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이재용 부회장에 징역 2년6월·집행유예 4년 선고
이재용 부회장, 1년 만에 서울구치소 석방
"말이 되느냐" "잘됐다" 엇갈린 반응.."특검박살" 야유도
[뉴스핌=이보람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하자 법정에선 환호와 탄식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5일 오후 2시 시작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가 선고한 징역5년의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이날 서울 서초동의 서울고등법원은 재판이 열리기 전부터 열기로 뜨거웠다. 지난달 31일 열린 방첨권 추첨에서 당첨된 42명의 일반 방청객들은 영하의 강추위에도 일찌감치 법원 입구에서 방청권 배부를 기다렸으며, 법정에 들어서서도 상기된 표정이었다.
나머지 100석의 방청석에는 취재진과 특검 및 삼성 측 변호인 등이 긴장한 표정으로 재판을 기다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법정에 들어가는 입구에서도 다른 날보다 엄격하게 소지품 확인이 이뤄졌다. 위험 요소가 있는 물건들은 모두 법정 앞에 맡기고 들어가야 했다.
마침내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같은 혐의로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이번 재판의 피고인인 삼성 임직원 5명이 오후 1시50분께 차례로 법정에 들어섰다.
재판부가 법정에 들어서기 전 가볍게 목례로 서로 인사를 나눴지만 별다른 대화는 없었다.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특검이 '세기의 재판'이라고 언급한 만큼, 법정을 가득 메운 방청객들도 선고 결과를 기다리며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방청객이 한 차례 휴대전화로 사진을 촬영하는 소리가 났지만 법정 직원으로부터 제지를 당한 뒤에는 별다른 소동이 없었다.
선고가 시작되고 정형식 부장판사가 공소 사실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이 부회장은 몇 차례 입술보호제(립밤)를 꺼내 입술에 발랐다. 법정에 함께 선 다른 피고인들도 별다른 움직임없이 정형식 판사의 입을 주시했다.
원심보다 낮아진 이 부회장의 형량이 담긴 주문이 선고되자 법정 곳곳에선 탄식과 환호가 번갈아 터져나왔다. 한 방청객은 "말이 되느냐"고 수근댔지만 한켠에선 "잘됐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고가 모두 끝났는데도 방청객들은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법원 직원의 "판결 끝났습니다. 퇴정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이 나오고 나서야 방청객들이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이날 재판을 방청한 신민희(30)씨는 "생각보다 (형량이) 적게 잘 나온 것 같다"며 "삼성은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많이 끼치지 않냐"고 방청 소감을 밝혔다.
고등법원 1층에선 법정에 들어가지 못한 이 부회장 지지자들 10여 명이 이미 텔레비전 속보를 통해 재판 결과를 확인하고 기다리고 서 있다 특검 측 관계자들이 계단을 내려가자 "특검박살"을 외치며 야유의 박수를 쳤다.
또 다른 이 부회장 지지자들은 구치소로 돌아가는 이 부회장의 모습을 보기 위해 차량이 대기중인 주차장으로 황급히 발길을 돌렸다.
이날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 부회장은 선고가 마무리된 후 짐을 찾기 위해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