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음주 뒤 입가심으로 파르페
'인스타' 열풍 힘입어 삿포로 넘어 일본 전역으로 확산
[뉴스핌=김은빈 기자] "줄 선 보람이 있는 것 같아요. 산뜻하면서도 너무 달지 않네요"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幌)시의 파르페 전문점 '사토(佐藤)'는 25석 짜리 가게지만, 밤마다 20명이 넘는 손님이 줄을 선다. 사가미하라(相模原)에 근무하는 한 직장 여성은 동료 3명과 함께 술을 마신 뒤 마무리로 사토에 방문했다. 기온은 영하 4도, 기다린 시간은 1시간이었다.
늦은 밤 페르페를 먹기 위해 줄 선 사람들 <사진=삿포로시메파르페> |
2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식사나 술 마신 뒤 입가심으로 파르페를 먹는 '시메파르페(締めパフェ·마무리 파르페)' 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엔 '인스타그램 인증' 열풍에 힘입어 홋카이도 지역뿐만 아니라, 일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10여년 전부터 삿포로 지역에선 심야에 아이스크림이나 파르페를 먹는 게 인기였다. 이 독특한 식문화는 '밤 파르페(夜パフェ)'라고도 불리며 삿포로 지역의 독특한 풍습으로 자리잡았다.
이 같은 독특한 식문화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건 2015년 9월 '삿포로 파르페 추진위원회(추진위)'가 만들어진 뒤부터다. 시메파르페를 삿포로만의 관광자원으로 만들고 싶었던 이소자키 치에미(磯崎智恵美) 프로듀서가 스스키노(薄野) 지역 파르페 가게 7곳과 연대해 추진위를 만들었다.
이들 추진위는 홈페이지를 통해 시메파르페를 홍보하는 한편, 공동이벤트를 열거나 새로운 파르페 개발을 지원해오고 있다.
2015년 가을 삿포로 오도리 공원(大通公園)에서 열린 이벤트에는 3주 동안 1만5000명이 이상이 방문했다. 이후 시민들과 관광객에 인기를 끌며 가맹점은 26곳으로 늘었다. 월 6000명이 넘게 방문하는 사토는 지난 1월 자매점인 사사키(佐々木)를 오픈했다.
시메파르페의 가격들은 1000~2000엔 사이다. 손님들은 젊은 여성이 많지만, 남성이나 고연령층도 늘어나고 있다.
이소자키 프로듀서는 "삿포로는 원래 술과 단 음식을 좋아하는 지역"이라며 "추운 지방 특유의 생활문화가 시메파르페를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총무성의 가계조사(2014~2016 평균)를 살펴보면 삿포로는 1세대 당 맥주 구입량이 52개 주요도시 중 1위다. 초콜렛은 2위, 케이크는 8위다.
삿포로 시메파르페 가맹점들의 파르페들 <사진=삿포로시메파르페> |
신문은 "파르페 특유의 화려한 외관도 관광객들을 불러모으는 요소"로 꼽는다. 특히 '인스타그램 인증(インスタ映え)' 열풍이 불면서, 시메파르페의 인기는 홋카이도를 넘어 일본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작년 가을 추진위의 가맹점 '파르페테리아 파루'는 도쿄(東京) 시부야(渋谷)에 자매점을 오픈했다. 올해 가을부터는 후쿠오카(福岡)에도 새로운 가게를 오픈할 예정이다. 시즈오카(静岡)시에서는 15개의 파르페 가게가 모인 '시즈오카 시메파르페 알리기 모임(ひろめ隊)'가 탄생했다. 삿포로의 추진위와 협정을 맺어 시메파르페 문화 보급에 나설 계획이다.
이소자키 프로듀서는 "시메파르페를 삿포로의 관광자원으로 정착시키는 게 당면 목표"라면서 "알려지지 않은 문화도 홍보를 더하면 폭발적인 인기를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지자체에서도 (삿포로의 시메파르페가) 참고할 사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