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기업 7개 중 1개 공급망 일부 또는 전부 이전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영국과 27개 유럽 국가가 2020년말까지 기존의 교역 관계를 유지하는 전환기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영국의 공급망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
상당수의 유럽 기업들이 이미 영국에서 일부 또는 전체 공급망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브렉시트 상징 머그컵 <출처=블룸버그> |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이 영국의 상업적 입지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현지시각) 영국 구매공급협회(CIPS)에 따르면 유럽 기업 7개 가운데 1개 꼴로 영국에서 공급망 일부 또는 전체를 철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물가 상승이 지속됐고, 영국의 단일시장 잔존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고조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는 2000개 이상의 유럽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물가 상승이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기업들의 이탈도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영국과 EU가 기존의 교역 관계를 2020년 말까지 유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환기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기업들은 이미 영국과 상업적 연결고리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10%를 훌쩍 웃도는 유럽 기업들이 영국 공급망에서 발을 뺐고, 다른 지역으로 이전을 모색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영국 공급 업체들 가운데 3분의 1이 파운드화 약세로 인한 물가 상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고, 향후 추가적인 물가 상승을 점치는 기업이 41%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EU와 영국의 정책 엇박자와 국가간 거래 비용 상승 역시 해외 기업들의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양측의 전환기 합의에도 영국이 EU 단일시장에서 탈퇴하는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 시나리오가 확실시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때문에 해외 기업들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비즈니스 전략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회계 컨설팅 업체 언스트앤영(EY)의 매츠 퍼슨 정책 및 교역 헤드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전환기 합의가 환영할 만한 결정이지만 현실적인 문제는 소기업을 중심으로 유럽 기업들이 새로운 환경에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고, 2021년 1월 또 한 차례 벼랑 끝 위기가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상당수의 기업들은 이미 영구적인 비즈니스 이전을 본격화했다”고 전했다.
특히 음식료 섹터의 이탈이 두드러져 해외 수입품에 의존하는 영국 업체들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식품 가공업은 영국 경제에 자동차 업계보다 50% 높은 기여도를 보이고 있고, 수출품의 70%가 유럽 시장으로 공급되고 있어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 역시 작지 않을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