에 급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애플은 생산 상황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았다.
◆ 부품 공급사 실적에도 악영향 우려
아이폰X은 애플이 처음으로 유기EL 패널을 탑재한 전략 상품이지만 1대 11만엔(약 100만원)을 넘는 비싼 가격에 비해 새로운 기능은 얼굴 인식과 선명한 화질에 그치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혁신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대신 비교적 가격이 싼 ‘8’이나 ‘8플러스’, 구형 모델인 ‘7’으로 고객이 몰리고 있다. 이들 모델은 당초 계획대로 1분기 합계 3000만대 규모의 생산을 유지할 전망이다.
신문은 아이폰X의 판매 부진은 일본 등 전 세계 부품 제조사의 생산이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아이폰X의 감산 조치가 분기 실적에 미칠 영향을 단순 계산하면 당초 계획에 비해 소매 기준으로 2조엔(약 19조 7000억원) 규모의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국내외 부품 제조사나 제조위탁회사에 대한 발주액도 합계로 수천억 엔(수조 원) 규모가 줄 전망이다.
무라타제작소는 아이폰 슬림화에 빼놓을 수 없는 수지다층기판 ‘메트로서크(MetroCirc)’를 1월 초부터 휴일도 반납하고 증산해 왔지만, 조만간 증산 폭을 축소할 예정이다. 카메라용 이미지 센서를 제조하는 소니, 전자부품기판의 교세라, 배터리의 TDK 등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유기EL 패널을 독점 납품하는 삼성전자에게도 고수익이 이어지는 디스플레이 사업의 둔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낸드플래시메모리 스폿가격은 지난해 10월 말부터 10% 하락했다. 제조사들의 증산 경쟁에 아이폰X의 감산이 더해지면서 향후 가격 하락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부품 각사의 실적에 미칠 영향은 지금은 제한적이지만 4월 이후 현저해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지난 주 소니의 투자판단이 하향조정되면서 관련 종목의 주가가 떨어지는 등 아이폰X의 감산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뉴스핌Newspim] 오영상 전문기자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