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검찰조사서 국정원 특활비만 수수 인정
"나랏일에 쓰였다" "내가 받았다" 주장
수사선상서 김 여사 배제 위한 전략 분석
기존 김희중 진술과 배치..조사 가능성 대두
[뉴스핌=이보람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불법수수 혐의를 일부 인정한 가운데, 관련 수사가 부인인 김윤옥 여사에게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16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전날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 특활비 10만 달러(약 1억7000만원)를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통해 전달받은 혐의를 인정했다.
앞서 검찰은 김희중 전 실장으로부터 지난 2011년 국정원에서 이 돈을 받아 김 여사 측에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구체적인 사용처는 밝힐 수 없고 나랏일을 위해 쓰였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랏일과 관련해서는 대북공작금으로 사용했으며, 돈을 받은 주체 또한 김 여사가 아니라 자신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 수수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20여개에 달하는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 일부만 인정한 것은 김 여사를 검찰 수사선상에서 배제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국정원 특활비는 사용처가 명확하게 구분돼 있지 않은 돈인 만큼, 대북공작금 등 '나랏일'에 쓰였다는 점을 강조해 돈을 받은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추후 법적 처벌을 피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동시에 김 여사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주장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 등을 돌린 측근 김 전 실장을 자극해 자신에게 더 불리한 증언을 내놓지 않게 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검찰이 기존에 확보한 진술과 이 전 대통령의 주장이 다소 엇갈리면서 오히려 김 여사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 전 대통령 측에 건넨 22억원 가운데 일부가 김 여사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검찰은 경영위기를 겪던 성동조선해양이 사업 편의를 대가로 이팔성 전 회장을 통해 김 여사에게 5억원을 전달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아직까지 김 여사에 대한 조사를 확정짓지는 않은 상태다. 다만, 수사 상황에 따라 가능성은 열어뒀다. 검찰 측 관계자는 지난 15일 "필요한 조사를 하고 있지만 김 여사 조사 필요성에 대해 현재로서는 결정한 바 없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14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 특활비 10만 달러 수수 외에 다른 혐의는 대부분 부인했다.
특히 자동차부품회사 다스(DAS)·도곡동 땅 등 실소유주 의혹에 대해서는 "나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비자금 조성이나 횡령, 대통령기록물 불법 반출 등 문제와 관련해서도 "알지 못한다", "보고받은 바 없다", "있더라도 실무선 일"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